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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다한 이야기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7)] 성소수자부모모임

편집부 기자 (2018년 12월 16일 20시)


(사진=정은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는 부모뿐 아니라 성소수자 당사자도 많이 참석한다.
최근 30대의 남자가 모임에 참석해 자기소개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 나는 여자인 것 같다’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저히 말을 못하고 살며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여 몇 년이 지났는데 더 이상 사람들에게 남자로 보여지는 삶을 살기가 힘들어 본인의 성정체성을 비수술 MTF 트랜스젠더(외과적 수술을 하지 않은 male to female-남자에서 여자)로 커밍아웃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배우자는 처음보다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데 다른 가족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트랜스젠더라 하여 모두가 성전환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출생했을 때 부모가 관공서에 신고하는 지정성별(남·여)과 본인이 생각하는 성정체성이 다른 경우 당사자들은 많은 시간동안 힘든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정체화하는 경우 호르몬 요법이나 성전환 수술을 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신체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인 성전환 수술을 굳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머리와 마음은 오래전부터 지정성별(신고된 성별)과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전환수술없이 호르몬요법만 한다거나 다른 처치(미용, 성형, 목소리 등)만으로 지정성별이 아닌,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본래의 성정체성에 맞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진학, 취업, 병원진료 등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 기재가 필수이기 때문에 본인이 표현하는 성정체성과 주민등록 앞자리 숫자가 다를 경우 생기는 어려움이 수없이 많다.
다수의 외국에서 성별 구분 없이 국민고유식별번호를 쓰는 경우와 다른 것이다.
하여 트랜스젠더들은 주민등록번호에 1과 2로 성별 구분 기재된 숫자를 바꾸기 위해 무리해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유엔(UN)에서는 성별정정시 외과수술 요구를 일종의 국가의 고문으로 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성별정정을 신청할 때 외과적 수술을 마쳐야만 성별정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유엔기준으로 보면 국가가 고문을 하는 것이다.

또한 수술 후 성별정정 여부마저 일정한 기준이 없고 가정법원 판사의 개별적 판단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법부에 성별정정에 대한 일관된 기준이 없기에 복잡하고 자세한 서류 요구와 심리 끝에 똑같은 사안이 어느 법원에서는 “이유 없다” 단 한 마디로 기각되기도 하고 어느 법원에서는 성별정정이 인용되기도 한다.
성소수자 당사자들 중 성정체성을 쉽게 생각하고 트랜스젠더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그럴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안다.
남자라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서 성전환 수술을 하거나 평생을 여자인 척 살 수 있는지.
여자라면 명예남성으로 살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포기하고 평생을 남자인 척 살 수 있는지.

혹여라도 여자들의 공간에 침입할 목적으로 트랜스젠더인 척 남자가 여장을 하며 사람을 속이는 범죄를 염려하여 트랜스젠더 자체를 혐오한다면 물어보고 싶다.
일반적으로 범죄자의 90%는 남자라고 하는데(통계에 따르면 교도소 재소자 중 남자 90% 여자 10%) 이 사실만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범죄성향이 9배 이상 높다고 말하거나 그래서 남자하고 사회생활을 같이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또한 여성 자궁경부암의 가장 큰 원인은 성관계인데 그래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성관계를 금지하는 것이 정확한 답일까 말이다.
위 두 경우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세상에 남녀의 수는 비슷하지만 그간 남자의 활동영역이 더 넓다보니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 높지 않을까. 또한 자궁경부암을 예방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관계를 “금지”시킬게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성관계”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이 결과에 대한 올바른 분석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인 척 속이고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사람의 개별적인 범죄에 대해 논할 일이지 모든 트랜스젠더를 의심하는 건 위험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그리고 복장에 관해서라면 이성의 의상을 정규적으로 입는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 남성으로서 여성의 옷을 즐겨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의 경우는 성소수자의 한 부분일 뿐이며 범죄와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남녀로 구분되고 여성에 맞는 옷차림과 태도, 남성에 맞는 복장과 성향을 요구받을 때 모두가 그리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논 바이너리(Non Binary-여성이나 남성이라는 성별 이분법적 개념에 해당하지 않는 성별 정체성)라고 하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그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에게도 로맨틱한 끌림이나 성적인 욕구를 느끼지 않는 A로맨틱, A섹슈얼도 있다.

당사자들이 표현을 안 하면 모르는 경우(동성애, A로맨틱 등), 혹은 어쩔 수 없이 가시화되지만(트랜스젠더, 논 바이너리, 크로스드레서 등) 별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 모두 포함하여 여태까지 관심을 갖지 않아서 그렇지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도 가족이나 지인 중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소중하게 존중받아야 할 사회의 일원이다.

우리는 그간 그들에게 왜 그렇게 사는지에 대해 지나친 간섭과 관심을 갖거나 혹은 보이는 외모에 대해 무심 무례하게 상처를 주고 살아왔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날마다 해마다 진화하는 존재이다.
타인의 삶을 낮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세계관이 조금 진화된 증거이고 이전보다 포용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조금 더 진화된 증거라 할 수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자신이 사는 세상을 조금 더 근사하게 만들고 싶다면 ‘비온뒤 무지개 재단’에서 하는 엘라이 캠페인에 관심 가져보길 권한다.
엘라이는 ‘사회 속에서 차별을 관심 있게 찾아보고,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당사자가 아니라도 성소수자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부당한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엘라이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웃사랑은 크게 다른 게 아니에요”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님의 말이다(엘라이 선언 http://iamally.kr/).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30대 MTF 트랜스젠더 남성은 부모모임에 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부모들을 만나 위로를 받고 싶었다”고.
어렵게 말하는 그 얼굴에는 커밍아웃 이후의 파장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깊은 한숨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결의 한숨 또한 느껴졌다.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은 안도의 느낌,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그 미안함 때문에 삼십년을 감추고 살아온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게 된 편안함...

그이에게 말 해주고 싶다.
커밍아웃을 평생 못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준 것이 감사하다고.
이보다 늦거나 더 안 좋은 상황에서의 커밍아웃보다는 지금인 것이 다행이며,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세상을 마치는 것이 부모의 참뜻은 아닐 거라고.
무엇보다 커밍아웃 후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힘을 얻기 위해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찾아 용기 내어 이야기해준 덕분에 부모들이 더 깊은 위로와 감사를 느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신께서 그러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온 마음을 다해 빌어본다.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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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 관용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정은애의 ‘퀴어 이야기’(6)] 성소수자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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