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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19 08:14:30

후쿠시마 원전사고 5년, 일본의 현실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④] 오하라 츠나키(탈핵신문 편집위원)


... 편집부 (2016-04-13 22:28:16)

“후쿠시마 사고 5년, 사고 처리와 재가동을 둘러싼 일본의 현실”
(오하라 츠나키┃탈핵신문 편집위원)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폭발 사고부터 5년이 지났다.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사고가 발생한 2011년 12월 16일에 ‘사고수습선언’을 발표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습은커녕 피해는 확대일로에 서있다. 일본 정부는 그 동안 피해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게을리 했다. 오히려 피난 지시를 해제하고 주민들을 귀환시키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아갑상선암 환자 수가 후쿠시마 현에서 160명을 넘는 등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건강피해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멈췄던 전국의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핵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확고해졌고, 낙관할 수는 없지만 재가동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끈질긴 투쟁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여기서는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과 현재 상황, 그리고 핵 발전 재가동을 둘러싼 일본 시민들의 움직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 작업 현장의 현재>

먼저, 사고 현장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당시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1~4호기에서 폭발이 발생해 원자로 건물 등이 크게 손상되었다. 가동 중이던 1~3호기에서는 연료가 용융해, 일부는 원자로 압력용기를 관통해 격납용기 내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융연료 냉각과 방사선 차단을 위해 현재도 끊임없이 원자로 건물에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다. 용융한 연료는 최종적으로는 걷어낼 계획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극히 곤란한 작업으로 장기화가 예상된다.


(▲도쿄전력의 핵발전소 오염수 처리 방식. 자료출처=탈핵신문 2016년 3월호)

사고 당시 1~4호기 원자로 건물에는 ‘사용 후 핵연료’가 보관되고 있었다. 1호기에서 292개, 2호기에서 587개, 3호기에서 514개, 4호기에서 1533개다. ‘사용 후 핵연료’는 수조에서 보관해 상시적으로 냉각해야 한다. 냉각할 수 없게 되면 연료가 녹아내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될 위험이 있다. 도쿄전력은 2013년 11월 제일 양이 많고 안전한 보관이 어려운 상태에 있던 4호기부터 ‘사용 후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상당히 위험한 작업임에도 도쿄전력은 그 작업을 1년 만에 완료했다. 현재 1~3호기에서 같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변 방사선량이 아주 높아 예정보다 크게 늦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용융연료 냉각과 방사선 차단을 위해 원자로 건물에 계속해서 물을 주입하고 있는데다, 주변의 지하수가 하루에 약 300㎥ 씩 원자로 건물에 유입되어 오염수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염수는 제1 핵발전소 구역 내에 설치된 저장 탱크에 보관하고 있지만 그 동안 누설사고가 잇따랐다. 도쿄전력은 ‘지하수 바이패스’, ‘동토차수벽’, ‘양수식 우물’ 등을 설치해 오염수 증가를 막는 대책을 실행해 왔지만 큰 효과는 여전히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올해 2월에 완성해 부분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동토차수벽은 약 350억 엔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크다. 이 계획은 산 쪽으로부터 유입하는 지하수와 바다 쪽으로 유출하는 오염수를 막기 위해 1~4호기 사방 약 1.5km의 흙을 향후 몇 년에 걸쳐서 영하 30도로 동결시킨다는 전대미문의 방대한 계획이다. 동토차수벽이 근본적인 오염수 대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

사고 수습 난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지금,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서 사고 수습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하루에 6000~7000명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노동자 수는 약 4만5000명에 이르고, 그 중 연간 5mSv(밀리시버트)를 넘는 피폭 노동자 수는 약 2만1000명, 20mSv 이상은 약 9000명을 초과한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2015년 8월 5일 핵발전소 긴급 작업 시 피폭 한도를 현재 100mSv에서 250mSv로 완화할 것을 결정했다. 수습이 장기화하면서 5년간 100mSv 피폭 한도에 도달한 노동자들을 계속 현장에 묶어 두기 위한 물밑 작업이다. 이들의 피폭 노동 강도는 더욱 열악해짐에 따라 건강문제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잇따른 피난지시 해제와 배상 중지로 궁지에 몰린 피해 주민들>

핵발전소 사고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후쿠시마 사고로 약 10만여 명이 강제피난을 했고, 약 5만 명이 자발적 피난을 했다. 총 15만여 명이 피난길에 나선 것이다. 현재도 약 10만여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후쿠시마 피난구역 해제 현황. 자료출처=탈핵신문 2016년 3월호)

최근 일본정부가 피난 지시구역을 조속히 해제해 주민들의 귀환을 촉진하고 있는데 매우 걱정스럽다. 지난 2015년 6월12일 일본정부는 피난 지시 해제와 배상 중지에 대한 중대한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반경 20km를 중심으로 최대 50~60km 지역까지 연간 20mSv를 넘은 지역을 피난 지시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그 중 ‘귀환곤란구역’을 제외한 모든 피난구역(피난해제준비구역, 거주제한구역)에 대해 2017년 3월까지 피난 지시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대상지역 주민에게 정신적 보상으로 지불해 온 월 1인당 10만 엔(약 105만원)의 보상금을 2018년 3월에 일괄적으로 중단할 방침도 내놓고 있다.

피난 지시구역은 여전히 방사선량이 높고 인프라 설비 등도 충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다. 피난 지시 해제로 일부 주민들이 돌아가더라도 그들이 편하고 안전한 생활을 누리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매달 받았던 보상금마저 중단된다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피난 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귀환에 관한 의식조사에서는 ‘돌아가지 않겠다’가 50%이상, ‘아직 판단할 수 없다’가 20~30%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귀환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일본정부는 피난자에 대한 무상 주택제공도 2017년 3월부로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무상 주택제공은 특히 자발적 피난자가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원이다. 그것마저도 중단되면 자발적 피난자들은 궁지에 몰려 원하지 않아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들은 피난할 권리를 보장받았는가? 피켓 내용은 “우리들을 피난가게 해주세요. 피폭은 싫어.”)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핵발전소 사고 피해자들을 안전한 지역에 마을단위로 집단 이주시키는 등 혁신적인 방침을 전혀 강구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경우 연간 1mSv 이상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피난의 권리’를 인정했고 그들에게 주택 지원을 비롯한 배상과 교육 및 고용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쿠시마에서는 날이 갈수록 피해자들의 피로와 분노가 쌓여가기만 한다.

<사고 영향으로 늘어나는 소아갑상선암의 실태>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피난 지시 구역으로 설정되지 않는 이상, 모든 일상생활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피난에 길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방사능이 색깔도 냄새도 없다는 것이 더욱 더 사람들을 무뎌지게 만들 수도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에서 18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갑상선 검사에 대한 가장 최근의 결과(2월 15일)에 따르면 갑상선암 및 의심 판정 환자는 총 167명, 그 중 갑상선암 확정 환자가 116명이다. 소아 갑상선암은 잘 알려졌다시피 연간 100만 명 중 0~3명 확률로 발생하는 극히 드문 질병이다. 단순 계산해도 후쿠시마 현에서 현재 종래의 100배를 넘는 규모로 소아 갑상선암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검사를 관할하는 후쿠시마 행정기관은 현내 갑상선암 대량발생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핵발전소 사고와의 인과관계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피해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예상되는 갑상선암 대량 발생에 대비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위한 체계를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현행 검사는 후쿠시마현에서 사고 당시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대상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지리적 범위도 후쿠시마 인접 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인접한 이바라기현 기타이바라기시에서는 4777명의 아동 청소년 중 3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는 결과가 이미 작년에 나온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무엇보다 사고 영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갑상선 암 뿐만 아니라 여러 질병과 핵사고와의 연관성을 깊이 고려해 오염 지역으로 주민을 귀환시키는 정책을 당장 중지하고 주민들의 이주의 권리를 지금부터라도 보장해야 한다.


(▲“후쿠시마를 돌려놔라.” 하지만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도리어 원전 재가동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5년, 우려되는 핵발전 재가동 현황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움직임>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에는 54기의 핵발전소가 존재했지만,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핵발전소 가동을 순차적으로 멈추었고, 2012년 5월 5일에 모든 핵발전소가 정지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민주당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포기해 2030년대까지 핵발전소 ‘제로’를 실현할 것을 선언했다. 후쿠시마의 뼈저린 경험을 교훈 삼아 탈핵으로 크게 방향타를 돌린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가동을 위한 제도 정비가 조금씩 진행되면서 2012년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핵의존 에너지 정책으로 역행하기 시작했다. 2014년 4월에 발표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핵 발전을 ‘기저 전원(Base Road)’으로 삼았고 2030년 핵 발전 비율을 20~22%로 예측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새로 만든 핵발전소 시설에 관한 ‘신규제기준’에 합격한 핵발전소는 재가동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있다. 입지 지자체뿐만 아니라 확대된 비상방재구역에 새로 포함된 30km 권내 지자체 의견도 도외시해서는 재가동이 불가능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동의에 대한 암묵적 원칙도, 자치 단체장의 입장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재가동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동하고 있는 핵발전소는 2기이다. 작년 8~10월 사이에 큐슈전력 센다이 핵발전소 1, 2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올해 1~2월에 걸쳐서 다카하마 3, 4호기도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이 법정에서 인정되어 결국 재가동은 중지되었다. 재가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끈질긴 의지로 기어이 재가동을 막은 것이다. 현재 일본 전국 곳곳에서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기 위한 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제기되는 등 법정 투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와 전력회사는 재가동과 동시에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인정하는 움직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노후 시설인 다카하마 핵발전소 1, 2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 방침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개정된 ‘원자로 등 규제법’에서는 핵발전소 운전 기간을 40년으로 제한했고 ‘예외적으로 최대 20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시키면서도 당시 장관은 ‘그런 경우는 예외 중 예외’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바로 5기의 노후 원자로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벌써 그 첫 번째 예외 사례가 만들어지려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15기의 원자로가 운전 기한 40년을 맞이한다. 한번이라도 전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원자로들도 수명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핵 없는 세상,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이런 가운데 핵발전소 문제를 둘러싼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어떨까? 지난 3월 26일(토)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는 후쿠시마 5년, 체르노빌 30년을 기념하는 ‘NO NUKES DAY’ 전국 대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 전국에서 약 3만 5천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반핵아시아포럼에 참여한 외국인 참가자들)

집회에서는 후쿠시마 사람들의 피난의 권리,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 농민들의 목소리, 사고 현장에서 가혹한 조건 하에 피폭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도쿄전력 경영자들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진행 중인 주민들의 호소 등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핵발전소 문제뿐만 아니라 안보법안 반대와 헌법9조(평화헌법)를 지키자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특히 오키나와에서 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참여해 ‘전쟁반대운동과 핵발전소 반대운동은 하나’임을 힘차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집회에는 해외 탈핵 활동가들도 참여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 발전 기술을 경제성장 전략의 하나로 삼아 더욱 노골적인 방식으로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고, 핵 발전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터키, 인도 등 일본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국가에서 온 활동가들은 ‘일본에서 시민들이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으면, 우리들이게도 큰 힘이 된다. 핵 발전 수출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국제적으로 연대하자’ 고 호소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후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기나긴 줄이 도쿄 도심 한복판을 메웠고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비교적 좋았다. 박수를 치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부터 5년. 정부와 전력회사를 비롯해 핵 의존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측과, 어떻게든 재가동을 막아내려는 사람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반대 ‘운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핵 발전 없이도 전기는 부족하지 않다’는 인식과 더불어 재가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작은 인식의 변화가 시민의 힘으로 더욱 성장한다면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아낼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가 보다 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월 26일 일본에서 열린 'NO NUKES DAY' 전국집회. 참여자들이 '핵없는 미래로'라고 적힌 손 플래카드를 들어올리고 있다.)

[연재 순서](제목은 바뀔 수 있습니다)

①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전북탈핵운동의 경과와 과제, 3월 24일
②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후쿠시마 사고와 영광-고창핵발전소, 3월 30일
③ 김영진(군산영광중 교사), 학교야 탈핵을 가르치자, 4월 6일
④ 오하라 츠나키(탈핵신문 편집위원), 후쿠시마 사고 5년, 사고 처리와 재가동을 둘러싼 일본의 현실, 4월 13일
⑤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반핵]운동의 쟁점과 전략, 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