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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예술 미투1년 당사자·지원단체 토론

2차 가해 문제, 안전한 작업환경, 법제도 개선과제 등 화두

문수현(2019년 03월 15일 10시22분)


지난해 초반 시작된 미투운동이 1년이 흘렀다.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어떤 모색이 있었을까. 지난해 미투 운동에 나섰던 전북문화예술계 당사자와 지원단체들이 참가한 포럼이 열렸다.

14일 성폭력예방치료센터와 전주시인권센터가 주최한 ‘전북 문화예술 미투 1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포럼이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개최됐다. 전주시인권센터 황지영씨가 사회를,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송경숙씨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전북 문화예술계 미투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미투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 실태와 쟁점을 짚어보고, 미투 운동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준) 송원(배우)씨는 “전북이라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나는 ‘어느 집 자식’ 또는 ‘누구 손녀’라는 말로 더 쉽게 인식된다”며 “공론화를 결심하면서 지역을 떠나거나 그토록 사랑했던 예술을 버리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기에 지역 내 피해자는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피해사실 공론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 왼쪽부터 권지현, 김보은, 송경숙, 이성미, 송원씨

그는 또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지역 문화에술계에 반성폭력 연대조직이 전혀 없었고 소통창구도 부재했으며, 문화예술계 안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은 전무했다”며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의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자가 대부분 단체의 막내거나 신입 여성인 점도 강조했다.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지역 예술단체의 특성상 지원금을 받아온 대표나 연출이 별도 오디션 없이 청년예술인이나 예비예술인에 대한 참여권한을 쥐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전북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생계를 위한 가장 바라는 점으로 ‘지원사업 시스템 변화’ 응답이 50%를 차지했다.

송원 배우는 “지난해 문체부 설문에 참여한 여성 예술인 중 50% 이상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며 “지역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전북지역에서 실태조사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은 갑질의 또 다른 발현”이라며 “공적자원이 풍부한 기득권이 다시 공적자원을 얻게 되는 현재의 지원금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지역 예술가의 생계에 대해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김보은(배우)씨는 ‘미투 1년, 말하기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변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연극계 내 성폭력 고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뒤 “피해자들은 여전히 법적소송이나 2차가해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라며 “미투 피해자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피해를 말할 수 있을 때,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비난받지 않을 때, 가해자를 지목할 수 있고 공동체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공동체적 노력의 사례로 한국에서도 미국의 시카고 씨어터 스탠다드(약칭 CTS)를 모델로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가칭 KTS)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돼왔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연극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구성원들이 예를 들어 작업장 내의 호칭을 정하고, 작업과정 중에 서로 존댓말을 사용할지 반말을 할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술자리나 식사자리에 규칙 등을 정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아직 연극계 전체의 문화로 확산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보은 배우는 “스탠다드(내부규약)는 단순히 존재한다고 해서 그 역할을 다하진 않는다. 연극공동체의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스탠다드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 KTS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문화예술연합 이성미 대표는 미투운동 이후 법과 제도 개선노력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특히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종사자 대다수가 프리랜서여서 공동체적이고 조직문화적인 접근없인 해결이 어렵다”면서 예술계 성폭력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성폭력 가해경력자에 대한 행정적 징계와 재정적 불이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권지현씨는 ‘전북 문화예술계 미투 1년 그리고 2차 피해’를 주제로 한 토론을 통해, 성폭력 2차 가해 해결을 위해서는 ‘잘 해결된’ 사례를 합심해서 만들어내고 그를 통한 배움의 기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강조하는 ‘잘 해결된’ 사례란 ‘가해자가 부인하고 도망가기보다 맞닥뜨리고, 피해자가 원하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 사례다.

전북 문화예술계 미투는 1년이 경과했지만, 이런 산적한 과제를 생각할 때 말하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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