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오지선다형 넘어 서·논술형 절대평가로 단계적 전환해야”

“AI 시대에는 정답 고르기보다 질문·검증 능력 중요” ...채점 공정성 인프라·상대평가 개편·충분한 준비기간 병행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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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교육시민단체들이 광복 81주년을 맞아 현행 오지선다형 중심의 수능과 내신 평가를 서·논술형 절대평가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의봄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은 18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답을 좇던 나라에서 질문을 던지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능과 내신을 아우르는 서·논술형 평가로의 전환 방향을 2027년 3월 확정 예정인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AI 시대에는 이미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질문하며, 제시된 답의 근거와 논리를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AI는 그럴듯한 답을 무한히 만들어내지만 그 답이 옳은지, 근거가 무엇인지, 논리에 구멍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며 “답을 검증하는 능력은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답을 만들어 본 경험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특히 평가 방식이 학교 수업을 좌우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평가는 교육의 마지막 절차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를 결정하는 첫 단추”라며 “평가 방식이 정답 고르기를 요구하는 한 수업 역시 결국 정답 고르기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를 나와 마주하는 세상에서는 정답이 보기로 주어지지 않는다”며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모으고, 반론을 예상하고, 자신의 결론을 설득하는 능력은 다섯 개 보기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훈련만으로 기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지선다형 평가가 본래 깊은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 아니라는 점도 들었다.

단체들은 1910년대 미국에서 객관식 시험이 대규모 인원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채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발전했다며 “값싸고 빠르고 편리한 평가 방식이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사회에서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잣대로 사용돼 왔다”고 비판했다.

최근 대통령과 국가교육위원회에서도 현행 객관식 중심 수능의 한계를 지적하는 발언이 잇따른 점도 언급했다.

단체들은 지난 5일 대통령의 교육부 업무보고 발언과 12일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의 국회 교육위원회 발언을 거론하며 “국가 차원에서도 AI 시대에 맞는 평가체제로의 변화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곧바로 확대하기보다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제도적 기반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독일 아비투어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서·논술형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 방식 자체가 아니라 복수 채점, 채점자 간 조정, 명확한 채점 기준, 이의신청 제도 등 국가가 어떤 인프라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학교에서도 이미 서·논술형 평가가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와 교사별 편차가 발생하는 이유 역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단체들은 “지금까지 서·논술형 채점의 질을 사실상 개별 교사의 헌신과 학교의 형편에 맡겨 왔다”며 “교사에게 더 많은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평가관리센터와 채점 전문인력, 복수채점과 조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논술형 평가가 사교육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평가 형식 자체보다 고부담 상대평가와 대학별 논술고사가 사교육을 키워 온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다수가 정답을 맞히면 안 되는 상대평가 구조가 유지되는 한 어떤 평가 방식도 극단적인 변별 경쟁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서·논술형 전환은 상대평가 체제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고3 논술 사교육비 증가 현상에 대해서도 “학교 교과에 기반한 서·논술형 평가 때문이 아니라 대학들이 별도로 실시하는 대학별 논술고사가 형성한 시장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과정에 기반한 서·논술형 평가가 내신과 수능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학교 수업 자체가 대입 준비가 된다면 별도의 대학별 논술고사의 필요성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 단체는 이에 따라 국가교육발전계획에 서·논술형 평가로의 단계적 전환을 명시하고, 평가관리센터 설립과 복수채점 체계 등 공적 채점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상대평가 체제 개편과 사교육 대책을 함께 마련하고, 교사의 평가 전문성 연수와 업무 재설계,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면 시행에 앞서 연구학교와 시범지역을 통한 충분한 검증과 예고기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준비 없는 전환은 개혁이 아니라 혼란”이라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방향 자체를 결정하지 않으면 채점 인력 양성과 교사 연수, 예산 투입 등 어떤 준비도 시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히 선언하되 준비 없이 서두르지 않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며 “광복 81주년을 맞아 이제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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