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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아동 삶의 질 전국 최저, 왜?

전북지역교육연구소 정책세미나서 진단...극복 방안 토론


... 문수현 (2016-10-27 16:41:04)

전국 16개 시·도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삶의 질을 살펴본 결과, 전북 학생들이 최하위권인 15위에 머무른다는 조사결과가 지난 8월 발표됐었다(세이브더칠드런·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한국 아동의 삶의 질’).

3년간 연차별로 이뤄진 이 조사의 결과에 주목해온 전북지역교육연구소(소장 이미영)가 26일 오후6시 전북도의회 회의실에서 ‘전북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 방안’을 주제로 교육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교육관계자 50여명이 참여했다.


▲전북지역교육연구소 주최로 <전북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 방안> 세미나가 26일 오후 전북도의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주제발제는 아동복지 연구자인 김광혁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먼저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조사를 소개하면서 전북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수준을 살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2013년부터 연차별로 실시하고 있는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조사는 2013년 조사의 경우, 초·중학생과 학부모 1만6784명을 대상으로 건강, 사회적 발달, 정서·인지적 발달, 바람직한 인성, 가족·학교·지역사회 환경, 아동권리 인식 등 8가지 아동 삶의 영역에서 47개의 주관적·객관적 지표를 도출해 우편으로 설문했다.

김광혁 교수는 이 가운데 대표적인 지표 몇 가지를 추려 전북 아동의 실태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라북도 아동청소년은 여러 가지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김 교수는 2013년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2014년과 2015년 조사도 있지만 2013년 조사결과와 거의 같다고 밝혔다(이하 표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소개된 것들이다).









아동의 주관적 건강상태는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우울감 또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 등을 나타내는 ‘나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서도 전북 아동들은 전국평균 62.0에 못 미치는 59.8점으로 경북 다음으로 낮았다.

전체 조사대상 아동들은 자신의 전반적인 학업성취도를 100점 만점 중 63.9점으로 평가했다. 시도별로는 충북이 68.2점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전북은 60.4점으로 가장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전북 학생의 객관적인 학업성취도가 낮은 수준인 점에 비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다.

그렇다면 전북 아동들의 인성은 어떨까. 세이브더칠드런·서울대 조사의 특징은 지금까지 아동발달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바람직한 인성(flourishing)’ 영역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도내에서 교사들을 비롯해 일반적 통념은 “아이들이 공부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인성은 좋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사결과는 그런 통념을 무너뜨렸다. 조사에서 아동의 바람직한 인성 지표는 본인의 이타심, 관용, 공감, 미래에 대한 낙관적 인식, 사회적 능력(1·2) 등이었다. 차례대로 살펴보면, 전북 아동들은 관용 지표에서 100점 만점 중 57.1점으로 경북과 함께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고, 공감 지표에서도 58.0점으로 가장 낮은 공감 수준을 보였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 인식 면에서도 경북과 함께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사회적 능력(1)은 ʻ다른 아이에게 창피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ʼ, ʻ친구 두 명이 싸우면 화해할 방법을 찾는다ʼ, ʻ모둠활동 시 내 몫을 다 한다ʼ 등의 3개 항목으로 구성됐고, 사회적 능력(2)는 ʻ다른 인종 및 종교를 가진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음ʼ, ʻ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잘 들음ʼ, ʻ친구와 다툼 시 화를 잘 참음ʼ, ʻ문제발생 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친구와 의논할 수 있음ʼ, ʻ공공장소의 규칙 준수ʼ, ʻ동의하지 않는 타인의 의견 존중ʼ의 6개 항목으로 구성된 지표다. 전북 아동들은 사회적 능력(1·2)에서 모두 가장 낮은 16위의 점수를 나타냈다.

김광혁 교수는 이에 대해 “이 연구 발표 전의 다른 지표들에서도 전라북도 아동의 인성이 좋지 않다는 자료들이 있었다”면서 “다만 좀 더 명확한 분석 자료들을 보자 보자 했던 건데, 실제로 이런 결과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일반의 통념과 상반된다. 저도 이 분석 결과가 와 닿지 않아서 선생님들에게 만날 때마다 여쭤봤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가족의 위기와 연관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더라”고 전했다.

한편, 아동권리 인식에 있어서도 전북은 수준이 낮았다. 아동권리 인식은 아동이 가진 권리에 대한 인식, 아동권리 협약에 대한 인지, 어른들의 아동권리존중 등의 지표를 통해 평가됐다.

분석결과, 아동들 스스로 아동이 가진 권리를 인식하는 아동은 전체의 34.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북지역 아동이 26.24%로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울산지역 아동의 권리인식이 40.2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북교육청이 2010년 이후 남달리 아동과 학생의 인권을 강조해온 사실에 비추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결과다. 아동권리협약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도 전국평균에 못 미쳤고, 어른들이 아동권리를 존중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낮은 편이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전북지역 아동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 수준이 전반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안 좋게 나타난 데 대해, 부모의 양육행동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봤다. 아동발달은 물론 학업성취도도 가정의 영향이 1차적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뜻에서, 전북지역의 아동학대 신고율과 학대판정 비율이 전국 최고인 점이 주목된다. 이 같은 관점에 따라, 부모의 양육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적 투자·지원이 중요해진다. 특히 부모교육과 부부치료, 가족치료 활성화 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집중 서비스가 강조된다. 대신 학교와 지역사회 변수는 부차화된다.







김 교수는 이에 더해 빈곤률이 전국평균보다 크게 높고 재정자립도도 낮다보니 정책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제수준이 변수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 같은 관점에 대해 이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전북도의회 양용모 의원(교육위원회)은 “학교 예산은 학생 수에 따라 배정돼 내려오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학교운영비에 있어 예산 차이는 별로 없고, 재정자립도 역시 학교교육과 실제로는 큰 연관이 없다고 본다”며 “도리어 교육청과 지자체가 업무협의가 너무 적은 게 우리지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청객으로 참여한 전주완산고 박제원 교사는 “조사결과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학업성취도 수준이 다른 지표에서의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줬다”면서 “재정자립도나 빈곤률이 삶의 질을 낮춘다고 생각되지 않으며,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개인적으로 이견들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연구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한 “몇 년째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이렇게 (전북 아동의 삶의 질 수준이) 낮게 나온다. 정확한 조사나 분석,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제발표에 이은 사례발표와 토론에서 익산 석암초 최상진 교감 ‘학교 현장에서 본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개선 방안’을 발표, 학생들에게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과 ‘사고방식 중재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아동센터 전북지원단 이진호 단장은 ‘학교 밖 교육현장에서 본 아동 실태와 지역 협력 방안’ 발표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학교가 지여아동센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교육지원청과의 교육협력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시흥시도 이번 세미나에 참여했다. 시흥시 행복교육지원팀 석은순 팀장은 ‘지자체-교육청-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사례’를 소개했다.

전북지역교육연구소 이미영 소장은 “전국 최하위인 우리지역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관계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자체-교육청-학교-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타 지역 사례에서 현실적 교훈을 찾아내고자 세미나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