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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8 17:47:39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나?’

『역사비평』 2020년 봄호: 지난호 이어 3·1운동 특집


... 문수현 (2020-03-04 21:40:41)

"재난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가져온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야말로 가장 두렵고 억울한 일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싶고, 위험의 요소 자체를 사회 속에서 폭력적으로 배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위협받는 2020년의 한국 사회에도 온갖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단절과 거부, 추방 등의 혐오에 가득 찬 발언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수많은 역사들이 증명하듯 공포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전염병이 중세 유럽을 휩쓸 때 병의 근원으로 지목당한 유태인들이 공격당했고, 마녀 사냥은 한층 극성이었다. 간토 대지진 때는 재일본 한국인들이 희생양이 되었다. 공포의 시간에서 인내와 성찰이야말로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다." ― 「책머리에」 중

역사문제연구소가 만드는 한국사 무크 『역사비평』 2020년 봄호(통권 130호)가 발간됐다.

이번호 역사비평은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②를 특집으로 실었다. 대중문화와 민족주의의 측면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돌이켜보는 내용이다.

천정환의 ‘3·1운동 100주년의 대중정치와 한국 민족주의의 현재’는 이 특집의 총론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한국 사회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지소미아 연장 논란,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 등 작년 한 해 복잡하게 전개된 민족주의 대중정치의 양상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운동 주체와 지식사회의 과제까지 제시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특집의 다른 필자들은 영화, 출판, 드라마, 뮤지컬·오페라의 대중문화 영역에서 3·1운동 100주년의 상황을 분석했다.

이환진이 ‘3·1운동 100주년의 역사영화와 여성―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실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을, 전지니는 ‘반일 이슈와 TV 드라마가 구현하는 민족주의―<이몽>(2019)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두 작품 다 3·1운동을 소재로 한 것이지만, <항거: 유관순 이야기>은 성공한 영화인 반면 <이몽>은 실패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 사이에는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영웅 이야기가 있다.

이용희는 ‘‘3·1운동 100주년’과 ‘불매운동’ 속의 대중 출판물’을 통해 관련 대중 출판물과 베스트셀러 동향을 분석했다. 역사학계와 대중미디어 사이의 명확한 거리가 강조된다. 전우형은 ‘사이공간과 반영웅들의 재현 정치―2019 뮤지컬-오페라의 독립운동’에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와 오페라 <1945>를 다뤘다.



이번호는 기획에서도 <3·1운동 100주년의 학술담론>이라는 주제로 ‘3·1운동 100주년의 연구와 ‘3·1혁명론’’(오제연), ‘3·1운동 연구의 흐름과 매듭들―100주년을 맞이하여’(이종호) 같은 3·1운동 주제의 논문을 배치했다.
오제연의 글은 최근 다시 부각된 ‘3·1혁명론’을 학술과 이념 지형의 변화 속에서 분류하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3·1운동을 ‘촛불혁명’까지 연결시키는 장기혁명론의 학술적·정치적 의미를 정리·평가하고 있다. 이종호의 글은 각 시점에서 대규모 학술 기획들이 어떤 지성사적 의미를 갖는지 비교하고 분석한 것이다.

두 번째 기획 글은 삼국통일과 통일신라를 재조명한 논문 2편이다. 역사비평은 벌써 다섯 번째 이 주제를 기획으로 다뤘다. 이번호에서는 당(중국)과 왜국(일본)의 입장에서 ‘삼국통일’ 혹은 ‘고구려와 백제의 멸망’ 문제를 다뤘다. 이기천은 당의 장기적인 국제 전략을 추적하면서 고구려, 백제의 멸망 및 당과 신라의 전쟁을 분석한 반면, 이재석은 일본의 지배층이 사후적 시점에서 7세기 중·후반 동북아시아의 정세 변화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민국가의 기원 찾기가 아닌 방식으로 동아시아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편집자의 말이다.

역사비평 130호는 이밖에 <역비논단>란에 ‘역사적 관점으로 본 자본주의와 건강, 그리고 한국의 의료민영화’(박지영)을, 서평으로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동아시아사의 행방』(이성시, 삼인, 2019)을 실었다.

한편, 역사비평은 지난 호(2019년 겨울호)에서는 학술 연구와 특별전을 대상으로 ‘우리는 3·1운동 100주년을 어떻게 기억했는가’를 고찰했다. 장원아는 다양한 주체와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최근 연구들을 비교·평가했고, 백승덕은 촛불시위의 스펙터클 속에서 3·1운동을 ‘비폭력·평화’의 운동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은정은 2019년 각각 문학과 역사학계의 대표적인 3·1운동 연구 저작인 <3월 1일의 밤―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과 <1919―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을 집중적으로 비교했다. 김민환은 총 44개의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전시를 고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