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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들의 메이데이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장원(노동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 편집부 (2018-05-01 10: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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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장원)

5월 1일은 세계노동절이다. 1886년 5월 1일,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지친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파업 중인 노동자에게 사격을 가했고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다음날 격분한 노동자들 30만명이 격렬한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 중에 폭탄이 터졌고, 경찰은 이를 빌미로 집회를 주도한 노동운동가 8명을 폭동죄로 체포하여 5명을 처형한다. 이 폭탄 투척사건은 7년 후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자본가들의 기획으로 드러났다. 1889년 창립된 사회주의 운동의 국제기구인 제2인터내셔널에서는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리는 의미로 1890년 5월 1일에 세계 동시다발로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한 시위를 결의했다. 세계노동절은 그 후로 지금까지 매년 5월 1일 전세계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5월 1일 메이데이 투쟁의 성과는 노동시간단축을 이루어냈을 뿐만 아니라, 5월 1일 그날 자체를 전세계적 기념일로 만들었다. 단순히 달력 5월 1일자에 ‘근로자의 날’이라고 적혀있는 것뿐만 아니라, 5월 1일은 근로기준법에 ‘법정유급휴일’로 명시되어 있는 유일무이한 날이다. 사장이 노동자를 5월 1일에 출근시키려면 그날 일당의 10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전세계의 노동자들이 1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쌓아온 역사가 이날 하루 두 배의 일당으로 표현되는 셈이다.

그런데 5월 1일날 쉬는 사업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5월 1일에 유급휴일에 따른 가산금을 주는 사업장을 찾아보는 건 더 어렵다. 근로기준법에 5월 1일이 법정유급휴일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어도 아무도 지키질 않는다. 심지어 이날이 법정유급휴일임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모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5월 1일 노동절의 유래를 가르치지도 않고, 임금계산법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노동법을 가르치지도 않으니, 어디서 주워듣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길이 없다.

법을 알아도 임금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사장이 고의적으로 임금체불을 해도 고용노동청에서는 근로감독관이 경고 한 번 주고 말아버린다. 처벌이 없다시피하니 임금체불이 상식이 된다. 최저임금도 안 주고 주휴수당, 퇴직금도 일단 떼먹고 보는 것이다. 알바가 그냥 넘어가면 고스란히 사장의 추가 이익이 되고, 알바가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 줘버리면 그만이다.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도 결성할라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해고하고, 사내 따돌림을 시키고, 심지어는 용역깡패를 투입해 폭행하기까지 한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 중 단결권도 힘에 부치는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파업 등)은 얼마나 어려울지는 명약관화하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대기업인 맥도날드는 알바노조 맥도날드 분회가 노조법에 따라 요구한 단체교섭을 해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현재까지는 맥도날드 본사의 교섭해태 전략이 먹히고 있다. 자본이 이렇게 나와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노동권을 가르치지도 않고,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도 않는 사회에서 노동자 취급도 못받는 알바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보장받을 수 있을까? 암담해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알바노동자들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알바노동자들이 처음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을 때, 노동계조차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은 이제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되었고, 올해 우리는 16.4%의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 실험하고 있다. 여성 알바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꾸미기 노동에 문제제기해서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냈고, 잇따른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의 범죄 피해를 사회 쟁점화시키기도 했다. 알바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시켜가며 변화를 만들고 있다.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했던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도 그랬고, 130여년을 지나는 동안 노동절의 구호로 등장했던 숱한 노동자들의 요구들도 그랬다. 우리 삶의 문제를 우리가 직접 해결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알바노동자들이 ‘알바들의 메이데이, 알바데이’를 선언하고 노동절 집회를 가진 지 5년이 지났다. 한국사회의 노동권이 점차 확장되어, 나중에는 모든 알바들이 노동절 유급휴일을 누리며 광장에서 노동권을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