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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년06월04일18시34분

낙성대학파, 식민지현대화론 ‘폭주’

이영훈 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미래사, 2020.5.16


  (  문수현   2020년 04월 28일   )

식민지현대화론[식민지근대화론]을 제창하는 낙성대학파의 저작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이영훈 외 지음, 미래사, 2020)이 출간됐다. 지난해 7월 발간한 『반일 종족주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논의를 보완하는 성격의 책이다. 5·16쿠데타 날을 발간일로 잡고 예약 판매 중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반일 종족주의』 출간 이후 역사학계가 네 번이나 심포지엄을 열어 비판했고, 2020년 봄까지 5권의 비판서가 나왔다. 이영훈 팀은 그 비판들에 대한 반론들을 간추리고 보완해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한 번 논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일 종족주의』 및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의 저자들은 안병직 교수가 창시자인 이른바 낙성대학파의 경제사·역사학자들이 주축이다. 조선후기사회경제사 연구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한국경제사 연구자인 동국대 김낙년 교수, 같은 전공의 주익종 박사, 교토대학에서 일본경제사를 연구한 서울대 정안기 연구원, 조선후기 산림소유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다.

이번에 내놓은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에는 기존 저자들에 더해 두 명이 더 참여했다. 특히 영국 워릭대에서 계량경제사를 전공한 차명수 교수가 합류해 전작의 논의를 보강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책의 본문은(부록 형식의 특별기고를 제외하면) 크게 5개 부문 24편의 글로 구성됐다. ‘일본군 위안부, 전시동원, 독도, 토지·임야조사, 식민지 근대화’가 그것이다. 7명의 논자가 각 주제에 중복 기고를 했는데, ‘식민지 근대화’편(4부)에 논자 4명의 글 8편을 배치해 그 비중이 가장 크다. 바로 앞의 ‘토지·임야조사’편(3부)을 더하면 경제사 연구가 이 책의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으며, 이 책의 핵심이 낙성대학파의 지론인 식민지현대화[식민지근대화]론을 정당화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저자들은 식민지근대화[식민지현대화]란 서구 근대문명과 제도가 일본의 지배를 통해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근대란 그 핵심이 곧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런 주장은 이식자본주의론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에서 토지·임야조사 및 수리조합 사업의 예를 들어 “수탈은 실증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점, 곧 식민지수탈론을 부정하는 점에 이르러서는 이식자본주의론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필진으로 합류한 차명수 교수는 ‘일제시대의 생활수준 변동’에서 1인당 생산, 신장과 체중, 사망률, 실질임금 등 제반 지표로 볼 때 일제하 생활수준의 개선이 분명하다고 강조하면서 식민지수탈론을 부정한다. 차 교수는 이미 『기아와 기적의 기원 - 한국경제사, 1700~2010』(해남, 2014)에서 일제강점기에 생활수준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식민지현대화론을 정당화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은 생활수준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본주의적 착취를 부정하면서 자본주의에 의한 현대화를 정당화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논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같은 비판에 따르면,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착취나 수탈과 동시에 생활수준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한 식민지현대화론이 타당하려면 일제강점기에 현대적 경제성장이 발생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조선의 생활수준은 대만에 미달했고 또 대만의 생활수준은 중국진출을 위한 미국의 교두보였던 필리핀에 미달했다는 것이 통설이다(윤소영, 『한국사회성격논쟁 세미나(Ⅰ)』, 공감, 2020. p.50).

나아가 낙성대학파의 입장은 교토대학을 거점으로 하는 ‘교토학파’의 입장을 추종한 것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또 그 계보는 다르지만 팔레학파와의 유관성도 언급된다. 팔레학파의 업적은 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작업을 수행한 하버드대학아시아센터를 통해 보급됐는데, 낙성대학파보다 일찍 식민지현대화론을 주장했다(윤소영, 위의 책, p.52)

이들을 모두 ‘식민사관’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공통점은 경제적 수탈을 부정하고 정치적 침략을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팔레학파의 한국학은 ‘미국판 식민사관’으로도 불리며, 한국 역사학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식민사관 비판이 낙성대학파 비판에 머물러선 안 되는 이유다.

한편 이영훈 팀은 “대학과 언론에 적을 둔 수많은 ‘지식인’들이 지난해 『반일 종족주의』에 완전히 침묵했다. 그러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이 페이스북에서 책의 저자들을 ‘부역 매국 친일파’라고 격하게 비방한 후에야 이 책을 다루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이 책을 진지하게 검토하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거친 비난이었다.”면서 “지식사회의 반응은 한마디로 ‘비겁하거나 악하거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판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셈인데, 반일 민족주의적 관점에 갇히지 않은 비판이라야 이들의 식민지현대화론 및 식민사관에 대한 올바른 비판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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