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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감정기에 민족의 혼 지킨 김제 치문초등학교

항일운동으로 여러차례 일제에 의해 폐쇄조치, 학생교사 연행되기도


... 편집부 (2013-03-14 08: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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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김제교육지원청 자료 기준으로 김제지역에는 100개 학교와 학급수 601 학생수 11,395명 교직원 1,156여명 이다.

김제교육지원청 산하 초등학교에는 일본인 소학교에서 시작한 김제초등학교(06.2.10)가 가장 오랜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백구 소재 치문초(개설 08.2.15/개교일08.4.15), 화율초(08.4.2), 향교 청사에 설립한 만경초(09.4.3), 사립 3개교를 합하여 설립한 김제중앙초(11.6.24)가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3월은 초.중.고 교육기관의 새학기가 시작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독립을 외친 삼일절을 기념하는 달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뜻 깊은 기념일을 되새겨 민족정신을 고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초등학교가 있어서 그 곳을 찾아보았다.

전주와 군산 간 도로를 전군도로라고 부른지 오래인데, 전군도로 100리 길은 벚꽃길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릴 때면 목천교 일대에 온통 화려한 벚꽃을 구경하느라 사람이 인산인해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 지역에는 넓은 농지 사이로 만경강이 굽이 흐르고 있어 곡식 소출이 풍성할 수 밖에 없는 곡창지대이기도 한데 이런 이유로 일제시대에는 이 곳에서 생산된 쌀을 일제가 수탈해 간 아픔이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목천교를 가까이하고 있는 김제시 백구면 유강11길 43에 소재하고 있는 치문초등학교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치문초등학교는 1908년 2월 15일 치문(致文) 김장호가 백구면 유강리 130번지에 사립 학교인 신명학당(新明學堂)을 설립하였다. ‘민족혼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주체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내세운 설립자의 시대정신은 이후 나라의 독립과 해방과 학교의 운명을 같이하고 있어 보인다. 학교 설립 초기에는 같은 지역 김씨 종중의 경제적 보조로 운영되었고 설립자 김장호가 자신의 농지를 학교 재단에 편입시킨 후에는 매년 발생하는 약 1500석의 소작료 수입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내내 수탈에 의한 일제의 경제적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자신의 재산으로, 소작료 수입으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 현장에서의 치문초등학교는 일제의 한일강제병합을 시킨 1910년에 일제의 강점을 반대하며 국권상실을 이유로 휴교(1910. 2. 10)하였다가 1911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1919년 3월 19일 3·1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신명학당은 폐쇄조치를 당한다.

1943년 음력 12월 초 5학년 반장 학생이 일장기를 찢어 백구주재소 일경에 의해 연행되기도 하였고 같은 해 4월에는 만경강 제방 위의 호남선 철도에서 고정용 못[釘]을 50여 개를 뽑은 혐의로 일본 헌병들과 김제경찰서 고등계 형사들에 의해 5학년 담임교사 황염규(黃廉奎)를 학생 30여 명과 함께 부용주재소로 연행한 후 구속되었다.

1944년 11월 2일에는 급기야 반일.항일 사상교육으로 담당교사와 학교장이 해임되면서 폐쇄조치가 이뤄지고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더불어 다시 개교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사건들은 학생과 주민들에게 반일·항일 및 민족정신을 고취한 김제 지역의 근대교육에 힘입은 바 크며 한일강제병합으로 을사오적을 포함한 76명이 작위를 수여받고 개인의 영달을 누렸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얼마나 가슴 뜨거운 민족애인지 알 수 있다.



1941년 4월 30일 설립자 김장호의 업적을 영원히 기리고자 학교 이름을 그의 호인 ‘치문’을 따서 치문국민학교로 변경하였으며, 1978년 재산을 국가에 귀속(헌납) 시킨 후 현재의 공립 치문초등학교에 이르렀다. 2008년 11월 개교 100주년 제막식과 기념행사 진행했는데, 그 때의 기념비가 학교 입구에서 학생들과 교육가족 모두를 반겨주고 있다. 2013년 3월 현재 6학급에 재학생 41명, 교원 15명, 졸업생은 100회에 총 4,533명을 배출하였고 컴퓨터실, 미술실, 보건실, 도서실, 음악실, 급식실, 다목적실 2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2013년 2월 16일 100회 졸업식)

18대 교장선생님이 부임 하였고, 특색사업으로는, '책 속에서 길을 찾아라!'로 설정하여 쾌적한 독서환경을 조성하고 꿈을 만들어가는 독서활동과 학급홈페이지를 활용한 다양한 독서논술교육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학생들의 평생독서습관 형성 및 고등정신 능력을 신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에도 꾸준하게 생활의 체험을 나누는 글쓰기를 통한 긍정적 자아관 확립을 특색사업으로 전개해 왔으며 올바른 독서 습관 형성을 통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신장을 노력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외 교육공동체와 함께 하는 교실 수업 개선 저해 요인 줄이기를 혁신 과제로 삼고 있다. 학교는 현관 입구부터 정결하고 아름답게 손질되고 가꾸어져 있어서 방문하는 이로 인하여 깨끗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학교사랑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목은 소나무이며 그 속에는 100년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고 늠름하고 야무지며 꿋꿋하게 성장하고자하는 의지가 숨어 있다. 교화는 개나리, 교조는 까치이다. 교가[작곡 김병시]에 보면 ‘조국의 햇빛 되어 온 세상 비치리 / 회오리바람 거센 파도 겪어 왔으니/ 역사도 유구할 손 우리의 치문’ 이라는 가사가 있다.

지금까지의 격동하는 시대와 시간 속에서 민족혼을 살리려는 학교의 설립 목표가 이 가사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져 왔으리라. 또한, 이 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전통은 남아 있는 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며, 교육을 통하여 그 것을 품고 키워나갈 수 있게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해가 저물어 가는 교정에서 뛰어 노는 학생들을 보면서 선배들의 나라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거센 파도를 헤쳐 나오는 강인한 기상을 이어 받아 지혜롭고 멋진 후학들이 세대를 이어 학교를 빛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