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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03 23:56:42

“LG상담노동자들이 노조 만들었으면”

[인터뷰] 박장준(공동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


... 문수현 (2017-06-08 22: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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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장준)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강문식 민주노총전북지부 교육선전부장과 함께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일하면서 고 홍수연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위해 헌신했다. 6월 7일 공동대책위와 회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직전 박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짧지 않은 기간, 사측과 실무교섭에 참여하셨습니다. 감회가 특별할 것 같습니다.
= 유족, 공대위, 정치권, 언론... 홍수연님의 이야기를 듣고 연민과 분노를 느낀 모든 사람들이 달라붙어 싸웠습니다. 그래서 교섭할 수 있었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와 LB휴넷을 전방위로 압박해 ‘사회적 교섭’을 관철해냈습니다. 그러나 교섭을 마치고 나서 유족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기까지 넉 달이 넘게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유족의 삶은 망가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죄송했습니다. LG유플러스를 교섭에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종 합의까지 난항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 LG유플러스가 교섭에 나온다고 했다가 번복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섭 과정에서 확인한 회사의 입장과 발언 중에는 굉장히 충격적인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기 전 5년 정도 ‘미디어스’와 ‘미디어오늘’에서 기자로 활동했는데, 만약 교섭 과정을 기사로 쓸 수 있었다면 아마 수십 건의 기사가 나왔을 겁니다.

이번 합의에 과거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 어떤 점을 들 수 있을까요?
= 사회적 압박을 통해 교섭을 끌어낸 것 자체가 가장 큰 성과 아닌가 합니다. 홍수연님의 죽음을 사회적으로 추모했고, 백여 개 이상의 사회운동단체들이 유족과 함께 했고, 정치권과 언론이 나서 회사를 압박했습니다. 그래서 현안에 대한 교섭을 시작했고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사과를 받아내고 촘촘한 재발방지대책을 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LG유플러스고객센터를 좀 더 나은 일터로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이번 사회적 교섭과정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함께 한 것이었습니다. 이것 또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계 또한 없지 않아 보입니다.
=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사과도 교섭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출근선전전, 점심선전전, 저녁 추모대회, 각종 언론기고, 국회와 언론의 압박에도 LG는 꿈쩍을 않았습니다. 이번에 원청의 사과까지 끌어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남은 과제을 지적해 주신다면...
= LG유플러스가 고객센터를 어떻게 바꿀지 관건입니다. 회사-대책위 합의와 약속이 이행되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 합니다. LG 상담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희망연대노조 조합원 중에도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서울시의 행정서비스를 맡는 120다산콜재단 노동자, 케이블방송 딜라이브의 고객을 상담하는 텔레웍스의 노동자들입니다. 이 현장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는 중입니다.

고인의 가족과 함께한 시간도 꽤 되시죠. 가족을 대할 때 느낀 점, 그리고 유가족이 시민들에게, 또는 우리사회에 바라는 점을 혹시 느끼셨나요?
= 수연님의 부모님은 6월 7일 회사로부터 사과를 받는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분이 채 안 되는 그 사과를 받으려고 5개월을 넘게 싸우고 버텼습니다. 무자비한 언론과 상대하면서, 딸이 남긴 증거를 찾으면서, 응답 없는 회사와 싸우느라 삶이 망가져버렸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상처는 평생 잊을 수 없겠지만, 이제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 좋겠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어머님, 아버님과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