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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의 봄이 아니면 한반도의 봄도 아니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김진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 편집부 (2018-05-08 13: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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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진영)

남북정상회담 코앞에서 사드 공사 강행한 문재인 정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가 많이 이야기되는 봄이다. 3월 6일 남북 합의 이래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일정도 나왔다. 남·북·미 정상은 연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이야기하고 있다. 4월 초 평양 시내에서 펼쳐진 남한 예술단 공연 제목 ‘봄이 온다’에서 볼 수 있듯, 평화의 염원이 온 사회에 퍼져 있다. 그러나 사드(THAAD) 체계가 배치된 성주 소성리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4월 27일)을 불과 며칠 앞둔 23일, 문재인 정권은 또 다시 경찰 3천여 명을 동원하여 사드기지 공사 강행을 위해 성주 소성리 김천 주민들과 원불교 교도들, 평화지킴이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였다.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경찰은 무력 진압을 했고 스무 명이 넘는 부상자가 생겨났다. 작년 4월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 알 박기를 할 때도, 9월 문재인 정부가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여 못 박기를 할 때도 수천 명의 경찰 물리력을 동원해 큰 비판을 받았으나 또다시 그러한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이렇게 소성리에 공권력과 극우 세력의 폭력이 계속되고, 주민들이 아픔을 겪어야 한다면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겠는가.

점점 커지는 모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은 원래도 없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조금도 없다. 처음 북핵 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를 경상북도 성주군에 배치한다고 할 때부터, 지역주민과 평화운동은 사드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드 배치는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갈등을 키울 뿐임을 강조하며 반대해왔다.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고도화는 한반도의 사드와 무관한 문제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화성-14호 시험 발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하고 수천 명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강행하였다.


사진제공=사회진보연대 반전팀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비논리적 명분조차도 더 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3월 6일 남북합의 당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였다. 4월 20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날부로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선언’에 가깝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청와대는 남북대화국면에 나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종일관 높게 평가하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까지 사드 공사 강행을 지시한 것이다.

‘평화의 봄’의 그림자

주민대책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세력은 정부가 약속한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 공사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며 공사에 반대해왔다. 이는 사드기지의 장기주둔 기지화를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기지 내 지붕누수 문제 해결 등은 군 복지라는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미군 주둔환경 보장을 위한 나머지 공사는 북미회담 이후에 다시 대화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것도 거부하였다. 지난 9월에 둘러댄 ‘임시배치’라는 말장난이 무색하게, ‘진짜 배치’를 위해 공사를 강행했다. 남북정상회담 직전의 진압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가 더 진전되기 전에 사드기지를 고착화할 의도로 보인다. 명백히 평화 대화에 역행하는 행태다.


사진제공=사회진보연대 반전팀

사드는 결코 소성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의 문제다. 한반도에 평화를 심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며, 앞으로 많은 장애물이 예상된다. 그 사실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소성리의 사드라는 모순이다. 앞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사드 배치를 고착화하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여전히 한미군사동맹에 종속되어 있으며,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미군사동맹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할 의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다.
남북·북미 평화대화 준비 국면의 뒤편에는 4월 11일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2차 회의도 있었다. 이미 미군 주둔 비용의 70퍼센트가량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비용과 사드 운영유지비용 또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으로 충당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다. 국방부는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 총액 내에서 항목별 규정 범위에 맞게 소요를 제기하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의 한반도 전개는 군사 긴장을 크게 고조시키는 행위로 방위비 분담금의 범위를 넘어선다. 사드 전개와 운영 유지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겠다는 애초의 발표를 뒤엎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미국의 요구들을 전부 수용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를 자임할 수는 없다. 장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진전시키려면, 한미군사동맹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사진출처=성주 소성리 공동상황실 텔레그램 채널

사드도 핵무기도 없어야 진짜 평화다

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사드 철거 계획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폐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 시나리오를 담보하는 모든 무기체계와 미국의 핵 전략자산 또한 사라져야 한다. 적을 선제공격하고도 보복 공격은 당하지 않기 위해 미국이 구상한 ‘절대 방패’가 바로 사드를 포함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다. 이러한 사드를 그냥 놓아두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갈 수는 없다.
앞으로 남북·북미대화가 순조롭게 진전되더라도, 말로 된 합의가 전부는 아니다. 관건은 이러한 모든 군사적 요소를 제거·축소하여 다시 쉽사리 전쟁위기를 이야기할 수 없는, 평화의 물질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평화체제 구축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