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교육신문】전통 종이의 본고장 전주에서 한·중·일 삼국의 전통 제지 기술을 이어갈 청년 장인들이 함께한 문화 교류 행사 ‘삼국지향(三國紙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한솔홀딩스가 후원한 한·중·일 전통종이 문화 교류 행사 ‘삼국지향(三國紙鄕)’이 지난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학술 발표 중심에서 벗어나 삼국의 전통종이 후계자들이 직접 만나 제지 기술과 계승 경험을 공유하는 실무 중심의 교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교류는 2025년부터 전주시가 지원해 온‘전통한지 장인대학’의 후계자들이 중심축 역할을 맡았다. 중국 전통종이 선지(宣紙)의 본고장인 안후이성 경현시에서 추천한 후계자 2명과, 일본 국보장황사연맹 및 일본 문화청이 추천한 일본의 전통종이 화지(和紙) 후계자 2명이 전주를 찾아 전통한지 공방 탐방, 청년 후계자 네트워킹, 교류 전시 등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하며 지속 가능한 교류의 첫 단추를 끼웠다.
삼국은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고, 추후 전통종이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지속적인 교류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행사 첫째 날 전주천년한지관에서 열린 ‘한·중·일 전통종이 후계자 네트워킹’에서는 삼국 전통종이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모여 보존과 계승을 위한 본인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전통 종이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표에서 중국의 주용봉(朱永峰, 중국선지구분유한공사) 후계자는 “수많은 전통문화가 '빠름'을 좇다가 근본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아왔다”라며, “중국의 전통종이 선지를 만들기 위해 청단나무 껍질은 꼬박 3년 동안 햇볕을 맞혀야 하고, 볏짚은 석회물에 백 일 동안 삭혀야 한다. 이 시간들을 기다릴 줄 아는 이가 있는 한 전통종이의 맥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후계자로서의 묵직한 자세를 이야기했다.
이어 일본의 요시다 유코(吉田裕子, 고치현 도사화지) 후계자는 “화지(和紙) 만들기는 원료, 도구, 종이 뜨기라는 세 가지 수작업의 공존에서 탄생한다. 원료를 기르고 채취하는 사람, 대나무 발이나 발틀 등의 도구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사용해 종이를 뜨는 장인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화지는 성립되지 않는다. 장인 혼자서는 단 한 장의 종이도 만들 수 없다”라며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김진명 후계자는‘비움과 채움, 전통 한지의 제지 기법과 정신’을 주제로 발표해 각국의 독특한 제지 정신과 비전을 나누며 연대 의식을 다졌다.
시민과 관광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된 시연 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10월 9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제30회 전주한지문화축제장’에서는 일본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석주반지의 후계자 니시다 마사루(西田勝)와 한국 전통한지 장인대학의 조계환, 한이수 교육생이 정교한 전통종이 제조 시연을 펼쳐 감탄을 자아냈다.
현장 한편에서는 사전 모집된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중국 도기선지유한공사의 후카이(胡凯)가 탁본 체험을 한국의 전통종이 후계자들이 전통종이 원료 제조(흑피 벗기기) 체험이 성황리에 진행되어 전통문화의 가치를 직접 체감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행사 기간 전당 1층에서 열린 교류 전시 ‘세 개의 나라, 하나의 숨결. 삼국지향(三國紙鄕)’에서는 각국의 독특한 제조 도구와 다양한 전통종이, 응용 제품이 한자리에 공개됐다. 이와 함께 천년을 이어온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어 동아시아 전통 종이의 진면목과 이를 계승하기 위한 청년들의 노력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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