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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7 15:16:03

[책소개] 어르신을 위한 ABC

“이제 어지간한 한글은 자신 있는데...”


... 문수현 (2016-07-11 10: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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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을 위한 ABC, 박이수·김자은·박지우 지음, 이지혜 감수, 학이시습 2007.

제목 그대로, 어르신을 위한 영어공부 책이다.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그나마 독학으로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이 많다.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눈 가는 데엔 온통 영어가 쓰여 있고, 심지어 노인복지관 교양프로그램인 수지침 강의에서도 손바닥 그림에 수십 개의 영어 철자가 적혀있지만, 영어를 따로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A(a), B(b), C(c)로 시작하는 다른 나라 문자인 알파벳 대·소문자 52개를 익히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이 책은 이런 어려움을 넘어서고자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물론 대상은 영어를 난생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규교육과정의 영어입문서와는 전혀 다른 책이다. 영어 입문 교과서는 앞으로 영어를 꾸준히 학습할 사람들을 위해 체계적인 교수방법에 따라 집필된 것이지만, 이 책은 일단 알파벳을 읽고 쓰는 게 목표인 어르신들을 위해 변칙적인 교수법을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ㅋ’ 또는 ‘ㅅ’으로 소리 나는 영어 문자 ‘C’를 가르치기 위해 ‘비타민 C’와 ‘COFFE’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그리고 옆 페이지에는 “계 모임에 나갔는데 모처럼 친구가 밥도 사고 COFFEE도 샀다. 보답으로 비타민 C 음료수라도 한 병 사 보낼 걸...” 하는 내용의 ‘오늘의 일기’가 나온다. 이어 ‘CF’[씨.에프], ‘CAR’[카], ‘CLINIC’[클리닉] 같은 단어들을 보여주고, 대문자 C와 소문자 c 쓰기연습을 시킨다.

이 책의 감수자인 한림대 이지혜 교수의 제안으로 이 책을 지은 고등학생들은 “애초에 목적이 ‘영어라는 외국어를 알려드리자!’라기보다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영어를 알려드리자!’였기 때문에 기본 영어 교과서와는 구성부터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지혜 교수는 문해 교육에 관심이 많아 2006년에 성인을 위한 문해 교과서 개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대한 믿음을 가질 만하다. 이 교수는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신 뒤에는 알파벳을 같이 배우셔야 문자 생활 하기에 좋으실 터”라며 “딸아이와 그 친구들과 책의 기획과정에서부터 쉽고 재밌고,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제 막 한글을 익히신 성인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2007년에 초판 1쇄를 냈는데 2015년 6월까지 11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다. 영어를 읽고 쓰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부모님이나 주변의 어르신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어르신을 위한 ABC(학이시습, 2007)의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