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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미래, 정혜윤 첫 개인전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27일~4일 전주 기린미술관


... 문수현 (2019-11-27 20:14:08)

김미래, 정혜윤 전도유망한 두 신예 화가가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갖는다. 본격 작가로 활약하기 위한 데뷔무대인 셈이다.

둘은 곧 전북대 미술학과 한국화전공을 졸업하는 학부생이다. 재학하던 4년 동안 해마다 두어 차례 전시회에 작품을 함께 냈고, 올해에는 나란히 무등 미술대전에서 특상을 수상하는 역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번 전시에서 흘러가버린 일상적인 것들과 친근했던 존재들을 애써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무엇’에 대해, 또한 존재의 의미에 대해 숙고해보자고 제안한다.


▲김미래, 1768_504_5971_-0.531_42%, 가변설치, 혼합재료, 2019

김미래의 전시주제는 ‘덧없음, 그럼에도 남은 것’이다. ‘남은 것’이란 다름 아닌 그리움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을 통해 ‘엄마’를 추억한다. 그에게 엄마는 그리움의 대상이며 흘러간 시간 속 사라진 존재다. 엄마가 좋아했던 비 오는 날, 장미꽃, 함께했던 별과 달이 빛나던 밤, 사용했던 물건, 그리고 현재에 그것들을 추억하는 작가 자신을 작업으로 풀어냈다.

두 가지 색조의 대비는 삶과 죽음의 이분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특히 양초가 녹아 흘러내리고 그에 따라 함께 배치된 사물도 녹아내리는 모습은 양초가 갖는 바니타스적 의미로 죽음, 덧없음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허무주의는 이제 갓 학부를 졸업하는 젊은 작가의 사상으로는 지나치게 어두운 것이지만, 소중한 것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건강한 것이기도 하다.


▲정혜윤, 기다림을 생각하면 혼자 남겨졌다는 걸 알게된다. 163x131. 화선지.순지.분채.목탄, 2019

정혜윤의 전시주제는 ‘기억과 향수’다. 그는 버려지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게 꼭 자기 같다고 한다. 그래서, 사소하고 무관심해지는 것들, 소중했다가도 낡고 버려지는 모든 것들 속에서 작가는 ‘존재 그 자체’를 발견해내고 싶다. 그의 이번 작업은 “나는 ‘사소함(trivial)’이라는 일상적인 요소가 갖는 불친절함과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꿔내고 싶다”는 말에 응축돼 있다.

정혜윤도 김미래처럼 회화와 설치 두 방향에서 이번 작업을 했다. 그는 버려진 사물의 이미지 또는 버려진 기성품을 주워와 천을 덮대거나 구멍을 내 바느질하며 버려져 끝이나버린 ‘타인’의 기억과 흔적을 가변시켜 계속되는 존재 또 다른 ‘발견된 물체(found objects)'로 만들었다.

작가에게 바느질은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일련의 행위로써 엄마를 상기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생명의 원천이자 양육자인 ‘모성’에 대한 예찬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