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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산개나리 활짝 핀 관촌 사선대

가침박달나무과 함께 군락 이뤄...멸종 향해 가는 천연기념물


... 문수현 (2019-04-22 10:14:40)

4월이 어느덧 5월을 향해 간다. 산과 들은 어디나 꽃으로 뒤덮여 꽃을 보고 냄새 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꽃핀 곳이건만 한가한 곳이 한 군데 있다. 바로 관촌 사선대다.

임실군 관촌면에 있는 사선대는 전라북도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물이 맑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신선과 선녀들이 즐겨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매년 사선 문화제와 더불어 임실군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다.

이곳 사선대 야산의 북쪽 사면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나무 군락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천연기념물 387호 가침박달나무군락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가침박달은 주로 중부이북지방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남쪽에서는 매우 드물게 보는 나무다. 관촌 덕천리 산숲 가장자리를 따라 상수리나무, 쥐똥나무 등과 함께 자라고 있는 가침박달은 키가 약 2~3m 정도이며, 잎이 넓은 편이다. 이 지역은 가침박달이 자랄 수 있는 가장 남쪽, 즉 남방한계선이다.

다만, 덕천리 가침박달나무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997년 이후로 현재는 제주도에서도 가침박달나무가 발견되는데, 예전과 사정이 달라진 점이다.

그 바로 옆에는 산개나리군락이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 번호는 388호. 387호인 가침박달나무군락 다음이다.

여기에는 산개나리 230여 그루가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다. 산개나리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며, 줄기가 곧게 자라고, 암술머리에 털이 있는 점이 일반 개나리와 다르다. 꽃은 4월에 피고,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산개나리는 주로 서울의 북한산과 관악산, 그리고 중부지방의 일부지역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부지방에서는 발견된 바가 거의 없었다. 이곳 덕천리 산개나리 군락은 우리나라 산개나리의 분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지난 18일 답사했을 때 산개나리꽃은 만개해있었고, 가치박달나무는 그 뒤를 이어받으려는 듯 서서히 절정을 향해 꽃피우고 있었다.



주로 중부 이북 지역에서 자라는 가침박달과 산개나리가 남부지방인 전북 임실군 관촌면 사선대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들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이곳이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소재현 한국수목원식물원협회 이사는 “사선대 지역은 앞으로 물이 흐르고 뒷산은 반쯤 경사져 있어 여름에 선선한 고산기후대의 특성이 있다”면서 “고산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학에서는 자생지에서 사라지는 것을 ‘멸종’이라고 하는데, 산개나리는 거의 멸종된 나무다. 그래서도 사선대 산개나리군락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은단풍도 사라져가고 있는 나무인데 관촌 사선대 뒷산에서 발견돼,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개나리와 가침박달 역시 지정 당시와 달리 번진 것도 있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의 것들도 있어 재조사를 비롯한 세심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