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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03 23:56:42

“자신 안의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서”

[Bonnie의 화이트보드(2)] 바니쌤 영어특강교실 강사


... 편집부 (2017-04-13 21: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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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onnie Lee)

감성의 온도를 올리는 법

고등학교 시절 오래전 일이다. 한창 벚꽃이 만발한 오늘날처럼 그때도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학교 정원이 더 없이 화려한 때였다. 미술 시간이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야외에서 수채화를 그리는 시간을 가지자며 우리 모두를 학교 정원에 자리 잡게 하셨다. 먼저 스케치하라 고 하시고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조언을 하셨는데 간혹은 꽃이 만개한 나무 앞에서 잠시 사색에 잠기기도 하셨다. 난 그때 고등 방송부 PD역할을 맡고 있어서 저녁 방송에서 어떤 내용으로 방송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며 소위 딴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어떻게 색을 칠해야 할지 집중을 할 수 없어서 굵은 붓에 연한 색부터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나무와 그 배경을 바라보면서 같은 계열의 더 진한 색을 써가며 차례차례 찍어 그려가고 있었다. 사실 그때 선생님께서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 줄도 몰랐다. 갑자기 선생님이 부르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 얘야, 너 뭐하니?”
“ 아, 선생님.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어요.”
“ 너, 잠깐 나 좀 보자.”
“ 저요?” 순간 혼나겠구나 싶었다.
“ 너, 전에 어디서 그림 배운 적 있니?”
“ 아니요. 없는데요.”
“ 네가 금방 그림 그린 방법이 뭔지 아니?”
“ 아니요. 그냥 시간이 부족해서 성의 없게 그려 죄송해요.”
“ 아니, 그 말 듣고 싶은 게 아니고...그 방식은 <점묘법>이라는 것인데.”
“ 아, 네. 성의 없게 그렸다고 혼내시는 줄 알았어요.”
“ 아니. 혹시 그림 배워볼 수 있는지 집에 가서 부모님과 상의해 볼래?”

나는 이때의 대화를 생생히 기억한다. 물론 집에서 반대를 해서 화실을 다니며 화가가 되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 당시에 그 선생님의 대우가 내 삶에 큰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깨닫게 되는 일이었는데, 어떤 하나의 방식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과 무엇보다 어린 감성이 시들지 않도록 보호해주신 것이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감성마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 주신 것이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관심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책이 하나 있다. 줄리아 카메론이 저자인 THE ARTIST’S WAY인데, 저자는 예술은 일종의 정신적 거래라고 말한다. 사람은 자기가 주창하는 바를 실천하게 마련이라는 사실과 다른 사람들의 창조성을 일깨워 주면서 자신의 창조성까지 살아나게 하는 과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특정 전문적인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애초에 창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창조성을 깨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Julia Cameron이 지은 The Artist's Way: A Spiritual Path to Higher Creativity 표지. 사진=amazon.com/books

만약 그날에 선생님께서 친구들 앞에서 혼쭐만 내고 하나의 그림 방식을 언급해주지 않으셨다면 나는 반발심만 생기고 미술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평범한 학생으로 남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고, 집중하지 못했던 태도에 대해 반성할 줄 알았으며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미술 시간을 좋아했으며 학교 방송을 여는 이야기를 쓸 때에도 음악을 선정할 때에도 내용은 더 풍부해졌고 대부분의 학교생활은 신이 났다.

이후로 성장하면서 마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외부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 삶은 타인에게 칭찬을 받기도 하고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표현하는데 반드시 하나가 아닌 다른 방식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알았을 뿐인데, 그 사실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하고, 예술을 가깝게 두게 하며, 끊임없이 읽고 듣고 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길 갈망하게 한다.

나는 이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교육 즉 self-education’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교육은 감성의 온도를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내 안의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 감성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스스로 건강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큰 교훈이었던 시각의 변화를 비롯해서 부정적인 생각 제거, 관심, 휴식, 연대감, 열정, 음악과 춤 등이 나의 감성의 온도를 올려주는 기본 요소들이 아닐까 되짚어 본다. 풍부한 감성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공감능력을 길러준다고 믿는다.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면 소통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더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나 자신을 위한 개인의 행복과, 함께 살아가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누리는 행복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감성의 온도를 가진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 [편집자] [Bonnie의 화이트보드]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독자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