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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여성건강과 인권의 문제”

여성주의 활동가들 27일 전주 남부시장서 ‘이야기마당’


... 문수현 (2018-01-28 20:15:38)

‘페미니즘 의학 수다: 언니들의 병원놀이’를 기획한 전북지역 여성주의 활동가들이 27일 오후4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마을회관에서 ‘낙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반(反)성폭력 활동가가 ‘팩트체크’ 방식으로 발제와 대담을 진행하고 참석자 20여명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또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 견해를 소개하고, 낙태죄 유지 국가와 폐지 국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살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임신중절)는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이래 불법이다. 모자보건법에서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간강’ 등 5가지 예외적인 낙태 허용 사유를 두고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배우자의 동의나 강간 피해 증명 등 그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낙태가 항상 강하게 처벌됐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이후 정부가 강력한 출산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낙태가 공공연히 장려되기도 했다. ‘낙태버스’가 마을 구석구석을 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낙태죄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많은 여성들은 낙태죄가 여성을 인구조절의 통제 수단으로만 보던 가부장적 정권의 잔재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성들도 낙태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여성들은 어머니 되기를 꺼릴 수밖에 없고, 낙태죄는 낙태를 줄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여성들을 위험하고 불법적인 수술과 폭력에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 뿐이라는 게 여성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낙태죄 폐지는 올해 한국사회의 주요 쟁점의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2016년 폴란드에서 낙태금지법안 추진에 반발해 ‘검은 시위’가 일어난 데 이어 한국에서도 2016년과 2017년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검은 시위’가 벌어졌다. 또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을 성분으로 하는 의약품의 이름)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해 청와대가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상황이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반면, 종교계에서는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을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낙태죄 위헌소송 심리를 마치고 올해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행사를 시작할 무렵 자신을 전주시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모임을 열지 말라며 소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해 제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언니들의 병원놀이’는 지난해 9월에는 독성 생리대 추방을 촉구하며 ‘생리대’를 주제로, 이어 11월에는 폐경이냐 완경이냐는 화두를 던지며 ‘완경’을 주제로 페미 의학 수다를 열었다.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주제토론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