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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확대!! 어떤 학생을 위해 종은 울리나

서울과 자사고를 위한 대입 전형이 바로 정시


... 편집부 (2019-11-06 22: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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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
(사진, 글= 권혁선 교육공동연구원 대표, 전주고등학교 교사)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라는 시정 연설로 지난 10년 동안 암기 위주 지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창의력과 상상력 향상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교육 목표 아래 진행된‘수시 확대 정시 축소’대입 정책이 변화를 초래하게 되면서 그동안 잠잠하던 학교 현장에 정시 확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언급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었다. 그리고 이 불공정이 정시를 확대하면 감소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럼 과연 ‘정시=공정’이란 등식이 성립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공정’의 단어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며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한다. 결국 수능 시험은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는 공정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수시 즉, 학생부종합전형은 구조적인 성격으로 인해 ‘불공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6-18년 서울대 입시 성적을 기반으로 공정한 수능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서울대 입시 성적만을 기준으로 분석을 하면 “왜? 서울대가 기준이 되어야 하느냐?”며 항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입시 구조 개편을 언급할 때 항상 기준이 되는 것은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과 수월성 여부가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서울대 정시 합격자를 기준으로 수능 시험의 공정성 여부를 구분하고자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만약, 수능이 공정하다면 지역별, 계층별, 학교별 구분과 아무런 상관없이 학생 수에 비례하여 성적이 공평하게 나타날 것이다. 참고로 서울대 입학생 관련 자료는 ‘서울대학교 김경범 교수의 서울대 정시 합격자 분석(2018.10.11.)’ 자료임을 미리 밝힌다.

다음 [표 1] 지역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분포를 통해 정시 전형이 갖는 두 가지 불공정을 살펴 볼 수 있다. 하나는 지역별 불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의 불공정이다.

최근 3년간 서울과 경기 출신 입학생 수는 전체의 68.31%나 된다. 나머지 15개 시도 출신의 입학생 수를 모두 합쳐도 서울 출신 입학생 보다 적다. 게다가 각 시도 합격생 수를 개별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도 전북, 대구, 부산 정도를 제외한다면 유의미한 수치를 발견하기 힘들다. 전북 지역의 경우, 2016년 54명, 2017년 43명, 2018년 30명 등 총 127명의 서울대 정시 합격자를 배출하였다. 전국대비 4.62%로 서울, 경기에 이어 당당하게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단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그런데 127명 가운데 졸업생(N수생)이 57명(44.9%)에 달한다. 단지 전북 지역의 현상은 만은 아니다. 3년간 서울대 정시 합격자 2751명 가운데 재학생은 1,325명(48.16%) 졸업생은 1,426명(51.84%)으로 정시 시험이 일방적으로 졸업생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학생 보다 졸업생에게 유리한 시험이라는 자체만을 가지고도 정시가 공정하다는 말하기가 어렵다.



다음 [표 2]는 2017년 교육 통계 분석 자료를 토대로 전국 일반고, 특목고, 자율고의 지역별 분포와 2018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으로 입학생을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 분포를 지역별, 유형별로 정리한 것이다.



전국 1808개 고교 중 서울대 정시모집에 입학생을 1명이라도 배출한 학교는 293개, 즉 16.21%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은 전체 245개 중 98개의 고교(40%)에서 입학생을 배출했지만, 나머지 시도의 경우 상황이 여의치 않다. 특히 인천은 전체 95개 중 단 4개(4.21%), 경남은 전체 154개 중 단 7개 고교(4.55%)만이 입학생을 배출했다.

우리 전북 지역도 전체 100개 학교 가운데 6개(6%) 학교에서 정시 합격자를 배출하였지만 일반고를 기준으로 할 경우 94개 학교 가운데 5개(5.3%) 학교에 불과하여 자사고를 제외하면 결과가 더욱 초라해 진다.

수능 시험이 지역별, 재학생과 졸업생의 구분 그리고 세 번째로 학교 차이에 의해 불공정한 사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서울대 정시모집은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된 학교들의 재학생 보다는 졸업생들을 위한 잔치에 불과한 모습이다.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대입 전형이 바로 정시이다.

우리 전북이 정시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수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역 차별에 의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이러한 기조의 주장이 일부 남아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먼저 정말 정시에서 전북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관련 데이터를 먼저 살펴보겠다.

[표1]에서 살펴 본 것처럼 서울대 정시 입시에서 전북은 서울 41.19%, 경기27.12%에 이어 세 번째로 4.62%에 해당된다. 얼핏 우수한 성적이다. 그런데 칭찬은 어렵다. 다음 2016, 2017, 2018년도 전북지역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수 분포(지역별, 유형별)를 보면 정시 서울대 입학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용을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서울, 경기, 충남, 전북 자료만을 분석하도록 하겠다. 서울 지역 일반고는 연도별로 178명, 191명, 191명 정시에 합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2018년 서울대 정시 합격자 배출 학교가 88개교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미리 보았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이 되기는 어렵지만 단순 산술 계산을 한다면 서울 일반고 188개 숫자와 비슷한 비율 학생이 정시 서울대 합격했다.

자사고는 143명, 144명, 130명으로 나타나 자사고 23개를 기준으로 하면 학교당 6명 내외의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 지역 일반고는 연도별로 111명, 148명, 157명이 정시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경우에도 2018년 서울대 정시 합격자 배출 학교가 67개교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었지만 단순 산술 계산을 한다면 경기 일반고 364개 숫자에 30-40%에 해당하는 비율의 학생이 서울대 정시 합격했다.

단순 계산으로 3개 학교 1명 비율로 서울대 정시 합격을 했다. 자사고는 43명, 51명, 29명으로 나타나 자사고 2개를 기준으로 학교당 25명 내외의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특이한 점을 자율형공립고의 존재이다. 학교수가 11개나 되며 이 가운데 9개 학교가 2018년 서울대 정시 합격자를 배출하였고 해당 시기 18명, 33명, 23명의 합격자를 배출하였다. 비록 자사고에 비해서는 숫자가 적지만 학교당 2-3명의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충남 지역 일반고는 연도별로 17명, 23명, 18명이 정시 합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충남 일반고 73개의 25-30% 해당하는 비율 학생이 서울대 정시 합격했다. 단순 계산으로 3-4개 학교당 1명 비율로 서울대 정시 합격했다.

자사고는 1명, 5명, 7명으로 나타나 자사고 2개를 기준으로 학교당 2-3명 내외 합격자를 배출하여 충남 지역은 정시에서 자사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지역의 일반고는 연도별로 6명, 6명, 9명만이 정시에 합격했다. 일반고 94개교의 5-10% 해당하는 비율 학생만이 서울대 정시에 합격하여 10개 학교당 1명 합격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자사고는 47명, 34명, 21명의 정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전북 지역 3개의 자사고 가운데 이미 2개 학교는 지정 취소를 선택했고 상산고 1개교만 남았다. 대부분 자사고 성적은 상산고가 차지하고 있다.

정시의 경우,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일반고와 자사고의 격차가 더욱 극심하다.


전북 지역 2016학년도 고교별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6개 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였다. 이 가운데 수시 합격자는 24개 학교의 총 52명이었다. 이 가운데 자사고는 3개 학교 22명이었다.

정시 합격자는 54명으로 오히려 수시보다 2명이 더 많았다. 단순 수치만 본다면 우리 전북 지역 학생들에게는 수시보다 수능 중심 정시가 유리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총 54명 합격생 가운데 특정 자사고 출신 학생이 47명이었다. 나머지 7명은 6개의 일반고 출신이었다.

다시 한번 ‘공평하고 올바름’‘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란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과연 학종 중심 수시가 공정한지 자사고 중심 서열화된 고교 체제만을 강요하는 수능 중심의 정시가 공정한지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일반고들이 걱정된다. 학교 서열화가 심화될 것 같다. 그동안 수능 점수가 좋지 못한 학교들도 내신 성적으로 학교간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었다.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해도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 등급만 맞추면 수도권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었다.

거꾸로 수능 성적이 좋은 학교는 수능 성적이 좋아도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었다. 이것이 학종과 교과 전형을 기반으로 한 수시 중심 대입 전형이 갖는 묘미였다. 그런데 정시 비중이 커지면 이러한 입시의 묘미가 사라지고 수능 성적 중심으로 고교 서열화가 급속도로 예상된다.

학교 안에서의 양극화도 큰 문제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밤샘 공부를 하겠지만 하위권 학생들은 어차피 원서만 내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관심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쏠릴 것이다. 따라서 학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방 하위권 대학들의 황폐화가 걱정된다. 농어촌 학교도 꿈이 없는 학교로 변할지도 모른다. 내신으로 지방국립대학에 입학했지만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진학 확률이 조금씩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제 정리를 하자. 2022학년도 수능 시험은 선택형이다. 국어 영역은 공통 국어와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수학도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수능에 응시해야만 한다. 탐구 과목도 역시 사회탐구나 과학탐구에서 2개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하나씩을 선택할 수도 있다. 수능 시험의 다양화다.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난이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만약 공대 진학을 희망하면서 미적분이나 사회문화, 지구과학을 선택한 경우와 기하, 물리, 화학을 선택한 경우 어느 경우가 더 ‘공정’할까요? 획일적인 정시에서 이런 부분의 반영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