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 후보들, 교육정책에 학생은 주체가 아니라 교육의 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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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전북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지역소멸 위기'라는 공통 과제 앞에서 저마다의 경험과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뚜렷이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현장교사 출신의 대학교수, 대학 총장, 교육행정가, 교사 출신들이 맞붙으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각 후보의 교육 철학 차이가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천호성, 현장에서 답을 찾는 교육

천호성 후보는 '현장 중심 책임교육'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대표 공약으로 '기초학력 완전책임제'는 출생부터 대학까지 맞춤형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미래교육, 학생·학부모·교사·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4차원 교육안전망, 학교와 지역이 상생하는 모델 등을 결합해 지역소멸 위기까지 함께 풀겠다는 복합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남호, 권한 분산과 학력 경쟁력 회복

이남호 후보는 "전북교육은 총체적 위기"로 규정하며, 전북대학교 총장 출신으로 고등교육과 행정 경험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교육감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대표 공약인 '지역 책임교육 자치 혁신안'에서는 도교육청의 권한을 교육지원청에 과감하게 넘기고, 주민참여형 교육장 임명제를 도입해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육장 선발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력 격차 해소보다는 전체 수준을 끌어올리는 '상향 평준화'를 강조하며, 수월성 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호진·유성동: 교육행정 구조 자체를 바꿔라

황호진, 유성동 두 예비후보는 4월 2일 정책 및 혁신 연대를 공식화하며 색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두 후보 모두 천호성과 이남호가 주로 교육 내용의 변화에 초점을 두는 동안, 교육행정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에는 소극적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교육감과 교육청 조직 자체를 분권화하고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연대를 구성했다. 또한 현장 경험과 행정 능력을 결합한 실용적인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황호진이 열린 입장을 보이는 반면, 유성동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세 가지 노선의 갈림길

결국 이번 전북교육감 선거는 세 가지 노선이 맞붙는 구도이다. 천호성의 '현장 중심' 노선, 이남호의 '학력중심·행정 분권' 노선, 그리고 황호진·유성동의 '교육행정 구조 혁신' 노선이 지지층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교사 중심 공약의 공통 그늘

그러나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후보들에게는 한 가지 불편한 공통분모가 있다. 어느 후보의 공약에서도 학생은 교육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초학력, 상향 평준화, 행정 분권, 구조 혁신 등, 모든 의제가 결국 교사와 교육행정가의 언어로 설계된 교육이다. 교권 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해도, 학교의 존재 이유인 학생이 공약의 수혜 대상으로만 호명될 뿐 스스로 목소리를 갖는 주체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전북교총 설문에서 현장 교원들의 최우선 과제로 교권보호가 68.1%를 차지한 현실이 후보들의 공약 설계에 그대로 투영됐다는 점도 그 반증이다.

교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 침묵하는 후보들

교권 보호 담론이 선거판을 뒤덮고 있는 동안,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꺼내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일부 교사들이 학생을 괴롭히고, 학부모를 무고·모함하며 조직적으로 고립시키는 사례가 전북 지역에서도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주 M초와 '레드카드 사건'은 그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학부모를 형사 고발한 전교조 지부장 출신 교사가 이후 해당 학부모의 자녀가 속한 학급 담임을 자청해 논란이 커졌다. 한마디로 학부모와 학생을 상대로 힘틀막을 시전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교권 보호 제도가 강화될수록, 일부 교사들은 이를 방패 삼아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한 무고·고발 남용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교사가 먼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제기하는 부당한 민원과 고발에 대한 제도적 견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교원단체의 조직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후보들로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온전한 인격으로 대우하는 데 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지만, 지금 전북교육감 선거의 언어에서 학생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기 이전에 교사의 권위에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짙다. 학생을 향한 교사의 부당한 행위를 비판할 용기, 그리고 교원 조직의 이해와 충돌하더라도 학생 편에 서겠다는 선언, 이번 선거에서 그런 후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남호 예비후보는 4월 3일 전북CBS '라디오X'에 출연해 "과거 12년의 교육감 시절 동안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예비후보는 지난 선거에서는 '전국 최초 학생·청소년 기본수당'을 공동 공약으로 제안하는 등 학생 권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2026년 선거에서는 학생인권보다 교권 보호 4차원 안전망을 먼저 발표하는 등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학생이 주체인 교육'은 어디에 있는가

교육의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존중하느냐, 아니면 관리하고 길러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느냐에 있다. 과거 전교조를 중심으로 '참교육'의 기치를 높이던 시절, 진보 교육 진영이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학생인권을 교육 의제의 전면에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북교육감 선거에서 그 계승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후보들은 저마다 혁신과 개혁을 외치지만, 학생을 교육의 설계자로, 학교를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그리는 비전은 어느 정책 공약에도 선명하게 담아내고 있지 않고 있다. 교육은 학생을 위한 것이라는 명제가 선거 구호가 아닌 정책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의 목소리가 후보의 입이 아닌 교육정책의 뼈대 속에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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