임창현 (2019-06-21 01:45:41)

완산중 학생들은 진심어린 사과와 진실을 원한다



지난 20일 저녁 7시, 완산중학교에서 완산학원재단의 사학비리와 관련하여 사태해결을 모색하는 학교정상화를 위한 학부모 총회가 열렸다.

학부모 총회가 있기 하루 전인 19일에 2학년 김성훈 학생이 교내에서 개최되는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서 학교현안에 대해 발표를 하려 하자 담당 B모 교사가 마이크 끄라고 시키고 발표를 저지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김성훈 학생은 행사가 끝나고 교사들에게 불려다니며 징계협박까지 받았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고 교사 비상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 교무부장은 김성훈 학생이 "징계받을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학부모 총회에 부모와 함께 참석한 김성훈 학생에게 참석자들은 해당 '내용을 발표해달라'고 부탁해 내용이 공개됐다.
아래는 김성훈 학생이 나의 주장발표대회에서 저지당해 발언하지 못했던 내용의 전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2학년 4반 김성훈입니다.

저는 오늘 청소년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가 겪고 있는 아픈 현실에 대하여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언론을 통해 듣고 있는 완산중학교 비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유인물 주제와 지금 저의 발표 내용이 다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완산중학교 학생 여러분, 우리는 왜 비리를 비리라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나요? 제가 이 주제로 원고를 제출했을 때 담당 선생님은 화를 내며 대회를 취소해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이 발표를 반대하거나 중단하는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학생인 우리도 표현하고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완산중학교 학생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선생님!

저는 오늘 완산이야기마당,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학교를 위하여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 그리고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리에 대한 내용이 학교 내부에서가 아니라 학교 밖, 언론을 통해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 밖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우리는 완산 비리 중학교의 학생이 아닙니다. 우리는 페교될 학교의 학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 밖에서 그런 학생 취급과 함께 안 좋은 소문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완산중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사안들을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학교 내부의 목소리로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번 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감 선생님을 먼저 보내드려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사랑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여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저에게도 남아 있습니다.

이번 학교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과 무고하신 선생님들입니다. 학교 설립자의 욕심과 몇몇 비리교사들의 박근혜 뺨치는 만행으로 학생들의 급식, 복지, 교육을 위해 사용되었어야 할 돈이 횡령과 비리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드디어 매주 어김없이 등장하던 오징어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왜 학교가 학생복지와 더 나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쓰지 않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합니다. 학생들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삼으셔야 하는 학교의 높으신 분들이 우리를 위해 사용되었어야 할 세금을 빼돌리고 자신의 채용과 승진을 위해 뇌물을 쓰셨습니다.

저는 아니... 우리는 이런 사태를 촉발시키고도 학생들에게 사과나 진실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침묵과 방관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교법인과 학교지도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학교가 정상화되고 학생들이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루 빨리 면학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진실을 말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저는 진정한 용기와 양심을 가진 학교의 여러 선생님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 지도부의 무책임한 침묵 속에서도 용기를 내여 제자인 우리들에게 고개 숙여 눈물로 사과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의 눈물 속에서 학생들을 향한 진심어린 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선생님들께 존경의 박수를 힘껏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학교의 주인이며, 이번 사태를 기회삼아 비상할 힘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복장, 두발 자율화에 대한 논의가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손을 맞잡고 정의를 외치다보면 이 어둡고 차가운 땅에 정의와 자유라는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완산을 정의롭게 만듭시다. 그 번화는 우리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진=학부모 총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발표하는 김성훈 학생)



(사진=학부모 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