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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아름다운, 진안고원’

[책] 느릿느릿 걸어본 진안의 산길·물길...기행문으로 펴내


... 문수현 (2016-01-27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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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의 산길과 물길을 걷고 쓴 여행기 <쓸쓸하고 아름다운 그곳, 고원기행>이 최근 출판됐다.

진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민간단체 ‘진안고원길’이 펴낸 이 책은 같은 단체가 2012년에 펴낸 <하늘땅 진안고원길>의 후속작이다. 하지만 두 저작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전작이 이 단체가 발굴하고 가꿔가는 ‘진안고원길’ 14개 구간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사전적 안내서였던 데 비해, <고원기행>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가며 그 감상을 쓴 인문학적 답사기다.

전북의 동부 산악지대인 진안은 인구가 2만 명에 못 미치는 곳이지만 면적은 서울의 1.3배에 이른다. 무주, 진안, 장수 지역에 걸쳐있는 진안고원은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다.

이 책은 금강유역과 섬진강유역으로 크게 나누어 열아홉 군데의 걸을 만한 길을 직접 걸으면서 보고 겪고 느낀 바를 두 명의 저자가 글과 사진으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뜻한글 작가 이규봉씨와 이-진안신문 편집국장 최태영씨다. 이들은 진안에 귀농해 살고 있고, 진안고원길에 열심인 회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서문에서 “여전히 시대의 변방일 수밖에 없는 산골마을 여기저기를 느릿느릿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난 것들을 그대로 쓴 글”이라며 “느려야만 볼 수 있는 풍광들을 담고, 머릿속을 비워야만 떠오르는 그런 느낌,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진안 땅을 이루는 물길과 산길을 따라 함께 또는 따로 걸으면서 길마다 한 편씩 모두 23편의 에세이를 헌정했다.

1부는 백운동 임도와 만덕산 원불교 성지순례길, 구신치 옛길과 웅치(곰재) 전적지 등 ‘섬진강을 낳은 터’를 다뤘고, 2부와 3부에선 두남치, 어은공소, 정천면 수몰길, 운장산, 마이산 연인의 길, 죽도 가는 길, 용담호 고갯길 등 ‘금강 자락을 품은 터’를 한데 묶었다.

이어 4부에는 ‘고원을 증명하다, 강의 시원(始原)’이라는 주제로 남녘땅 4대강인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의 발원지 모두를 답사한 기록을 따로 모았다.

저자 이규봉씨는 “이왕 진안고원길을 걷는 김에 지역에 얽힌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면서 걸어보자 생각해오던 차에, 마침 단체 정병귀 국장이 출판작업 제안을 해와 조금 덜 알려진 길과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진안 고유의 문화를 발굴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어 곳 구간은 기존의 ‘진안고원길’과 겹치지만 대부분은 문화적 자료를 접할 수 있는 공간 위주로 새롭게 찾아간 곳”이라며 “진안 천주교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어은동 골짜기, 원불교 성지인 좌포리 만덕산, 정여립 선생 유적지인 동향면 죽도 등은 ‘진안고원길’ 차원에서는 이번 답사기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저자인 최태영씨는 “산길, 마실길, 물 건너던 길, 나뭇꾼길, 학교 가던 길, 시집오던 길, 소 팔러 장에 가던 길 등 옛길에는 집단의 기억이 쌓여있다”며 “우리가 이 길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는 그 기억의 흔적을 좇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온 나라의 걷는 분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이 책이 ‘진안고원길’을 찾는 분들에게 조그만 지남(指南)으로 역할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도 1천미터의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진안군 백운면 덕태산 자락의 백운동 임도. 사진제공=진안고원길)

이 책에는 저자들 스스로 밝히는 아쉬움도 있다. 진안고원길에는 더 아름다운 길이 많은데 이 책에 다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이규봉씨는 “이번 책에 소개가 안됐지만 백운의 귀틀집은 전국적으로도 귀하고, 오래된 미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산촌문화자원”이라며 “이런 자원들을 지역 차원에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보존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태영씨도 “이 책에 소개된 곳 외에도 더 아름답고 서정적인 길이 훨씬 더 많은데, 당초 기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리지 못하는 점은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책을 펴낸 ‘진안고원길’은 진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NGO로 이 지역의 산길, 고갯길, 호젓한 길, 나무꾼길 등 숨어있는 옛길들을 찾아내 걷기여행을 겸한 지역 알기 차원의 문화적 작업을 펼치고 있다.

단체는 진안 11개 읍면을 잇는 여행길을 발굴∙조성∙운영하고 있으며, 활동의 독창성과 친환경성을 평가받아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형 생태관광 10대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의 : 진안고원길 063-433-5191, cafe.daum.net/jinanmasil, 사무국장 정병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