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떠받치는 돌봄노동, 월평균 158만원…전북형 생활임금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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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고령화로 지역사회 돌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떠받치는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고용, 이동비 부담, 이용자와 가족의 부당행위 등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노동환경까지 겹치면서 돌봄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지역사회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는 지난 7일 전북여성가족재단의 같은 조사 결과를 선행 보도하면서,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방문요양보호사들은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 이용자의 폭언 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가제도 미비와 대체인력 부족, 계약 종료에 대한 우려로 응답자의 26.3%가 아파도 출근하는 ‘프리젠티즘’을 경험한 현실을 짚으며, 이 같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환경’이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전북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성인지 통계보고서 「보이지 않는 위험: 통계로 본 전북 방문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와 정책적 시사점」은 2025년 9월부터 10월까지 전북에 거주하는 재가 방문요양보호사 41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작성됐다.

전북은 고령화와 장기요양 수요가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대비 2025년 전북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8.7%포인트 증가해 전국 증가폭 7.9%포인트를 웃돌았다. 2025년 말 장기요양급여 이용률도 17.2%로 전국 11.4%보다 높았다.

돌봄 수요가 늘면서 요양보호사 수도 크게 증가했다. 전북지역 시설·재가 요양보호사는 2015년 1만3,048명에서 2025년 말 3만186명으로 약 2.3배 늘었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과 인력이 전주·익산·군산 등 도시지역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시·군별 돌봄서비스 격차도 확인됐다.

주 5일 이상 일하지만 주당 29.4시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4%가 주 5일 이상 근무했지만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29.4시간이었다. 67.3%가 주 40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31.5%는 초과근무를 경험했다. 초과근무를 한 노동자 가운데 28.7%는 별도의 초과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구조는 방문요양보호사의 낮은 월소득과도 연결된다. 주당 노동시간 자체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시간에 따라 노동시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주 5일 이상 일하더라도 안정적인 월소득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동에 따른 부담도 컸다. 응답자의 69.3%가 하루 2가구 이상을 방문했고, 이 가운데 76.8%는 개인 차량을 이용했다. 하지만 30.7%는 교통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특히 대중교통이 취약한 농어촌지역은 개인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교통비 지원뿐 아니라 이용자 가정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과 이동 중 사고에 대한 안전보장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절반 가까이 부당행위 경험

이용자와 가족에 의한 권익침해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49.5%가 근무 과정에서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비인격적 대우가 20.7%로 가장 많았고 언어폭력 14.9%, 성희롱·성폭력 9.3%, 신체폭력 4.6% 등이 뒤를 이었다.

부당행위를 당했을 때 소속기관에 알리고 조치를 요구한다는 응답은 43.4%였지만, 14.1%는 참고 지냈고 4.6%는 일을 그만둔다고 답했다. 특히 참고 지내는 이유로 87.9%가 ‘항의해도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단순히 신고창구를 두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발생 때 노동자가 해당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건강권 역시 사각지대였다. 업무로 인해 아프거나 다친 경험은 21.5%, 이로 인해 일을 그만둔 경험은 9.3%였으며, 몸이 아픈데도 출근한 ‘프리젠티즘’ 경험은 26.3%였다.

병가제도 미비와 대체인력 부족에 더해 일을 쉬면 소득이 줄거나 이용자와의 서비스 관계가 끊길 수 있다는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용자 사정으로 갑자기 일자리 사라져

고용 역시 이용자 상황에 크게 좌우됐다.

응답자의 43.2%는 이용자의 입원이나 시설 입소, 사망 등으로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노동자의 의사나 업무수행과 관계없이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음 이용자와 연결될 때까지 소득이 끊기는 사실상의 비자발적 실업 구조다.

임금 수준도 낮았다. 월평균 임금은 158만원이었으며, 전체의 67.1%가 월 200만원 미만을 받고 있었다. 장기근속수당을 받는 비율은 44.1%, 선임요양보호사 수당을 받는 비율은 8.0%에 그쳤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73.7%는 앞으로도 방문요양보호사로 계속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낮은 사회적 인식 60.7%, 업무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 59.0% 등이 꼽혔다.

지원센터 이용 경험 4.9%에 불과

전북도가 운영하는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역시 실제 이용률은 낮았다.

센터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48.6%였지만 이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9%에 그쳤다. 현재 4명의 인력이 전북 14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어 권역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는 ‘종합계획 수립’이 70.5%로 가장 많았고 사회적 인식 개선 37.1%, 실무중심 역량강화 지원 21.7% 등이 뒤를 이었다.

재단은 대체인력풀 운영, 병가와 건강검진 지원,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 이동노동 안전기준 마련, 근속보상 확대, 상시 심리지원,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권역별 확대와 중장기 처우개선 계획 수립 등을 ‘전북형 좋은 돌봄’을 위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생활임금·이동시간 보상까지 논의 확대해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문요양과 장애인 활동지원 등 지역사회 돌봄노동에 생활임금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문요양 돌봄노동은 일반적인 월급제 노동과 달리 이용자별 서비스 시간에 따라 노동시간과 소득이 달라지고, 이용자의 입원이나 시설 입소·사망 등으로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 생활임금 제도의 적용 범위를 민간위탁과 사회서비스 영역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장기근속 노동자에 대한 경력수당과 이동시간 보상, 교통비 지원, 병가와 대체인력, 야간·휴일노동 가산수당 등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용자의 사정으로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됐을 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우선적으로 연결하는 제도도 고용불안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방문요양과 장애인 활동지원은 각각 적용되는 수가와 재정구조가 다른 만큼 하나의 임금체계로 단순히 묶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사회서비스 수가 현실화와 지방정부의 생활임금 차액·경력수당·이동비 지원을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결국 지역사회 돌봄체계의 지속가능성은 서비스 공급량만 늘린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돌봄노동자가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장기간 일할 수 있도록 적정한 소득과 고용안정, 이동시간 보상, 병가와 휴식·건강권을 함께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권리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노동권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돌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이용자 역시 지속적이고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은 특정 직종의 임금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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