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멘토, 너는 나의 멘티',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만나는 예술로 이어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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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신문】<윤원일 멘티가 그린 고보연 멘토>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시작된 작은 만남이 6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하나의 전시가 되었다.

지역의 시각예술가와 문학작가들이 추진장애인자립작업장의 발달장애인 회원들과 꾸준히 만나온 예술 멘토링 모임 ‘추진멘토링’이 오는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공동전시 《나는 너의 멘토, 너는 나의 멘티》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교육이나 일회성 재능기부의 결과물이 아니다. 2021년부터 이어져 온 만남 속에서 작가의 작업실과 지역의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시간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관계의 기록’인 샘이다.

추진멘토링은 “사회적 약자의 네트워크는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예술을 매개로 발달장애인을 가르치고 이끌어가는 일방적인 교육 관계가 아니라, 예술가와 참여자가 서로의 감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등한 관계를 지향해왔다.

그 과정에서 멘토는 단순한 교사가 아닌 ‘예술적 동반자’가 되었고, 멘티 역시 누군가에게 배워야 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감각과 언어로 세상을 표현하는 예술가로 성장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고나영, 고보연, 남민이, 이미영, 채영숙, 홍성미 등 6명의 시각예술가와 문학작가 김준정이 참여한다. 이들은 조인왕, 윤원일, 곽승환, 문준식, 조미숙, 이혜정 등 6명의 멘티와 짝을 이루어 오랜 시간 예술적 교감을 이어왔다.

각각의 관계는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다.
곽승환 작가는 산과 구름, 비와 집을 자신만의 색으로 화면 가득 채운다. 물감과 크레파스, 매직, 색연필 등 재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파란색과 화사한 색채를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펼쳐낸다. 그의 작품에서는 망설임보다 자신이 보고 느낀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힘이 느껴진다.

이혜정 작가는 꽃과 나무, 집이 등장하는 풍경을 주로 그린다. 크레파스를 좋아하는 그는 때로는 “못 하겠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멘토의 격려 속에서 끝까지 작품을 완성한다. 그의 그림에는 꾸밈없는 순수함과 따뜻한 정서가 배어 있다.

윤원일 작가는 거친 선과 과감한 채색이 특징이다. 여러 색을 겹겹이 칠한 뒤 다시 검은 선으로 화면을 구성하면서 인물과 집, 도형, 격자무늬 등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만들어낸다. 부드러운 손길과 거친 화면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독특한 시각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문준식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장면을 휴대전화 속 사진에서 찾아 오랜 시간 바라본 뒤 천천히 화면에 옮긴다. 조용하고 섬세한 그의 성향처럼 작품 역시 여유롭고 단정하다. 그의 그림 속 고요한 장면을 바라보는 일은 잠시 자신의 시간을 늦추어 바라보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조인왕 작가는 모임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드러낸다. 최근에는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추상적인 화면을 즐겨 그린다. 도형과 기호가 화면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한 그의 작품은 마치 춤을 추거나 말을 건네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조미숙 작가는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사람이다. 생각하고 바라본 것들을 막힘없이 화면에 풀어내며, 멘토링 과정 속에서 사물을 표현하고 채색하는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신이 바라본 세계와 마음속 이야기가 서서히 그림의 언어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멘토들의 작업 역시 이번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버려지는 옷과 천을 활용해 여성주의적 미술 언어를 펼쳐온 고보연 작가는 문화예술교육과 기획 활동을 통해 아동·청소년·장애인·노인 등 다양한 이웃과 예술로 만나왔다. 남민이 작가는 내면의 회복과 정서적 치유를 주제로 작업하며 아동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을 통해 예술적 소통을 실천하고 있다.

이미영 작가는 ‘대지’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결혼과 육아 등 삶의 시간 속에서 만나는 일상의 풍경을 작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채영숙 작가는 오랜 봉사활동의 시간 속에서 사람과 예술의 관계를 이어왔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믿음으로 꽃을 그리고, 발달장애인 멘티들과 예술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

홍성미 작가는 버려진 나무판과 폐마스크, 폐후라이팬 등 더 이상 쓰임을 다한 사물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힌다. 인간과 자연, 멸종위기 동물과 변화하는 환경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바라보며 ‘버려지는 것에서 생명을, 사라져가는 것에서 기억을’ 발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나영 작가는 문화예술교육과 기획, 디자인 활동을 거쳐 자신의 작업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는 육아라는 새로운 삶의 경험 속에서 또 다른 작업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문학작가 김준정은 지방 소도시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글을 쓴다. 정해진 답을 찾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내면에 있는 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쓴다는 그는 『엄마의 원피스』, 『돈 없이도』에 이어 2026년 『살면서 한 번은 혼자가 된다』를 펴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작가들과 발달장애인 회원들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가르쳤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6년의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이었다. 작가들은 멘티들의 꾸밈없는 시선과 표현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했고, 멘티들은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경험을 넓혀갔다.

따라서 이번 전시의 제목인 ‘나는 너의 멘토, 너는 나의 멘티’는 단순한 역할 구분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서로의 곁을 지키며 결국에는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가 되어온 관계를 의미한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그 틀을 넘어선다. 이들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감각과 취향, 기억과 상상력을 가진 창작자이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가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술이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바라보게 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일은 거창한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곁을 지키는 작은 만남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6년 동안 이어진 만남이 한 공간에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연대와 자립,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는 너의 멘토, 너는 나의 멘티》는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와의 만남은 8월 27일 오후 2시 30분에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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