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4-04-24 21:47:42

최순실 게이트 몸통은 권력과 재벌

나오자! 거리로!...청와대로 꼬리자르게 둬서는 안돼


... 편집부 (2016-10-30 23:42:53)

[전북교육칼럼-‘시선’]
❰강문식 ❙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부장❱


지난 주 내내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발표되고, 토요일에는 서울에서 3만 명이 결집한 것을 비롯해 전북, 부산, 울산 등 각지에서 박근혜 퇴진 대회가 열렸다. 최순실이라는 자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국정에 개입해온 사실에 대한 분노였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나와라_최순실, #나가라_박근혜”를 외쳤고, 30일 아침 최순실은 나왔다. 아직 박근혜는 나가지 않았다.

워낙 빠른 속도로 시국이 펼쳐지면서 제기되는 쟁점을 모두 쫓아가는 것도 벅찰 지경이다. 분노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줬다는 것이다. 선출 받지 않았고, 따라서 통제 받지 않는 권력자의 등장이다. 최순실의 샤머니즘적인 종교색이 국정에 반영되었다는 사실은 허탈함을 더하고 있다. 이제 권력집단은 식물정부와 다름없는 청와대와 최순실을 동시에 꼬리 자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분노에 앞서 몇 가지는 반드시 짚고 가야하겠다.


1. 모두 알고 있었다

박근혜 당선 이후 계속 떠돌던 최태민과 관련된 이야기는 음모론에 가까운 것이어서 그걸 거론하는 게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필자는 그랬다.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올해 10월이 되어서야 처음 알게 됐다. 까맣게 몰랐다는 데서 오는 황망함을 온전히 필자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나중에 따져도 될 문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었느냐는 새누리당 김무성의 발언을 먼저 곱씹어 봐야한다. 각 언론은 최순실과 관계된 자료를 단 2~3일 사이에 마구잡이로 쏟아 냈다. 이런 방대한 자료가 며칠 사이에 취재로 얻어질 수는 없다. 이들은 이미 갖고 있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로 해직된 박관천 경정의 “권력 순위 1위 최순실” 발언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관천을 수사했던 검찰은 모든 것을 들었고 알고 있었다. 청와대 비서관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최순실이 지방 행차하면 지방 공무원들이 접대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검찰, 경찰, 국정원, 정부기관, 언론, 새누리당 모두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가 위태로워지자 최순실-박근혜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

최소한 공동점범이다. 자신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으니 침묵했다. 오히려 이런 비정상적 권력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세력도 있다. 이들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테면 조선일보 집단이 지금 청와대를 물어뜯는데 앞장서고 있다 해서 이들이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 “박근혜 퇴진”에 담긴 의미는 박근혜를 둘러싸고 공생하던 집단 모두를 축출해야 한다는 의미여야 한다.


2. 재벌 비리다

최순실과 창조경제 사이의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수십 조에 달하는 돈이다. 이미 드러난 것만 치더라도 독일 WIDEC(비덱), 더블루K에 전경련의 돈이 흘러들고 있었다. 비덱과 관련된 법인과 개인은 수 백 개를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비자금 관리 법인은 국내에도 있다.

일련의 사태를 단순히 개인 권력비리, 권력자의 개인 비자금 조성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말을 사주고 승마장을 지어줬던 삼성은 앞장서서 다른 재벌들에게 출연을 강요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했고, 말 한 마리를 구입하는데도 10억 원을 들였다. 삼성이 아무 대가 없이 돈을 대줬을 리 만무하다. 2011년 16조 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15년 26조 원으로 뛰어올랐다. 200억을 들여 26조를 만들었다니, 진정한 창조경제다. 전경련은 정권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내놓았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삼성만 승승장구 했을까?

박근혜 정권은 임기 내내 4대 개혁을 외치며 기업에게 노동자 임금을 깎고,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주려 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IMF,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도 낙수효과 이론은 틀렸으며 구매력 진작을 위한 실질임금 상승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나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전세계적인 흐름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재벌들이 최순실에게 바친 700억은 노동개악 입법에 대한 청탁 대가였다. 최순실은 재벌들이 노동자 옥죄기 칼자루를 쥐고 얻은 이득에 비하면 푼돈을 챙긴 것에 불과하다.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어물쩍 완료된 이재용의 재벌 세습이다. 한참 최순실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재용은 10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었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이들에게 사과하라는 농성은 1년이 넘었는데, 최순실 정국에서 삼성의 이름이 빠지니 이 문제도 덩달아 묻혀버렸다. 삼성 입장에서는 몇 년간 준비해 온 3대 세습을 청와대 덕분에 주목 받지 않고 처리했으니 이야말로 200억에 대한 청와대의 살신성인 보은일터다.



3. 퇴진보다 중요한 것은 시계 바늘을 돌리는 것이다

박근혜를 둘러싼 일당들은 임기 4년 동안 참 많은 일을 했다. 노동개악, 임금피크제 개악, 민영화, 전교조 법외노조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합의, 사드 배치 결정, 개성공단 폐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기초 노령연금 공약 폐기, 각종 규제완화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국민들의 저항이 없던 것도 아니다. 위에 열거한 굵직한 정책들은 노동자들이, 시민들이 대규모로 거리로 모여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던 내용이다. 반대한 인원과 그 반대의 강도를 고려하면, 단순히 여론 조사 결과를 들먹이며 “찬반 양론으로 국론이 분열되었다”는 식의 물타기는 의미가 없던 상황이었다. 아무리 권위적인 정권이어도 이정도면 약간이라도 방향을 선회할 법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지지율이 떨어지든 말든, 집회에 몇 명이 모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와서야 그 이유가 명확해지고 있다. 국정 운영의 최고 권력자가 통제 받지 않는 인물이었던 탓이다. 통치자는 있되, 책임자는 없었다.

모두 무효다. 권력이 사유화되었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운영했다. 이 정권이 행했던 정책, 특히 노동자와 국민이 나서서 목숨을 걸며 저항했던 모든 정책은 원점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것은 박근혜 퇴진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나오자! 거리로!

권력이 사유화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다수 노동자, 국민에게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소수 지배층, 재벌의 배를 불리는 데만 사용된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뼈저리게 겪은 일이다. 박근혜가 망친 것도 청와대 권력 질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삶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문제이자, 동시에 경제질서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87년 항쟁 이후 30년이 지났다. 87년 항쟁은 미완이었다. 그때 외친 자유에는 평등이 빠져 있었다. 87년 당시에는 항쟁에 참여할 노동자 대표 조직 자체가 없었다. 그 이후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며 전노협이 출범했고, 민주노총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11월 1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87년과 조건이 다르다. 함께 나선다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청와대-최순실로 꼬리 자르려는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 정권이 저지른 과오를 되돌려야 한다. 재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나오자! 거리로!



[글쓴이 강문식은]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교육선전부장입니다. 사회의 주요 쟁점들을 분석해 월1회 독자들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