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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사교양 월간지 『오늘보다』 창간

이슈·운동 좌파관점 분석...구준모 편집장 “재밌게 만들 터”


... 문수현 (2015-02-06 17:30:17)

새로운 시사교양 잡지가 탄생했다. 사회진보연대가 다달이 펴내기 시작한 <오늘보다>가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창간준비1호를 내고 12월과 1월에는 창간준비2호와 3호를 잇달아 냈다. 그리고 지난 1일 드디어 창간호를 펴냈다.

<오늘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경제와 정치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시도한다. 제목부터, 오늘을 직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독자라면 반드시 펼쳐야 할 잡지 가운데 하나다.

<오늘보다> 창간준비1호(11월호)는 ‘민주노총, 혁신과제를 묻다’를 특집으로 다뤘다. 민주노총이 조직 역사상 첫 직선제 선거를 치를 무렵이었다. 민주노총에 대한 걱정과 기대 속에 혁신해야 할 과제를 제안했다.

이어 나온 창간준비2호(12월호) 특집은 ‘2015년 지도 그리기’였다. 여기서는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세계경제 △저성장 시대 속 박근혜정부의 문제 △미국의 안보전략이 유효한지 △2015년 6가지 노동 쟁점 등을 다뤘다.

마지막 창간준비호인 1월호의 특집은 ‘21세기 스마트폰, 19세기 노동’이었다. 역설적인 제목이 보여주듯 이 특집은, 오늘날 전자산업 부문의 노동자들이 마르크스가 『자본』을 통해 고발한 19세기의 숨 막히는 노동조건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고발했다.


(<오늘보다> 창간호 앞표지.)

그리고 지난 2월 1일 발행한 창간호의 특집은 ‘대한민국 우파의 얼굴’이다. 특집 안에 4편의 소논문이 실렸다.

‘박근혜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김유미)는 “박근혜에 대한 열광과 혐오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박근혜보다는 박근혜를 낳은 시대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소논문은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가 쓴 ‘보수의 매력은 명료함과 권력에 있다’다. 이 글은 “보수 세력은 자본주의, 불평등과 차별,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세력”이라고 전제하면서 “진보가 보수에 맞서 대안을 세우려면 그들이 대중을 사로잡는 명료함과 힘이라는 매력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지는 소논문은 ‘희망이 사라진 시대, 극우를 택하는 청년들’(이상욱)이다. 저자는 “일베에서 폭식투쟁과 백색테러, 그리고 IS 가입까지, 청년 극우주의가 꿈틀거린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괴물이 아니다. 이들이 허무와 좌절을 극복하도록 끊임없이 도와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집의 마지막 네 번째 소논문의 제목은 ‘보수는 어떻게 득세했나: 노무현부터 박근혜까지의 보수주의’(구준모)다. 저자는 “10년 전 위기를 부르짖던 보수 세력이 강력하게 부활했다. 북한과 안보 이슈가 그 중심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진보 진영의 숙제도 거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진영이 북한과 동북아 안보 이슈에 관한 대안 마련과 보편적 표상 획득에 계속 실패해왔다는 반성이 담겨 있는 글이다.

<오늘보다>는 특집 외에 경제, 정치, 노동, 건강, 평화, 문화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종합교양지다. ‘좌파’의 시각에서 그것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흔치 않을 뿐이다.

‘(사회)운동’을 특히 많이 혹은 중심적으로 다룬다는 점도 <오늘보다>의 특징이다. 물론 현재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활동이 ‘운동’뿐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의 변화를 추동하는 의식적이고 집단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운동이 끼치는 영향력은 크다. <오늘보다>가 운동을 중심에 놓는 이유다.

<오늘보다>를 펴내는 사회진보연대도 운동단체다. 사회진보연대는 스스로 이렇게 소개한다.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등 전 세계 민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폭력을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며, 노동조합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역량 강화와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연대의 힘에 기초하여 새로운 대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터넷 사이트에서 인용).

하지만 <오늘보다>가 시종일관 심각한 건 아니다. 이 잡지도 즐거움을 추구한다. 구준모 편집장은 창간준비1호 ‘여는글’에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체를 지향한다”며 “독자들이 가방에 넣어두고 잊어버리는 잡지가 아니라, 오늘날 이슈와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새우깡처럼 저절로 손이 가는 좌파 교양지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늘보다>가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나아가 세상의 부조리와 대결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기대에 과연 부응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오늘보다>의 권당 가격은 3천원, 1년 구독료는 3만원이다. 인터넷 홈페이지(todayboda.net)에서도 볼 수 있다.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다달이 발간된 <오늘보다> 창간준비1~3호.)

다음은 구준모 편집장과 지난 1월 초에 나눈 대화다.

Q. <오늘보다>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발행기관인 사회진보연대에 대한 소개도 아울러 부탁드립니다.

구준모 = <오늘보다>는 진보적인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월간 시사교양 잡지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사회진보연대에서 발간하고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는 대안세계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통해서 오늘날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운동단체입니다.

Q. 2월 1일 창간을 앞두고 세 차례 준비호를 내셨습니다. 1,2호와 3호는 어떻게 다른가요?

구 = 창간호부터는 무엇이 변화하나요? 라는 질문으로 바꿔서 답하겠습니다. 창간호부터는 기획연재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하나는 ‘노조 할 권리’라는 코너입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렇지 못하죠.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노동자와 활동가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 민중 봉기의 역사’라는 코너입니다. 멀게는 동학농민운동이나 3.1운동부터 가깝게는 광우병 촛불집회까지 다수의 사람들이 봉기를 일으킨 역사를 추적해보려고 합니다. 대중들의 힘으로 역사를 바꾸었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는 거죠.

Q.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체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독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구 = 기대했던 것보다 긍정적입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는 평가도 있고,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기사들이 많아서 읽기 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이 있어서 좀 더 쉽고 재미있는 기사를 바란다는 분들도 있고요.

Q. 노동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본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뜻인지요?

구 = 우리는 계급 사회의 하나인 자본주의에 살고 있죠.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런 현실을 드러내는 것을 불온시하는 세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욱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는 것은 자본주의를 계급 사회로, 불평등과 착취의 사회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겠죠.

Q.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고자 하는 청소년/학생들에게, <오늘보다>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조언 바랍니다.

구 = 정보의 홍수, 매체의 홍수 시대입니다. TV만 하더라도 종편과 케이블에서 온갖 정보가 쏟아지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정보가 넘치죠. 하지만 신자유주의 논리인 경제, 국가, 기업의 발전만을 정당화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반면에 우리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의 삶과 노동을 대변하는 매체는 거의 없죠. <오늘보다>는 그 빈틈을 채우려고 합니다. <오늘보다>를 읽으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판단은 여러분들이 하는 것이지만요.

Q. 앞으로 교육 문제를 다룰 계획은 없으신가요?

구 = 교육도 중요한 사회 이슈로 다룰 예정입니다. 특히 학교교육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민교육’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시민교육은 사회 모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나와 공동체의 해방을 지향하는 교육인데, 이런 걸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까가 관심사입니다.

Q. 다시 한 번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끝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새롭게 출발하는 <오늘보다>에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