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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에서의 미·중 군사적 갈등 가능성은?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김진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 편집부 (2018-12-03 15: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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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진영)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전 세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벌어지는 영역은 무역만이 아니다. 동아시아를 둘러싼 바다와 태평양도 미·중 갈등의 주요 무대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로와 해양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은, 역시 이 지역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며 전통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해양 통제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관련 국가들의 해양 군비경쟁과 지역에서의 갈등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을 노리는 중국의 꿈

동아시아의 해양 영역은 방대하다. 대부분 국가가 해양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해양 분쟁도 많고 잦다. 그 중에서도 중국이 자국과 인접한 중국해,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최근 역내 해양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여러 가지다. 일단 최대 안보 위협 요인인 대만을 통제하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제3국의 개입 또는 영향력 행사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해양을 장악해야 한다. 경제적인 요인도 많다. 상하이, 홍콩 등 경제중심지들이 해안과 가깝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막대한 해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미해결 영토분쟁은 해저 석유,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자원 문제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원자재, 교역 물품 수송이 해상 교통로에 의존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 및 영향력 확보도 필요하다. 중국은 자원 보유국 및 주요 시장, 이를 연결하는 해상 병참선의 안정을 노리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목표가 있다. 이를 위해 중국군의 원거리 전력투사능력과 태평양 및 인도양에서 미국의 개입을 막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Denial)능력이 필수적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도 군사기지화를 통해 반접근·지역거부 능력을 강화하고, 서태평양에 진출하여 대미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항공모함을 1500킬로미터 밖에서 공격할 수 있는 대함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거나 주일 미군기지, 괌 기지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향상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이 미국의 전략투사능력과 억제능력을 현저히 훼손시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은 이미 제2도련선까지 미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단기 전략목표를 제1 도련선에 위치한 대만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서해에 대한 통제 및 영향력 확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군사·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일본 남부 근해, 태평양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근해를 잇는 제2 도련선까지 미치고 있다. 기존 중국 잠수함이 제1 도련선까지 항해했던 것에 반해 ‘해군력 현대화’ 명목으로 도입된 신형 잠수함들은 제2 도련선까지 항해가 가능하다. 또 중국은 해양에서 대규모 장거리 및 장기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항공모함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및 현대화를 단순한 군사력 보강의 차원으로 볼 순 없다. 미국은 이를 경제력과 함께 중국의 국가전략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핵심수단으로 평가한다. 중국의 장기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군의 현대화된 군사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말 시작된 시진핑 중국 주석 집권 2기의 목표는 강군몽(强軍夢)의 실현이며, 이는 2050년까지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청사진과 맞물린다.

중국의 야심은 동아시아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2013년 내놓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동아프리카, 인도양,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의 인프라 연계를 강화하는 개발 전략이다. 이 전략은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인프라 개발 전략인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보완한다. 이 두 전략이 합쳐진 것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이다.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들은 인프라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의 투자를 반길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항구들을 잇는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

2004년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이 인도양에 기지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가리키며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대만 분쟁의 경우에 미국 해군을 포함해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중국의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중국의 무역 이익을 확장하고 공급경로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이 인도양 지역을 ‘지배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해상 실크로드는 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항구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있다. 파키스탄 과다르,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 콜롬보, 미얀마 차우크퓨 등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지역은 진주 목걸이 전략에서도 중요한 항구들이며, 유사시 중국군이 주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거점들을 통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부터 중국이 처음으로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한 지부티 오보크까지 중국의 해로가 연결된다.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은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지만, 직접적 경제성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이 투자가 과연 경제적인 성격인지, 아니면 군사적인 성격인지 의심받는 이유다.

미국의 대응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미국의 안보와 헤게모니에 심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다각도의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무역·한반도 문제를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여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아시아 순방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소개했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근본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인도와 일본의 중요성을 좀 더 강조하는 전략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군사 개혁과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국의 대응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하나의 전략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규범과 원칙을 하나의 수사적 개념으로 통합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공해전투개념, 합동작전접근개념, 제3차 상쇄전략(미국의 재래식 저지력을 강하게 만들고 중국과 국방과학기술의 간격을 다시 넓히려는 전략을 추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싱크탱크들도 앞으로의 미·중 군사 갈등을 필연으로 예상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력 강화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2017년 보고서 <삼(3)해를 넘어서: 중국 공해 해군의 도전>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 특히 해군력의 상승은 미국이 공해에서 압도적인 해군력 우위를 누려온 시대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2030년에 공해의 주도적인 해군력이 될 것이다. 중국군의 전 세계에서의 세력투사와 육해공 작전 운용력 강화, 이에 따른 미·중 간 갈등은 향후 세계 정치의 기본 조건이 될 것이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능력은 이미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을 위태롭게 하고 있고, 중국의 공해 지배력은 해양 경쟁의 새로운 영역을 열 것이다. 이 보고서는 중국인민군이 2030년까지 전함 500척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에 맞춰 미 해군 전함 수를 최소 350척까지 늘리는 것을 포함하여 미국의 해군력·공군력·육군력 강화, 아시아에 전진 배치된 미군의 전력 강화와 다각화(괌과 남한에 추가적인 전함 배치), 남중국해에 항구적인 전함 배치, 일본·인도·남한 등 동맹국들의 군사력과 협력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아시아 해양의 강압에 대응하여: 회색지대 억제의 이론과 실제>에서 중국의 해군력 강화와 해상 지배 시도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면서, 향후 가능한 충돌 시나리오에 미군이 개입해야 함을 주장한다. 아시아 해양에는 센카쿠 열도, 스프래틀리 군도, 스카버러 암초 등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 간 영토분쟁 지역이 많다. 중국이 이러한 지역에 군사적 통제를 시도할 경우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의에 따라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군과 미군이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중 갈등, 아시아의 갈등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해양 분쟁은 대개 민족주의적 국민감정이 강하게 얽혀있어, 국가 간 갈등의 도화선과 같은 기능을 한다. 이 지역 도서 영유권 분쟁의 기원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연관이 크다. 그 때문에 단순한 영토분쟁이 아니라 과거 역사를 둘러싼 갈등과 직결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2000년대부터 해양 분쟁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은 냉전 종식으로 과거의 갈등 억제 기조가 전반적으로 약화한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각국 정부들도 해양 분쟁이나 민족주의적 감정을 정권 유지, 군사력 강화 등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중국 지도

이러한 갈등은 국제적인 조정이나 사법 절차로 해결되기 어렵다.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하자 중국 내에서 거센 반발이 있었는데, “중국은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中国一点都不能少)란 해시태그와 함께 남중국해를 중국 영토에 포함한 지도를 SNS에 올리는 것이 유명 연예인들을 필두로 크게 유행한 것이 한 예다. 이러한 행동은 ‘애국’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러한 토양에서 중국의 해군력 강화와 해상 통제 시도,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개입 증가와 동맹국들의 전력 강화 촉구는 아시아 국가들의 연쇄적인 군비경쟁과 긴장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 외교적·법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전통이 미미하고, 각국의 이익과 감정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커지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