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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7 15:16:03

학생의 날 맞아 ‘학교 내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온라인으로 중·고등학생 대상 설문조사 진행


... 임솔빈 (2021-11-02 16:09:35)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 11월 3일 학생의 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아 한국 사회의 나이 차별적 문화를 비판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학교 내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 실태 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대다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중·고교 내에서의 차별적 언어 문화 실태를 조사함으로써 그 개선 필요성을 공론화하고자 기획되었다.

설문조사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협조해 지난 10월 15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전국 중·고등학생 697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먼저, 교직원으로부터 하대(반말)당한 경험에 대해서는 항상 수업에서 하대당했다는 응답이 29.41%, 가끔 그렇다는 응답이 40.88%로 70%이상의 학생이 수업에서 하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적인 대화 상황의 경우 수업 중의 하대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항상 하대당했다는 응답(36.1%)이 가끔 그렇다(29.26%)는 응답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공개수업, 교내방송, 공식 행사와 같이 보다 공적인 상황에서 하대를 들은 경험은 “항상 그렇다” 11.19%, “가끔 그렇다” 22.66%로 앞선 결과에 비해 낮은 수치이나 여전히 많은 학생이 공적인 상황에서도 하대를 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학생을 하대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정당한 것임을 교직원 상당수도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일상생활에서는 이를 실천하지 않는 이중적·차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또한, 교직원으로부터 하대하는 호칭이나 비속어로 불린 직간접적 경험을 물은 결과, 응답자 전체 대비 비율 “야”(71.16%), “임마”(51.94%), “새끼”(43.33%), “자식”(39.17%), “녀석”(33.88%)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씨발년”, “개새끼”, “병신” 등 욕설과 비속어로 불려본 경험도 50여 건 이상의 응답이 있었다.

교직원으로부터 들은 무시와 모욕이 담긴 말에는 ▲ “불가촉천민”, “너희 부모님이 이렇게 가르치셨니?”와 같이 모욕적·폭력적인 말, ▲ “이제부터 대답 못하는 자식들은 깡통대가리”, “너 같은 애들이 사회 나가서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와 같은 무시와 비하, ▲ “10년 전이었으면 너 나한테 맞았다”, “내가 네 (학교생활기록부) 세특 써줘, 근데 너는 나한테 이래도 돼?”, “한 번만 더 말대꾸하면 죽여버린다” 등 위협하거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말, ▲ “여자는 조신해야지”, “남자는 울면 안 돼”, “동성애는 정신병이야” 등 차별적이고 편견을 담은 말, ▲ “(입술이 부은 여학생을 보고) 안젤리나 졸리 같이 섹시하다”, “술집 여자같다” 등의 외모 평가 또는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말 등이 다수 제보되었다.

이에 더해 ”니까짓 게 감히 선생님한테?”,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으면 신호음이 2번 가기 전에 받아야 되는 거다”, “학생이 어디서 선생님한테 말대꾸를 해”와 같이 교사와 학생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학생들 간의 연령주의적 문화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졌다. 다른 학생으로부터 나이가 더 많거나 학년이 더 높다는 이유로 일방적 하대를 당한 경험을 물은 문항에 “항상 그렇다” 28.98%, “가끔 그렇다” 26.82%로 과반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고학년 학생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따로 불러 강요하거나 체벌한다’, ‘방송부에서 선배님들 앞에선 폰도 못 만지게 하고 선배님들 앉아계시면 의자 있어도 서있어야 하고 후배만 존댓말해야 되고 후배들은 90도 인사하고 선배님들 졸업 선물, 수능 선물도 의무적으로 챙겨야 한다’, ‘눈이 마주쳤는데 바로 인사를 안 했다고 동아리에서 제명당했다’와 같은 사례도 제보되어, 학년 간의 나이 차별적 문화가 존재하며 특히 동아리 내에서 나이에 따른 차별과 위계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국 사회가 나이에 따른 수직적 문화 그리고 어린 사람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문장에 대해 “매우 그렇다”51.50%, “조금 그렇다” 31.56%, 합계 83.06%로 응답자 대다수가 동의하며 학생들이 나이에 따른 차별과 위계를 체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학교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대하고 친한 관계에서만 말을 놓는 문화가 확대된다면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가될 것이다”라는 문장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 47.20%, “조금 그렇다” 31.85%, 합계 79.05% 로 나이 차별적 문화가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도 높았다.

한국의 학교에서 나이에 따른 차별 문화가 심각하다는 점과 이러한 문화가 개선되어야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학교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 많은 청소년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음은 이번 조사의 발표를 통해 “차별을 겪은 경험의 비율과 제보된 언어폭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교직원이 학생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며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다”며 “학생을 존중하는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인권침해를 금지하고 학생인권침해 구제 창구를 마련하는 내용의 ‘학생인권법’(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이번 조사 결과를 각 시·도교육청에 전달해 보다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학교 문화를 위한 나이 차별적 문화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학교 내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 실태 조사’ 보고서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누리집(https://yhrjieum.kr/main)의 [청소년인권] ▷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