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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주를 통한 감정발달, 멋지지 않나요?

[Bonnie의 화이트보드(4)] 바니쌤 영어특강교실 강사


... 편집부 (2017-06-08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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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onnie Lee)

[감정교육에 관한 생각 1]

얼마 전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영어 독해 지문에 ‘재즈의 역사와 즉흥연주’에 관한 간단한 단락의 글이 있었다. 대상이 중학생들이어서 영어로 본문을 이해하는 이전 단계에 생소한 재즈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이라도 넓혀 주기 위해 루이 암스트롱의 ‘Only you’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재즈 연주에 쓰이는 악기들을 배워 본 경험이 있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보통 어릴 적에 피아노를 많이 배우곤 하는데 한 학생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나: 악기 배워본 경험이 있니?
학생: 색소폰이요.
나: 와우 멋지다. 얼마동안 배웠니?
학생: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도 일요일마다 배우고 있어요.
나: 그래? 요즘 배우며 연주하는 음악이 뭐니?
학생: 아...창피한데...
나: 왜? 색소폰이 연주하기 쉬운 악기가 아닌데...
학생: 아...그냥 아저씨들이랑 뽕짝 연주하며 놀아요.
나: 그게 왜 창피한 거지?

수업이 끝나고 이 학생과 나눈 대화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학생은 그렇게 일요일마다 연주하고 놀면서 어떤 감정을 더 키워가고 있을까 무척 궁금했고 실제로 그 환경이 그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 학생이 제대로 즐기며 배우고 있는 것이라면 분명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보다 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음악 장르를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어린 학생이기 때문에 옆에서 누군가가 학생이 인식하고 있는 ‘뽕짝(트로트)’ 음악 장르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급지지 못하다는 선입관도 줄여 주면서 충분히 연주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환경이라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학교에 음악 감상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기껏해야 피아노와 턴테이블이 있었고 음악 선생님이 직접 연주해 주시거나 LP 레코드판을 들고 오셔서 클래식 장르가 대부분이었지만 매번 다른 주제로 들려주곤 하셨다. 물론 그 후에 감상문 형식으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적어 제출해야 했는데 그 음악들을 들으면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기도 했고 그때 느끼고 있던 감정에 그 음악들이 스며들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전에서 감정(feeling)이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으로 정의되어 있다. 감정은 분명히 성장하면서 발달하는데 어린 학생일수록 감정을 발달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으로 음악을 듣고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실제로 연주하면서 즐기는 시간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 소위 유아 교육 전문가들이 말하는 어릴 적 악기 연주가 뇌 발달이나 집중력을 높이고 감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각 악기가 주는 소리와 리듬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에 반응하고 마음을 꾸준히 열어 보는 것! 비싼 악기 구입도 쉽지 않고 학교 교육으로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하다면 악기 연주는 의무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나의 학생이 색소폰을 불며 어른들과 뽕짝을 연주하며 노는 그 모습을 상상해 보았을 때 최근에 볼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모습이고 참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그 학생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 역시 장르 관계없이 매일 음악을 듣고 이제는 70세가 된 노인이 되어서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배워볼 생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느끼는 감정은 소중한 원동력이기 때문이고 그 감정들이 좀 더 즐거운 곳에서 먼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고 싶다.


▲학교에서 악기 연주는 의무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은 1960~70년대 미국의 음악가 Sixto Rodriguez를 다룬 말릭 벤젤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Searching for Sugar Man’(2012년)의 영화음악 음반 표지. 로드리게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예술 특히 음악과 미술을 통한 자녀교육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 [편집자] [Bonnie의 화이트보드]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독자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