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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inion ]

2018년의 아날로그 선관위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장원(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편집부 기자 (2018년 07월 14일 08시)


(사진=이장원)

7월 13일은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었다. 후보자들과 선거캠프에게는 선관위 선거사무가 사실상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많은 선거사무장들과 사무원들이 선거 사무로부터 해방된 이날, 선거사무장인 나는 선거사무의 많은 부분을 담당해준 선거사무원과 커피숍에 앉아서 허탈하게 웃었다.

“2018년에 이게 무슨 짓이냐?!”

선거사무장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선거사무 경험이 많은 당원들이 “선거 끝날 때까지 선관위랑 투닥거릴 각오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이 가진 권력들을 위임받고자 하는 정치집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만들어 가야할 책무가 있기에, 각오를 다지고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예비후보자 등록 때부터 선관위에 제출해야할 서류들은 많았고, 선거사무가 처음인 나는 여기저기 물어봐가며 서류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3월 2일 대망의 예비후보자 등록일이 되었고, 나는 들고 간 모든 서류를 거의 7번씩은 다시 출력해야했다.

“사무장님, 제출하신 서류에 고쳐야할 부분이 있어요”
“잘못된 부분이 있나요?”
“‘전주시 덕진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전주시덕진구선거관리위원회’라고 붙여써주셔야 합니다. 저쪽 컴퓨터에서 다시 써서 출력하시고 도장 찍어주세요”

선관위 명칭을 정확히 써야한다는 지적을 받고 수정해서 다시 출력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 다음에는 ‘선거명’을 ‘전라북도의회의원선거’라고 써야 하는데, ‘전라북도의회 의원’이라고 썼다고 지적받는 식이었다. 제출하는 서류의 구석구석마다 선관위 명칭과 선거명 등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문구들이 숨어있었고, 선관위 직원은 매의 눈으로 하나하나 콕콕 집어냈다. 후보등록서류를 접수하는 곳 구석에 마련된 컴퓨터 앞에 앉아 서류를 고치고, 출력하고, 지적받고, 폐휴지함에 버리고, 다시 쓰면서, 내가 일머리가 너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내 뒤에 한 글자 잘못 써서 문서를 새로 뽑기 위해 후보자들과 사무장들이 줄을 서있어서 상당한 위안이 되었다.

이런 일들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었다. 서류 내러 갔다가 지적 받아서 선관위 컴퓨터로 문서를 열심히 고치고 출력까지 다 했는데, 사무소에 직인을 놓고 와서 다시 되돌아가느라 1시간 반을 길에서 보낸다던지 뭐 이런 일들은 툭하면 벌어졌다.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가 덜렁대기까지 한 게 영향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요즘 시대에 관공서에 서류를 직접 뽑아들고 가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오타 한 자 용납하지 않는다니?

지금은 2018년이다! 스마트폰에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지문으로 계좌이체를 하고,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집 가스밸브도 잠그는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선관위에서 진행되는 선거사무는 대부분 서류와 도장으로 진행된다.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들도 결국은 다 출력해서 선관위로 들고 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서류를 직접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영수증이나 계약서 등 증빙자료 제출이 필요한 사무 외에는 최대한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전과조회, 납세기록 조회 등 직접 유관기관에 가서 신청서를 내고 출력해 선관위에 들고 가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원스톱으로 신청,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어떨까? 민원24를 봐도 그렇고, 한국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을 신청할 때 가구구성원 재산조회까지 한 홈페이지에서 다 진행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그리 어렵진 않아 보인다. 선거사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문제는 후보자와 선거관계자들의 편의성을 높여 유권자들을 만날 시간을 늘리게 하는 취지에서도 중요하지만, 서류들을 하나하나 눈과 손으로 훑으면서 누락된 게 없는지, 맞춤법 틀린 건 없는지 찾고 있는 선관위 직원들의 모습들이 더 안쓰럽다. 세금으로 고용된 고급 인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띄어쓰기가 틀렸나 빠진 단어가 있나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라니! 사회적 낭비다. 그러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퇴근해서 충분한 휴식이라도 취하는 게 사회의 공적 이익에 더 부합하리라 생각한다.

다음 총선에서는 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선거사무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제발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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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구도>조직>선거운동, 그리고 선거제도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장원(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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