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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교육 공동체 운동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상훈(마령고등학교 교사)


... 편집부 (2018-02-12 15: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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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상훈)

진안과 인연을 맺은 지 내 삶에서 절반이 넘어선다. 91년 진안고등학교로 발령받고 시작한 진안생활은 많은 사람들의 인연으로 맺어졌다. 발령 받자마자 시작된 전교조 진안지회 활동은 교육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였다. 지역에 터전을 잡고 생활하면서 지역사람과의 관계는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하교 후에 자전거를 타고 지인을 만나러 가도 생활지도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학부모들이 수고한다고 하면서 보내는 환한 미소는 지역에 사는 장점이자 편안함이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운동의 가치는 참으로 크다. 조그만 산골지역이지만 일단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만큼은 어느 지역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다양한 교육활동 속에서 확인되었다. 그리고 20년 넘게 지역에 살면서 지역 사람들과 신뢰 속에서 이루어진 것 같다. 교육이라는 틀 속에서 뜻을 같이 하는 교사, 학부모의 협력은 보다 많은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지역에서 이루어진 ‘어린이날 행사’ ‘진안독서교실’ ‘역사 문화체험’ ‘학생신문제작’ ‘벽화그리기’ ‘교육네트워크 사업’ 등은 나름의 성과와 함께 많은 반성도 함께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까지 많은 사회단체와 연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역교육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날 행사’의 경우 초기 교사중심에서 지역의 교육 관련 단체들이 연대해서 지역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작년 17회를 맞은 어린이날을 찾았을 때 여전히 초창기 구성원들이 수고를 하고 있었지만 아주 다양하게 꾸며진 프로그램과 많은 단체의 열정적인 참여는 행사를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몇몇이 행사를 오랫동안 진행하기란 매우 힘든 일일뿐만 아니라 결국은 개인 행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연대의 힘은 매우 강하다. 물론 연대를 하기 위해서는 주관하는 단체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행사는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배우면서 현 위치에서 어떠한 교육 운동을 해야 할까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진안독서교실과 역사문화체험’은 지역을 떠나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지속한 사업이다. 물론 여러 교사와 함께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부터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교사가 의기투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진안독서교실과 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초기 초등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선생님의 열정과 학부모 관심으로 지역의 독서교실은 매우 뜨거웠다. 매달 2번씩 진행 한 것은 물론이고 방학에도 독서캠프란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교육네트워크 사업으로 면단위 학생의 참여 기회까지 이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안청소년독서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안청소년독서교실’은 신입생을 받아 3년 동안 다양한 독서교실과 역사 문학기행, 작가와의 만남, 지역탐방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진안청소년독서교실’ 은 신입생으로 시작하여 어설프지만 3년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 하나하나 성장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독서와 문화체험을 통하여 신체적으로 성장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 ‘진안청소년독서교실’은 마치 학교 밖 학교처럼 지역을 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도 새로운 신입생을 받고 독서교실을 시작하였다. 시작할 때 어린애 띠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3년 동안 생활하면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알기에 엷은 미소가 나온다.

‘벽화그리기’사업도 타 단체가 지금도 학교통학로를 중심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그리고 ‘학생신문’도 계속 발간되고 있다.

어느덧 교직 생활을 한 지도 30년이 되었다. 지역에서 가르친 제자들이 학부모가 되어 자녀교육을 상담해 온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와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하여 자녀가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 지역을 바꾸는 힘은 지역 사람에게 있다.

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나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대라는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 토대 속에서 그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필자는 오늘도 되새김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