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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병원, 서남대 인수협상 비책은? (동영상 포함)

[인터뷰] 김철승 교수/ 예수병원 진료부장, 외과전문의


... 문수현 (2014-12-24 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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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4분16초)

예수병원이 서남대학교 인수 절차에 나서면서 그 배경과 성사 여부에 도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남대 의대 교수인 김철승 예수병원 진료부장을 지난 17일 병원 본부에서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서남대학교 사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김) 2012년 말에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교비 100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됩니다. 사학비리 사건이 터진 거죠. 그 파장으로 당시 서남대 의대생들에게 임상교육을 하던 광주 남광병원이 문을 닫게 돼요. 의료기관 평가기관으로부터 의대 교육에 부적절한 병원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서남대 의대생들은 졸지에 교육·실습병원이 사라지게 됐고, 결국 서남대 의과대학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존폐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서남대는 대학에서 의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대학 전체의 유지마저 위태롭게 되죠.

당시 예수병원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의대생들의 임상실습을 맡기로 하고, 서남대 의과대학 측과 협력병원 관계를 맺습니다. 그렇게 2013년 1월부터 교육을 시작해 이제 만 2년이 돼갑니다.

문) 갑자기 실습병원을 옮기게 된 학생들도 어려움이 많았겠군요.

김) 학생들이 갑자기 실습병원을 옮기면서, 초기에는 머물 기숙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 병원 기숙사를 개방해서 학생들을 재우고 먹이고 공부시키고 실습시키고 해왔어요. 실습병원은 바뀌었지만, 다행히 학생들이 만족하면서 교육을 받고, 의사국가고시 결과도 좋아서 저희도 상당히 보람을 느낍니다.

문) 최근에는 의대 신입생 모집을 두고 교육부와 소송이 있었지요?

그렇습니다. 교육부는 이미 2013년 5월에 서남대 의대 폐지방침을 공공연히 얘기했어요. 마침내 2014년 9월엔 서남대 의대 2015학년도 입학정원 100% 모집 정지 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대해 저희 병원과 서남대 의대 임상의학 교수 12명이 처분취소 소송과 함께, 교육부의 명령이 부당하다는 가처분신청을 동시에 법원에 제기했지요. 다행히 지난 10월 31일에 법원이 교육부의 신입생모집정지명령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서남대 의대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정상적으로 하게 됐지요.

문)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이런저런 음모론까지 나왔던 걸로 압니다.

교육부는 2014년 8월에 새 임시이사 8명을 선임했어요. 학생과 교직원들은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라며 환영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에 의대생 모집정지 처분을 내린 거예요.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혼란을 부추기는 결정이었어요. 당시 교육부 처분의 이유는 “서남대에 실습 전임교원이 부족하고 실습교육 예산 평성이 미흡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이유는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학생과 교직원, 우리 지역사회의 노력을 외면한 구실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이를 두고 이곳저곳에서 “서남대 의대를 폐쇄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던 것이죠. 그게 근거 없는 추정이 아니었다는 점은 이후 점차 드러났고요.

문) 가장 최근의 사태 경과는 아무래도 서남대 임시이사회가 대학을 인수할 법인이나 개인을 찾아 나섰다는 소식이겠죠?

맞습니다. 사실 대학 임시이사회의 그 같은 결정은 서남대의 피폐해진 재정 능력이나 부실한 체제로는 스스로 학교를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에요. 그에 따라서 지난 15일부터 1월 5일까지 3주간, 서남대 정상화에 관심 있는 집단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응모하라는 임시이사회의 공고가 난 것이죠. 공모에 저희 병원도 응모할 예정입니다.


(김철승/ 예수병원 진료부장 겸 서남대 의대 교수)

문) 예수병원이 서남대를 인수해야 할 당위성이 있나요?

무엇보다 서남대는 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병원이 서남대의 정상화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돼서 서남대를 정상화시키고, 특히나 의대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이 지역의 유능한 의료 인력을 키워내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요.

문) 이 지역에 있다? 어떤 의미죠?

서남대 자체도 그렇지만, 특별히 서남대 의대는 지역 안배라는 차원에서 세워졌어요. 특히 농어촌의 의료취약지역에 우선 의료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병원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교육부가 설립 인가를 할 때는 그 지역에 의과대학과 병원을 세워서 지역주민을 위해 의료 인력을 키우고 취약지구에 의료서비스를 하라는 취지인 거죠.

만약, 의대생들이 이 지역에서 간단한 1~2학년 교육과정만 거치고 나머지 중요한 교육들은 일산, 서울, 경기도 같은 데서 받는다면, 그런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다시 이 지역에 돌아와서 지역주민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면 이 지역 사람들이 이 지역 학교를 졸업해서 이 지역 병원과 주민을 위해서 자기 능력과 책임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는 것이 이 지역 주민한테는 당연히 좋은 일이고, 또 학교가 설립된 목적이 거기에 있는 것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고요.

문) 우선협력대상자 선정 결과는 언제 나오죠?

3주간 모집공고를 냈기 때문에 1월 5일까지 모집하고, 이사회와 소위원회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아마 모집 마감 1주일 뒤면 선정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문) 만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어떤 내용으로 인수 협상에 나설 계획이죠?

만약 저희 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많습니다. 특히 서남대의 낡고 오래된 시설, 짓다 만 도서관 등 몇 년간 시설 투자가 전혀 안 돼 있기 때문에, 시설투자를 충분히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대학교가 많고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점점 수가 줄고 있어서, 우수한 학교로 거듭나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하기 힘들어집니다. 저희는 지역에 있지만 적어도 전국 어디 내놔도 학생들의 경쟁력이 있는 대학으로 육성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서남대가 갖고 있는 장점인 의학·보건의료 계열의 학생들을 한 축으로 하고, 인문대학이나 공과대학 계열 등 비의과대학 계열을 또 한 축으로 해서 양대 축으로 학교를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시설 등 재정적 투자는 얼마든지 계획하고 있고, 특별히 의과대학은 교육경험과 의료경험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수할 계획입니다.

또 약 30% 정도인 지역 학생 비율을 최소 50% 이상까지 끌어올려서 이 지역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고, 그 학생들이 이 지역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문) 병원이 영리 추구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그런 정책들은 이상적으로만 보이지 않을까요?

지금의 의료순환 과정은 결코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이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이 지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이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게 사실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지금도 보건소나 시골에 가면 의사는 없어요. 의사는 많이 배출되지만 훈련과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는 거죠. 그래서 지역학생들이 수련을 받고나서 그저 영리를 위해 수도권으로 가지 말고 이 지역에 남아서 주민을 섬기고 봉사하자, 이런 교육을 많이 시키려고 하는 거죠.

거기엔 저희 병원의 종교적 이념도 없지 않지만, 더 중요한 건 공공의료서비스를 해야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한데 모두 돈만 벌러 가지는 말자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런 공공의료인을 교육시키는 데 저희 병원이 가장 적합하다고 믿는 거죠. 왜냐하면 저희 병원은 개인병원도 아니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설립목적 자체가 이윤추구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