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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휴넷, 현장실습생 사망 공식사과

유족에 사과, 작업환경 개선 대책 내놔...원청 LG유플러스는 빠져


... 문수현 (2017-06-08 00:51:45)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LB휴넷 운영)가 현장실습생 홍수연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5개월 만에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다만 원청인 LG유플러스는 끝내 책임을 외면했다.

LB휴넷과 사건공동대책위는 지난 4월 25일부터 이어온 교섭에 종지부를 찍고 7일 오전 합의에 도달했다. LB휴넷은 이날 대표이사 명의의 공개사과문을 발표하고 유가족을 만나 직접 사과하는 한편, 유가족에 대한 배상 및 보상, 작업환경 개선 대책 시행 등을 약속했다.

LB휴넷은 작업환경 개선 대책으로 △원청의 정기적인 모니터링 실시 후 개선안 마련과 즉시 시행 △지역 전문 정신건강 시설인 전주시 건강증진센터와 ‘마음치유 업무협약’ MOU 체결 △일반상담업무와 영업상담업무의 분리 △시간 외 근무 중단 조치로 오후6시 이후 사무실 소등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운영 중단 △먼저 끊을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한 블랙컨슈머 제도 강화 △상담사 정신건강 보호 프로그램 대폭 강화 △근로기준법 등 각종 법률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 등을 약속했다.

사측은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먼저 당사가 운영하는 전주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사고에 대하여 고인과 유족들에게 애도의 마음,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당사는 현장실습생 제도의 운영상 표준협약서와 근로계약서가 불일치한 관리상의 하자에 대해 이를 인정하고 즉시 시정했으며 고인이 느꼈던 감정노동과 실적경쟁에 대한 심적부담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과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고객센터 업무특성을 고려하여 재직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심리상담 및 근로환경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업무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동대책위가 6월 7일 전주 대우빌딩 앞에서 개최한 ‘LG유플러스 고객센터 고 홍수연씨 사망 사건 합의 보고대회’에서 배우 한영애씨가 씻김굿을 하고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던 고 홍수연씨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품판매 실적압박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힘들어하던 중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단체들이 3월초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회사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4월 25일부터는 LB휴넷과 사태해결을 위한 교섭을 벌여왔다.

공동대책위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본래 취지에서 어긋나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은 한국 노동현장에서 수십 년 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며 “취업률 경쟁 속에서 안전망도 없이 사회로 내몰린 현장실습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커녕 자신의 건강과 생명마저 위협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습도 노동도 아닌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대안적인 직업교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이번 합의에 따라 재발방지 개선대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또다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제기된 현장실습, 감정노동, 간접고용의 문제는 한국사회 전체에 걸쳐 있는 문제”라며 “문제가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되도록 사회적 논의와 노력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장준 공동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기본급 113만5000원 책정한 사람들, 고객센터를 다섯 개로 지부로 나눠서 인센티브 경쟁시킨 사람들은 LG유플러스인데, 그들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넉 달이나 걸렸지만 결국 사과를 받아냈고 제법 괜찮은 수준의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