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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풀이식 교육 불러올 정시 확대 반대”

23개 교육시민단체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우려”...전북교육청 “지지”


... 문수현 (2018-04-26 13:08:27)

지난 11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대입제도 개편안을 두고 심각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제도 개편의 방향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2년 대학입시제도 개편과 관련해 전국중등교사노조, 서울교사노조, 교육희망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등 교사단체 위주의 23개 단체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입시 제도는 초중교 학교 정상화와 교육혁신에 기여하도록 개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체들은 이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1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새로운 개편방향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과도한 입시 경쟁 속에 수능과목 위주의 강의식,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을 되풀이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안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육부 등 교육계는 이런 입시교육의 병폐를 해결하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학교교육이 되도록 개혁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교육부가 2008년 학교생활기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대입 전형을 도입한 것은 그런 노력의 하나다.

단체들은 그런 노력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학교교육이 주입식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교과수업에서는 물론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도 미래 사회에 대비한 다양한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성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그런 노력에 배치된다는 게 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일부에서 ‘학생부전형을 축소하고, 정시전형을 확대하자’는 쪽으로 여론을 호도한 결과, 학교 교육 정상화와 교육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는 초·중·고 학교교육이 다시 수능 과목 위주의 강의식,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회귀하게 될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시 확대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 육성에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곧 대입제도를 개악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 현장(전주교육지원청)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편의 방향에 대해 단체들은, 먼저 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 요소는 제거하되 전형의 취지를 살려 유지·발전시켜야 하고, 정시 수능전형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육부는 암묵적으로 정시 확대를 전제로 국가교육회의에 주요 논의사항으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비율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수능의 과목, 점수 제공 방식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을 비롯한 교육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들 단체들은 “그동안 교육부는 수능 준비로 문제 풀이에 치중하는 교실, 흥미를 잃어 잠자는 학생을 깨워 즐겁게 배움에 동참하게 하는 수업을 이루어보고자 교육과정 개편과 대입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말해 왔다. 이는 미래 사회에 적합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대입제도 개편으로 변화의 동력을 갖게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교육부를 향해 “변화의 동력이 되는 대입제도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단체들은 수시와 정시 전형 시기의 통합은 수능 영향력 확대 등의 부정적 요소를 해소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면서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수능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 확보로 공정성을 되살려 국민의 신뢰와 공감대 확보,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내신성취 평가제를 전 과목으로 확대,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에 걸맞은 개인 맞춤식 대입제도 설계 등을 제시했다.

평가방식과 관련해 단체들은 “고교 현장에서 학생의 흥미·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의 학습보다 수능 문제풀이를 반복하고, 상대평가 과목(국어, 수학, 탐구)으로 편중학습 및 사교육이 유발되며, 수능의 유·불리를 고려한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수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어야 한 문제라도 더 안 틀리기 위하여 문제풀이 연습에만 매달리는 현재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들은 이후 공동사업으로 정시 수능 확대 반대 국민청원운동을 펼치는 한편, 국가교육회의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한편 전북교육청은 26일 이를 지지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교육의 내실화 및 고교 교육의 정상운영을 희망하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전북교육청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학교교육 내실화와 대학입시제도 개혁을 위한 정책 방향과 일치하여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도교육청은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이 학생 중심, 과정 중심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고교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수능 이후로 수시·정시 전형시기를 통합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능시험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고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내신 성취평가제 및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취평가제는 절대평가를 의미한다. 전북교육청이 이처럼 내신 성취평가제 및 그와 짝을 이루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제를 주장하는 것은 한때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면 학교서열화와 성적 부풀리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던 데 비해 크게 달라진 입장이다.

한편 전북교육청은 수능전형(정시)과 학생부종합전형(수시) 비율의 획일적인 조정보다는 현재의 비율을 유지하고 수시와 정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비율 유지’ 주장은 회견 단체들의 ‘정시 확대 신중’ 입장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단체들은 정시 확대에 반대하면서 정시 축소에도 반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시 축소를 주장하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결국 정시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부터 정시 확대를 암시한 교육부 안까지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