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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분노 사회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3)] 성소수자부모모임

편집부 기자 (2018년 08월 12일 09시)


(사진=정은애)

차별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 공존하기 때문이다.”
2007년 청계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당시 단상에 올랐던 한 정치가가 했던 말이다.
또한 그는 일곱가지 색깔 가운데 어느 색깔도 아름답지 않은 색깔이 없다고 말했다.
“빨강이 노랑을 차별하는가 노랑이 파랑을 차별하는가 서로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지개가 될 수 있다”며 “우리 헌법에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나와 있다. 종교든 사상이든 양심이든 학문이든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해선 안 된다. 생각이 다르다 하여 억압하고 차별하는 세상은 문명사회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2006년에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2008년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차별금지법‘을 국회의원으로서는 최초로 발의했다.
짐작하겠지만 그는 이제는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다.
차별을 세상에서 무엇보다 싫어했으나 힘없는 사람, 낮은 자리, 소외된 삶에 차별적일만큼 애정을 갖고 힘이 되려 애썼기에 재벌에게 공격 받고 권력에 의해 핍박받았으며 심지어는 같은 진보진영에서조차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줄을 타는 광대는 언제나 몸이 기우는 반대방향으로, 몸이 기울어진 각도만큼 더 기울게 부채를 펼쳐야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고 노회찬 의원의 차별이야말로 이 사회의 왼쪽에서 진정한 균형추 역할을 했음에 동의할 것이다.

분노
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가 자신에게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율리 구리엘에 대해 격노하지 않고 이 사건이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길 원한다”고 밝혀 찬사를 받았으나 NBC 뉴스의 빌 베어 기자는 “다르빗슈의 대응은 우아하고 품위 있었지만, 모든 혐오의 피해자들이 그처럼 주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진 않다. 만약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화내면 왜 다르빗슈처럼 관대하지 않냐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분노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고, 특히 편협(혐오발언)에 대응하는 적절한 반응이다. 분노는 사회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다르빗슈가 구리엘에게 했던 방식이었다면, 우리는 여성의 참정권이나 인종차별 철폐를 성취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다.
분노는 사람에게 필요한 감정이다.
너무 과할 때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분노가 아주 없다면 개인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부조리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종종 여론 혹은 군중의 분노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아왔다.
크게는 2016년 촛불집회로 인해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며 가깝게는 아시아나· 대한항공 집회로 재벌갑질과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 동력이 되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는 유럽의 경우 개인과 언론의 자유를 매우 존중해주고 있으나 종교나 장애유무, 인종이나 성적지향 등 차별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을 적용하여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또한 그런 미성숙한 행동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여론이 분노하며 아무리 유명인사라도 퇴출시킬 정도로 문화가 성숙했다.


▲7월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성소수자부모모임

축제
지난 7월 14일에는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늘 그러하듯이 올해도 예년과 같이 서울 광장안의 5만여 명의 시민과 함께
'퀴어라운드'라는 슬로건과 함께 열렸다. '퀴어라운드'의 의미는 '당신 주변에는 항상 성소수자가 있다'라는 의미로 알려졌다. 
우리 주변에 같이 숨쉬고 살고 있는데 혐오의 시선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고 사는 성소수자들이 있음을 알리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성소수자부모들은 퀴어 퍼레이드에서 프리허그를 하였다.
“여러분~ 어서오세요, 안아 드릴께요!” 하면 성소수자들은 나이가 많든지 적든지 울면서 안겨온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안겨오는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다.
마치 “ 나 여기 있어요!!”하는 느낌.
부모들 또한 “ 그래 알아, 그간 네가 아닌 듯이 사느라고 힘들었지? 우린 알아.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온전히 아름다운지.”
이런 느낌으로 프리허그를 하며 부모들도 운다.
그냥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사자들은 안도하고 고마워하고 살아 낼 힘을 갖는가 보다.
그런 광경은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이 보아도 감동적이다.


▲7월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들이 성소수자들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성소수자부모모임

또 하나의 축제
대형마트 원+원 상품처럼 퀴어축제 때마다 덩달아 등장하는 익숙한 광경이 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광장 밖에서 현란한 부채춤과 최대음량의 찬송·기도로 축제를 빛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땀 흘리는 안쓰러운 모습이다.
이성애자가 누구에게 허락받고 이성애자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성소수자 또한 누구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으며 자기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누군가가 강요하고 싫어한다 해서 바꿀 수 없는 거라는 걸 이해 못 하는 게 안타깝지만, 이 더운 날씨에 나름의 진정성을 갖고 애쓰는 그들에게도 이 행사는 또 하나의 축제 아닌가.
어떤 사람은 축제 개최를 반대 또는 혐오하고, 어떤 사람은 성소수자는 상관없으나 표현방식이 과하다고 비난한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퀴어문화축제의 표현방식에 대해 성소수자들도 투명인간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간의 답답함을 토해내고 마음껏 숨쉬고 표현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간 힘들었을 텐데 그 정도는 약과지‘ 정도의 아량이 있었으면 한다.
또한 대중적으로 막말과 혐오발언을 일삼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에게 사회적 여론을 통해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어 때로는 혐오표현도 난무하지만 그들은 혐오표현 규제법을 만드는 데 소극적인 대신 ’혐오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한다. 그들을 시민사회의 힘으로 퇴출시키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시민사회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더 적은 (혐오)표현이 아니라 더 많은 (혐오표현에 분노하는) 표현이 최고의 복수 전략”이라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상식과 합리를 존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권문제에 당당히 나설 때이다.
만일 자신이 사회적 소수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사자로서 그 그룹의 인권신장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만일 자신이 특권그룹에 속한 사람이라면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지 않고 더 나아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진정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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