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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7 15:16:03

전북 공공어린이재활센터에 ‘기대 반 회의 반’

장애아동 부모들 “복지부 기준이면 ‘병원난민’ 처지 벗기 어려워”


... 문수현 (2019-10-10 12:02:10)

“전북에는 1만여 장애아동이 있다. 하지만 사회는 이 아동들의 치료와 교육, 가족의 문제에 무관심했다. 장애아동들은 치료시설이 부족해 지역에서 제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수도권을 떠돌고 있으며 일부 중증장애아동들은 재활치료에서도 소외되어왔다.”

지난 7일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들이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전북부모회(한걸음)’을 출범하면서 한 말이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2021년 전북에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가 들어서게 된 데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반기면서도, 건립될 센터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북에 들어설 공공어린이재활센터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한참 미달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공모안에 따르면, 센터와 병원의 시설기준 예산은 36억원과 72억원으로 1:2 수준이다. 필수시설 기준으로 보면 병원은 입원병실 30병상 이상에 낮병실 20병실 이상인 반면, 센터는 입원병실은 없고 낮병실만 20병상이다. 외래에 있어서도 병원은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치과를 필수시설로 규정한 데 비해 센터는 재활치료만 필수시설이다.

재활치료시설의 경우도 병원은 각 치료실을 소아와 청소년을 분리해 설치하도록 한 반면, 센터는 소아와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고 각 1실을 만들도록 규정했다.

환자가족들의 기대수요가 큰 수치료 시설도 차이가 있다. 병원은 이를 의무시설로 하고 있지만 센터는 그렇지 않다.



전북 ‘한걸음’ 부모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재활치료 중인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전북지역 치료시설에 대해 74.5%가 ‘다양한 재활치료시설(수치료, 로봇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타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이유로 ‘전북권 내 다양한 재활치료의 부족’(64.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아재활치료 필수인력도 병원과 센터는 차이가 크다. 병원은 전문의 5명, 센터는 전문의가 1명이며, 치료사는 병원이 40명, 센터는 11명이다. 간호사 역시 병원은 17명, 센터는 2명이다.

장애아동 가족들은 이와 같은 보건복지부 공모안에 따른 전북권 공공어린이재활센터의 규모는 전북지역 어린이재활치료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걸음’ 부모회에 따르면 전북권의 어린이재활 환자 수는 1만585명이며 이 중 치료환자는 753명이다. 이들 중 21.2%가 입원을 위해 1년 이상 대기한 경험이 있고, 전체 응답자 중 54%가 ‘병원난민’을 경험했다. 장애 발견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61.9%였다. 그 이유는 ‘병원 부족’, ‘대기자가 많아서’ 등이었다.

결국 전북에 공공어린이재활센터가 들어선다 해도 보건복지부 공모안 대로라면 장애아동 부모들의 요구사항을 거의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한걸음’ 부모회는 실태조사 결과 부모들의 요구를 △병원치료비 부담 해소 △장애발견 및 인지 시 적절한 상담, 안내서비스 가능 △장애발견시 신속한 집중치료 △생애주기별로 충분한 장애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병상 및 치료시설과 치료인력 확보 △전북권 내 병원시설에 수준 높은 다양한 재활치료시설 확충 △전북권 내 재활전문의사, 치료사들의 실력 향상 등으로 종합했다.

한편, 전주 예수병원이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로 지난달 26일 지정됐다. 오는 2021년까지 건립을 목표로 총72억원(국비50%, 지방비50%)의 사업비가 투여되며, 전문소아재활치료 및 생애주기별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장애아동 부모들과 예수병원의 간담회가 16일께로 예정돼 있다.

전라북도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증가하는 재활치료에 대한 수요에 따라 추가 병상확보 필요로 총사업비 270억원, 150여 병상 규모의 권역재활병원 신규 건립을 중앙공모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