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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인 상산고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하며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전주고등학교 교사)


... 편집부 (2018-07-26 19: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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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18(수)에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방청객 패널이라는 다소 어색한 역할로 KBS 방송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주제는 상산고를 비롯한 자사고 우선 선발권 취소 처분 유예에 따른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란이었다. 4분의 패널들의 토론이 전개되는 가운데 일반 방청객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약간은 조미료와 같은 역할이었다. 그 동안 생각했던 자사고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발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마이크 울렁증에 따른 논리 전개 부족으로 인한 여운이 강하게 남아 마무리 정리를 하고자 한다.

상산고와 같은 자립형 사립학교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 의해 획일적인 7차 교육 과정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고교 교육 과정 운영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탄생하였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 의해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로 학생 선발권을 보장받으면서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자사고 존재의 가장 중요한 핵심 이유는 바로 교육 과정 운영의 자율성에 있다. 실제 상산고도 수월성 보다는 다양한 교육 과정 운영을 학교 운영의 첫 번째 존재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먼저 상산고 교육 과정 운영의 다양성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2016년 국영수 비중이 자연계의 경우 51.9%이었고 2017년은 53.4%였다. 국영수 교과목은 교육 과정 다양성을 위해 2009 교육과정에서도 50% 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린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산고는 정부의 기본 지침마저도 지키지 않을 정도로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 과정을 편성하였다. 이에 대해 상산고 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국영수 비중이 높지만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실화된 교육 과정을 편성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시하였지만 3학년 교육 과정에 수학연습Ⅰ,Ⅱ 과목이 편성되었으며 심화미적분학, 수리탐구와 같은 심화된 학생 선택 과목 같은 경우는 3학년 1학기 혹은 2학기에 운영하도록 편성되어 있어 실제 운영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수능 준비를 위한 교육 과정 편성이라는 의혹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탐구 과목의 교육 과정 편성도 일반계 고등학교와 차이점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으며 과학 과목Ⅱ의 경우 일반고 과학 중점 학교에 비해 오히려 학생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고 고급 과학의 경우도 교육 과정은 편성되었지만 수시를 희망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선택 자유를 부여하는 수준에 불과하여 대부분 학생들은 수능 중심 정시에 대비하도록 하는 이원적 교육 과정을 운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쉼’과‘여유’를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상산고는 교육부 기본 교과 단위인 180단위를 훨씬 초과하여 최대 208단위와 202단위까지 편성하여 교육 과정을 운영하였다. 주당 수업 시간을 기준으로 일반고는 창의적 체험 활동을 포함하여 34시간을 운영하지만 상산고는 2016학년도 기준 1학년은 39시간, 선택 교육 과정인 2학년 인문 계열은 36~43시간, 자연 계열은 38~48시간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편성하고 있었다. 결국 상산고는 교육 과정의 다양성과 자율적 운영 권한을 이용하여 교과 시수를 최대한 확보하여 일반고와 비교할 때 하루 1~2시간 이상 수업을 더 편성 운영하여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권을 오히려 박탈하고 입시 중심 수업을 운영하지 않았나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산고는 전북 이외의 학생이 약 70% 이상을 차지하여 상산고가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또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전주로 이동하여 생활하면서 제2의 전북도민으로 생활하는 다양성을 주장하였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지역적 문화적 차이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계층 간의 다양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계층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의 문화적 격차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배려와 협력의 참된 가치를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산고가 주장하는 다양한 교육 과정 운영을 살펴보면서 다양성의 문제점과 운영의 허구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 전개마저도 2009 교육 과정에서의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2015교육 과정에서는 상산고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가 동일하게 학생 중심의 다양한 교육 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가 아니라 반드시 편성해야만 한다. 즉, 더 이상 교육 과정 편성과 운영의 다양성은 상산고만의 독점물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동일하게 갖는 권리이자 의무가 되었다. 따라서 교육 과정 운영의 다양성을 근거로 했던 자사고인 상산고와 학생 우선 선발권 주장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폐지를 주장하는 참된 이유는 오히려 상산고가 2015 교육 과정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2015 교육 과정은 문이과 구분 폐지를 통한 융합 교육과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 보장을 통한 교육 과정 운영의 다양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신 절대 평가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아울러 대학 입시에 좌우되지 않고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 과정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수능 절대 평가 혹은 자격 고사화가 필수 전제 조건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자사고에 학생 우선 선발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내신 절대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자사고는 우수한 학교 시설과 학생 선발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수 학생을 완전 독점하며 수월성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학생 선발 우선권을 갖는 자사고가 평준화 고등학교와 별도로 존재한다면 일반고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다양한 교육 과정 운영 또한 파행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산고가 진정한 의미의 지역 명문 학교로 발전하고 또 지역 교육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지금과 같은 특권적 지위를 버리고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하여 주변에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해 다양한 교육 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교육 과정 거점 학교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참된 건학 이념에 맞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일부에서는 상산고가 일반고가 된다면 지역 교육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지역 경제에도 커다란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거꾸로 전주지역 일반고 학교들의 교육 여건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주 지역 학교의 학급당 인원이 감소되어 쾌적한 교육 환경 조성은 물론 학생 중심 교육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상산고가 축적했다고 주장하는 교수-학습 활동의 노하우를 일반고와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지역 교육계에도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그동안 특정 학교 입학을 목표로 초중학교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고액 사교육비 부담이 감소하여 오히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액 사교육은 자기 자녀에 대해 갖는 무한 기대 심리로 인해 실제 가능성 보다는 “잘하면 될 수 있을 거야”라는 끊임없는 희망 고문으로 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하여 장바구니 가정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으로 일부 중학교의 상위권 학생 중심 과잉 경쟁이 사라지게 되면서 보다 수월성 보다는 기초 학력 신장에 보다 충실한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자사고인 상산고’보다는 ‘일반고인 상산고’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공익적 기여를 더욱 크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15 교육 과정 운영과 2022 고교 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추진하기에 2% 이상 부족한 지역의 물리적 여건을 상산고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 이상 시기와 질투,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협력하는 교육 동반자의 역할을 하게 될 일반고로서 상산고의 새로운 탄생을 적극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