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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가?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권혁선(이리고등학교 교사)


... 편집부 (2017-10-01 20: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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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혁선)

씩씩하게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졸업 학생이 지역 대학의 역사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면서 근로 장학생으로 학교에 와서 주간에 봉사를 하고 오후에는 대학으로 돌아가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일찍이 고교 재학 중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개최한 ‘우리역사바로알기’ 대회에 익산 지역 ‘문용기 의사’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여 전국대회 본선에까지 진출했던, 미래가 기대되는 친구이다.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대학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수업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거꾸로 수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아마 요즘 그런 형태의 수업을 하고 있음을 알고서 말을 꺼낸 것 같다. 물론 이 친구가 졸업할 당시에는 이런 형태의 수업이 없었다. 그러니까 불과 5년 사이에 학교는 엄청난 변화를 겪은 것이다.

“거꾸로 수업이 잘되고 있나요?”

3년 전에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도하는 교사도 학생들이 막상 사전에 동영상을 시청했다고 해도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당한 지도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매 시간마다 프로젝트 수업을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토론 수업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학생들이 모두 동영상을 사전에 시청하고 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둠별 수업을 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하나씩 극복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리하게 학생들 수준에 맞지 않는 서술식 문제 풀이를 시도하면서 오히려 재미없는 수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요즘은 매시간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 문제 풀이 수업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다행히도 모둠 경쟁에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얼마 전 페이스 북에 탑재해 보았던 어색한 수업 장면이 바로 모둠별로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이하기 위해 협동 학습을 하던 장면이었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전혀 볼 수 없다.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사전 동영상을 시청하는 학생들의 수가 이전보다 부쩍 증가하고 있다. 문제 풀이를 하고 정답을 확인하는 가운데 본시 학습 내용을 설명한다. 채점과 내용을 확인하면서 교실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모둠 활동을 하면서 발생한 오류를 학생들 스스로 찾게 되었다. 욕심을 부리면서 이제는 간단하게 채점만 하고 설명을 학생들이 직접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역으로 학생들의 발표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동영상 시청을 통해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재해석하여 모둠별 역할 분담을 통해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발표 내용을 모둠 평가지 활동으로 학생들 스스로 평가를 하고 있다. 수업과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쟁적으로 이루어진 모둠별 사전 평가도 역시 누적되어 평가에 반영된다. 본시 학습 활동을 하면서 수행 평가의 절반이 이루어진다. 오히려 교사가 주도하는 강의식 수업보다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진도도 강의식 수업보다 조금은 빠르다.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토론 수업과 비쥬얼 싱킹이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만화 제작 발표 수업을 실시하였다. 특히 3.1운동과 임진왜란과 같이 학생들이 평소 잘 알고 있다고 판단되는 단원에 대한 만화 제작에서는 같은 사건이지만 다양한 관점과 표현 기법을 활용한 학생들의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평상시 학업 성취도가 낮았던 학생들도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면서 오히려 모둠 활동을 주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옆에서 바라볼 때 교사로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동영상 시청에 또 1학기에 불과 2~3회 불과하지만 동영상 제작 그리고 토론, 만화 제작 활동을 위해 모둠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작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다.

“학생 중심 수업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일단 호기심이 생겼나 보다.

가장 먼저 교육과정편성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현재 학교교육과정은 학생 중심 수업을 하기에는 1학기에 이수해야할 과목이 너무 많다. 7~8과목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일반 교과나 전문 교과 모두 과목당 5단위를 기본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교과서들도 1학기 매주 5시간 수업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교과서가 편찬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에서 1학기에 허용한도인 ±2로 증감하여 많은 과목을 학습하도록 편성한다면 1~2단위를 감소하여 운영하게 되는 과목의 경우 교과서 진도도 제대로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학생들도 과목을 이수하면서 학생 중심을 수업을 진행한다면 학업 내용에 대한 기본 지식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학업에 대한 피로도만 증가할 우려가 있다. 요즘 교과서는 이러한 학생 중심 수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교과서 내용을 이전에 비해 대폭 줄이고 있다.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조성해 주기 위해서는 매학기 이수해야할 교과목을 적정하게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 대학과 마찬가지의 형태로 시간표를 편성해야겠네요.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고교 학점제 이야기를 언급한다. 흔히 학점제라고 하면 학생들 마음대로 원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 1학년에는 기본 교육 과정으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과 특별히 다를 것이 거의 없다. 2학년 1학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희망에 따라 교과목을 선택하겠지만 역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 과목들이 아직은 많다. 다만 전공 연계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하기 위해서는 집중 이수 형태로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많은 강의실과 교사의 수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이때 2009교육과정과 조화를 이루면서 교실과 교사 수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본격적으로 진로 선택이나 전문 교과를 중심으로 교수-학습이 전개될 3학년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합리적으로 편성하고 대비한다면 시간이 반드시 부족한 것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간은 혼란이 발생하더라도 본인이 희망하는 교과목을 학습하게 된다면 더욱 좋은 수업이 될 것 같아요.”

그렇지 우리 역사과 같은 경우에도 수능에서 선택하는 학생이 그다지 많지 않아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받기도 했지만 고교 학점제가 정착된다면 쉽게 세계사와 같은 교과목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대학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선발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찬밥’신세를 면하고 있지 못하는 경제나 물리 과목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부종합 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교과 활동보다도 비교과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고교 학점제가 정착되고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 트랙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게 된다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스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집중 이수 형태로 교과목에 대한 표준 이수 단위가 확보되어 학생 중심 수업이 활발하게 전개된다면 당연히 학교 밖에서의 비교과 활동의 비중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현재는 탐구 과목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이수단위로 인해 중하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반 교육을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현실에서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대학이나 각종 연구소 등을 찾아 비교과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과활동을 교내에서 진로 선택 혹은 전문 교과를 통해 소화하거나 방과후 혹은 방학을 이용해 인근 과목 거점 학교에서 이수하게 된다면 공교육 울타리에서 충분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수저 전형’에 대한 비판은 교육과정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속하게 비중이 커져 버리면서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고교 학점제의 취지에 맞는 합리적인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오늘은 장황하게 수업 이야기도 해보고 또 이러한 수업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두서없지 고민을 해 보았다.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대학 입시를 둘러싼 결과만을 가지고 수능, 학종, 교과전형, 논술이냐 하는 결과에 대한 선택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으로 공교육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과정에 방점을 둔 건설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신절대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선행 조건이다. 내신절대평가와 수능절대평가에 대한 이야기까지를 한 그릇에 모두 담기에는 너무나 양이 많으니까 오늘 내용 가운데 부족한 점과 더불어 보다 심도 깊게 다음에 살펴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