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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7 15:16:03

아낌없이 주는 나무(3) : 찔레

[동산바치의 花和人仁(12)] 김근오(꽃마실카페)


... 편집부 (2019-02-25 20: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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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근오)

동산바치의 “花和人仁”
[열두 번째 이야기-아낌없이 주는 나무(3): 찔레]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되니 정말이지 비가 내리고 날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봉긋해진 매화 꽃망울이 곧 터질 듯합니다.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이 점점 분주해지는 시기가 왔네요.
이번 호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세 번째 시리즈로 ‘찔레’의 세계를 한번 탐방해볼까 합니다.

가시가 많아 여기저기 찔리기에 붙여졌을 이름 찔레. 그렇지만 하얀 꽃이 순박하고도 아름다운 가시나무.
이 찔레나무의 학명은 Rosa multiflora THUNB.으로, ‘장미속의 꽃이 풍성한 종’이라는 뜻이지요. 한자로는 野薔薇(야장미), 영어로는 baby rose(애기장미) 또는 baby brier, 일본어로는 ノイバラ(노이바라 : 들장미)라고 합니다.
찔레나무는 양지나 물가에 살며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나고 중국, 일본에도 분포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겨봤던 만화에 ‘들장미 소녀 캔디’가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들장미가 다름 아닌 찔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네요.


▲만발한 찔레꽃

들장미 찔레는 야생성이 강합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지요.
꽃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심기도 하는데, 가시가 있고 2m 남짓 키가 자라서 주로 담장 울타리로 가꿉니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개량 넝쿨장미로 대체가 되어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들장미 찔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경수적인 가치 외에도 찔레는 다른 쓰임새들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나라 토종으로 장미과 중에서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장미의 원예 품종을 번식시킬 때 대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어린순은 껍질을 벗겨 날로 먹기도 하는데, 여기에 예전 보릿고개의 아린 추억이 깃들어 있지요.
이연실 님의 노랫말에 그 그리움이 잘 녹아나옵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한방에서는 찔레나무를 ‘석산호(石珊湖)’라 부르며, 그 열매를 ‘영실(營實)’이라 하여 귀한 약재로 사용하였는데, 열매는 여성의 생리불순, 변비, 신장염, 방광염 등을 치료하는 데, 뿌리는 산후풍, 부종, 어혈,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데 이용한답니다.


▲빠알간 찔레열매

시골보다 도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고, 찔레보다는 더 꽃이 화려한 개량장미가 널리 보급되면서 찔레를 가꾸는 사람들이 지금은 꽤 줄어들었지요.
또 한편 밭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찔레나무는 때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생장 번식력이 좋아서 금방 자라 번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왕성한 생장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찔레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리하여 천덕꾸러기 찔레는 황폐해진 땅을 복원하기 위한 복원수종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뿌리를 내릴뿐더러 그 가시덤불이 방어막이 되어 다른 침입자들을 막아주기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장미의 계절에 피어나는 찔레꽃은 그 향기도 좋지만, 꿀도 맛이 좋아서 벌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훌륭한 밀원식물의 기능도 하는 셈이지요.

소리꾼 장사익 님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라고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라고 노래합니다.
찔레꽃에 얽힌 전설이 너무나 서글픈 까닭일까요.....
고려시절 원나라에 공녀로 팔려가 생이별을 하고 결국 죽음을 맞는 찔레와 달래 두 자매의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 소녀 캔디처럼 저 들판의 찔레는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 물러갔다고 할지라도 그리 애닯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뉴월이 되면 여전히 하얀 꽃을 멋스럽게 피울 테고, 벌과 새들을 먹일 것입니다,
묵묵히 받아주고 안아주는 온화한 엄마처럼 말이지요.

참고자료
1. [Daum백과] 찔레나무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 제목 설명
위 ‘화화인인(花和人仁)’은 ‘꽃은 어울리고, 사람은 어질다’라는 뜻으로 자가제작한 표현인데, 꽃마실 카페 여는 잔치의 부제이기도 했다.
중문식으로 보자면 ‘꽃이 사람과 더불어 어질다’라는 뜻이 될 텐데, 더 나아가 ‘꽃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사람이 어질 수 있다’는 확대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동산바치 소개
본 코너지기인 동산바치 김근오는 현재 전주에서 ‘꽃마실’이라는 플라워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원예학을 전공했으며, 귀농을 준비한 지 오래되었고, 꾸준히 텃밭농사도 짓고 있다. 틈틈이 산과 들의 식물들을 만나며 관련지식을 쌓아 가는 중이라고.

동산바치 : 원예사 또는 정원사(gardener)를 뜻하는 순우리말.

[편집자] <동산바치의 花和人仁>은 월 1회, 네째 주 화요일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