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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4 17:18:24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유령 엄마와 아들 건이의 따뜻한 감동 이야기
노부미 저 이기웅 역 [출판사:길벗어린이] 일본열도를 웃기고 울린 감동의 화제작!


... 한문숙 (2016-05-22 11: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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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서 산 작고 노란 병아리가 갑자기 죽어버리면 아이들은 슬퍼하며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죽음을 마주한 것이 병아리가 아닌 엄마라면? 부모의 죽음은 어른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일본의 노부미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로 꺼내들고 나왔다. 처음부터가 “엄마가 자동차에 부딪쳐서 유령이 되었습니다.”로 충격적이다.

엄마 유령은 자신의 죽음을 실감하기에 앞서 아들 건이를 먼저 걱정한다. 건이를 달래주고 싶고 유령이 되었음을 알려주고 싶지만 건이는 엄마 유령을 볼 수 없다.

그런데 그날 밤, 12시가 지나자 기적처럼 엄마 유령의 모습이 건이에게 보이고 두 사람은 이제껏 하지 못한 마음 속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이 책은 건이의 엉뚱한 행동들을 보며 키득키득 거리다가 어느 새 눈물이 핑돌게 만드는 힐링그림책이다. 엄마가 유령이 되어 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금껏 엄마에게 잘못했던 일들을 술술 얘기하는 건이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엄마가 잘 때 입에 코딱지를 넣었고, 거짓말을 백 번은 넘게 했고, 엄마가 몇 살인지 까먹어서 친구들한테 예순다섯이라고 말하는 건이. 아이들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잠시 잊고 유머가 넘치는 둘의 모습을 보며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한다.

엄마가 그리워 엄마의 팬티를 입고 자는 건이의 모습은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하다. 참다 참다 엄마가 없는 건 싫다고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건이를 보면 함께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미어진다.

엄마 유령은 건이를 달래며 자신이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바로 건이를 낳은 것이라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건이의 모습을 하나하나 말하며 “건이의 엄마라서, 엄마는 행복했다.”고 진심을 전한다.

아이들도 언젠가는 죽음을 접하게 된다.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이나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해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다.

사람은 언젠가 죽기에 아이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연히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는 너무나 단단하고, 엄마가 없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본 아이들은 만약에 우리 엄마가 사라진다면, 하는 간접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옆에 있는 엄마의 소중함을 알고 엄마의 존재에 안심하게 돤다.

엄마도 그림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아이와 엄마 모두 늘 곁에 있어 잊고 있던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가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이 있어 서로의 마음을 담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노부미 작가는 귀여운 일러스트와 따뜻한 파스텔톤의 그림으로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부드럽게 전한다.

동글동글하고 아기자기한 색연필 그림이 슬픈 아이의 마음을 괜찮다고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건이네 거실 바닥에 흩어진 장난감, 벽에 붙은 메모, 펼쳐진 책, 건이의 그림들이 오밀조밀 많은 볼거리를 준다.

건이와 엄마가 산책을 나가는 장면에서는 온 동네가 유령으로 가득한 걸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무섭게 생각하는 귀신을 사람은 물론이고 고양이, 강아지, 기차, 물고기, 똥까지 유령으로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슬픈 주제를 유머러스한 문장과 따스한 그림으로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