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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 흔적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선운산서 암벽동호인들 에코등반..이윤재씨 ‘선운산 사랑’ 공로패


... 문수현 (2017-11-28 01:00:15)

한국스포츠클라이밍월협회 전북지부와 선운산로컬클라이머가 주관한 ‘2017 선운산 에코등반’이 26일 전북 고창군 선운산에서 진행됐다. 전국에서 100여명의 암벽등반 동호인들이 참가했다.

멀리 구미와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동호인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선운산 주차장에서 짧고 굵은 사전행사를 가졌다. ‘국내 최대 암벽등반지의 유지관리 및 정화활동 – 2017 선운산 에코 등반’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한쪽에선 추위를 달래는 따뜻한 차가 끓었다.


▲26일 선운산 에코등반 참가자들의 단체 기념사진. 에코등반은 2012년부터 청소등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협회 박신영 광주지부장의 선창을 따라 “다른 클라이머들을 존중하겠습니다. 머무른 흔적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며 에코등반 선언문 내용을 복창했다.

이어 이윤재 광주실내암벽 대표가 선운산 암벽등반 루트 ‘리볼팅’ 활동의 경과를 발표했다. 이 대표 등은 2015년부터 선운산 270여개 등반 루트 가운데 164개 루트를 오는 2019년 말까지 목표로 보수하고 있다. 낡고 오래돼 위험한 확보용 볼트를 새 글루인(glue-in) 볼트로 교체하고, 기존 루트 상단의 ‘개폐구가 있는 톱(top)고리 시스템’을 ‘개폐구가 없는 O형고리[퀵링크]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요점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날까지 속살바위 20여개 루트와 투구바위 10여개 루트에 글루인 볼트 교체작업이 완료됐다. 할매바위의 경우 40여개 루트 가운데 2곳을 제외한 모든 루트에 글루인 볼트 교체작업이 마무리됐다. 베테랑 클라이머인 김동칠, 배대원, 강성배씨가 함께 하고 있다.


▲선운산 사랑을 실천해 온 이윤재씨(50사진 오른쪽)가 한상훈 한국스포츠클라이밍월협회장이 주는 공로패를 받았다.

협회장 명의의 공로패 수여도 있었다. 남다른 선운산 사랑을 실천해 온 이윤재 광주실내암벽 대표가 영광을 안았다. 이 대표는 선운산 등반지 가이드북 제작, 노후 볼트 교체, 에코등반사업 등을 열정적으로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전행사를 마친 동호인들은 삽, 집게, 쓰레기봉투와 자루, 목장갑 등 준비된 청소도구들을 챙겨들고 선운산 주차장과 매표소를 거쳐 속살바위와 투구바위 등 암벽등반지까지 쓰레기와 배변흔적을 말끔히 청소했다. 바위에 하얗게 묻은 초크도 닦아냈다. 일부 참가자들은 선운산 주차장에서 6km 거리에 있는 인천강변 할매바위에서 바위 주변과 간이화장실 등을 청소했다.


▲선운산 에코등반 행사에 참가한 클라이머들이 청소 도구를 챙기고 있다.

한상훈 협회장은 이날 행사에 대해 “선운산 에코등반은 본래 몇몇 선지자들과 지역 클라이머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이제는 전국에서 많은 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를 굳혔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에코등반은 고창 선운산이 속한 전라북도의 클라이머들이 주관단체에 이름을 올린 첫 행사이기도 했다.


▲에코등반 선언문을 낭독하는 암벽동호인들

다음은 등반가들이 함께 낭독한 ‘에코등반 선언문’이다.

― 다른 클라이머들을 존중하겠습니다.
― 머무른 흔적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 정해진 구역에서 캠핑을 하겠습니다.
― 지정된 산길로만 이동하겠습니다.
― 내 장비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 적은 인원으로 그룹을 구성하고 소음을 최소화하겠습니다.
― 초크와 마킹을 깨끗이 지우겠습니다.
― 모든 쓰레기와 장비, 패드를 수거해가겠습니다.
― 주변의 자연과 생물들을 존중하겠습니다.
― 자연을 훼손하는 타인의 행동을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고창 선운산 속살바위 등반. 주말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