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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맘에 안 들면 폐지부터 생각할까요?”

[Bonnie의 화이트보드(5)] 바니쌤 영어특강교실 강사


... 편집부 (2017-07-14 09: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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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onnie Lee)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교육 혁명’과 관련된 기사들과 각 내용 찬반 논란에 관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중간·기말고사 폐지’에 관한 내용이다.

6월 중순경에 ‘학업에 지친 청소년들 열광케 한 대통령 정책 7가지’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참정권 없는 청소년들의 모의 투표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약속한 내용인데 그 첫 번째가 획일적인 시험을 지양하기 위해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청소년들이 열광한 정책’이라는 대목인데 과연 정말 그럴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시험이 없어지면 청소년들이 정말 행복해질까?

내 주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 “중간·기말고사 없어지면 좋겠지?”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돌아오는 답은 “아니요!”이다. 정말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일이지 않은가? 지긋지긋한 시험이 사라지면 행복할 것 같은데 말이다. 학생들이 말하는 의견 중에 공통적인 이유는, 시험이 없어지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을 거라는 걱정이다. 시험이 대학이나 사회 진출에 가장 큰 수단으로 인식되어 있어서 그런 불안감을 표현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충분히 이해도 가고 실제로 그 수단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학생들의 응답도 다양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중간·기말고사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물론 고양이, 원숭이, 코끼리, 기린, 사자 모아놓고 ‘나무 누가 빨리 오르나’와 같은 시험을 정기적으로 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시험 그 자체는 사실 기억력, 응용력, 사고력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인간은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몇 초에 불과하고 이후는 기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서 새로운 지식으로 응용하고 발전시키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 기억의 힘을 키우는 데 우리 뇌의 전두엽과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해마가 기억의 제조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데 해마뿐만 아니라 그 주위를 자극하면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정보가 선별되어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떻게 자극하느냐’인데 현재 모든 교육에 종사하는 지식인과 전문인 또는 교육 현장에서 직접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주장하는 모든 방법이 그것에 해당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험도 그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중간·기말고사 폐지한 후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이끌어나갈지는 앞으로도 계속 연구가 되고 많은 전문인들이 힘을 모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학생들이 혼란을 덜 겪고 좀 더 재미있게 학습을 하면서 스스로 평가하는 것을 어떻게 즐기게 할 수 있을까에 관해 더 생각해보고 싶다. 한 예로 한 고등학교의 이번 영어 기말고사 문제를 보면 힘들이지 않고 아주 간단하게 당장 시험 자체를 개혁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고등학생들이 학습한 보람도 없이 점수를 쉽게 잃게 만드는 가장 난감해 하는 풀기 부담스러운 유형이다. 이 정도의 지문의 문제를 푸는 데 할당되어 있는 시간은 겨우 1분 남짓이다. 완벽하게 암기가 되어 있지 않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정답을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학생들은 고사하고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해결하기 힘들어할 문제 유형이다. 문제를 해결할 단서도 없이 무려 틀린 곳이 10곳이기 때문이다.

지문을 처음 보는 경우, 문장의 규칙 즉 문법적인 오류를 찾아야 하는 것이라면 조금 수월할지도 모르지만 글의 흐름상 어색한 표현이라면 전혀 배경지식도 없는 내용일수록 단서 없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이런 문제들을 학생들이 암기에 의존하지 않고 단서를 통해 사고하여 풀기를 희망한다. 오히려 이런 문제 유형은 사라져도 좋다.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고 풀어내려고 해도 10개의 오류는 너무 많고, 시험 전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암기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라는 과목에 있어서 평가를 위한 중간·기말고사의 기본 형태는, 반드시 알아야 할 표현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이미 약속된 언어의 규칙 즉 문법을 활용해서 지문을 이해한 후 질문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간략하게 써보고 말을 해보는 것이었으면 한다. 그 이후에 특성화가 필요한 학생들은 더 고급 교육을 선택하여 받으면 되는 것이다.

분명 교육 개혁은 필요하지만 무조건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나에게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처음부터 그랬듯이 중간·기말고사 폐지하고 ‘어떠한 형태’로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해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지에 대해서 늘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이다.

※ [편집자] [Bonnie의 화이트보드]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독자를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