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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s homestay

[워킹홀리데이 멜버른②] 김수빈(‘완생’을 꿈꾸는 20대 청년)


... 편집부 (2015-02-04 1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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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26년 동안 살았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호주에서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 전북교육신문의 제안으로 내 마음 속 나만의 이야기를 10여 차례에 걸쳐 글로 적어보기로 한다. [글쓴이]

(사진=김수빈)

본격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하기에 앞서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바로 머물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나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했다. 바로 쉐어하우스와 홈스테이였다. 쉐어하우스란 말 그대로 한명이 집을 렌트하고 그 집에서 여러 명이 세를 내고 함께 사는 형태이다.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쉐어하우스는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었지만 많이 좁아 보였다. 게다가 많게는 6~8명의 사람들이 함께 방을 쓰기도 했고, 그에 비해 화장실과 부엌, 거실이 넉넉지 않아 보였다. 물론 많은 배낭여행자들이나,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모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적당한 숙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이건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시드니에서는 이런 쉐어하우스에서 심지어 화장실 욕조에도 사람이 세를 내고 지낸다고 한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절실히 남의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주자들을 많이 본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어쨌든 나는 홈스테이에서 시작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홈스테이란 한국의 하숙 개념으로 보면 된다. 쉐어하우스에 비해 부담되는 비용이지만 나는 호주인 가족들과 생활을 할 수 있음에 큰 메리트를 느꼈고 함께 생활하는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레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영어를 공부해가면서 느낀 것이지만, 영어가 자국어인 나라 사람들보다 영어를 제2외국어로 배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인터내셔널한 나라 호주에서 영어를 못하던 내가 홈스테이를 하며 진짜 원어민과 대화를 하고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가졌던 것은 정말 나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나는 약간의 계약금과 함께 사전에 집주인과 이메일로 약속을 하고 멜버른에 도착했고 나의 보금자리가 될 곳으로 향하는 길 내내 차 창밖을 내다보며 이곳이 호주임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Debbie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고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이해하듯 차근히 내 방과 그리고 한 집에 사는 가족으로써 지켜줘야 할 규칙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방에서 혼자 짐을 정리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덕 위에 총 두 채의 집이 앞뒤로 놓여있었는데 한 집은 Debbie와 그녀의 가족들이 지내는 곳이고 내가 지낼 방은 그 앞집 2층의 세 개의 방 중 하나였다. 내가 지내는 집에만 방이 총 10개였는데 그때 당시 내 방을 포함에 총 9개의 방에 다른 친구들이 또 머물고 있었다.

우리 집을 Annie라고 이름을 붙여 불렀는데 이 Annie's family에게는 매일 아침과 저녁이 제공됐다. 아침은 스스로 챙겨먹을 수 있도록 주방엔 항상 빵과 버터, 잼, 우유, 달걀, 파스타 면, 약간의 과일 그리고 조금의 인스턴트 누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저녁은 집주인이 항상 준비해서 온 가족들이 함께 했다.

흥미로운 점은 저녁식사 자리에서만큼은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룰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종종 Debbie가 이야깃거리를 던지면서 대화를 유도해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매주 주말엔 집 지하 넓은 방에 마련된 시네마룸에서 영어자막과 함께 영화를 보여주었다. 학습이라 하기에는 너무 즐거운 시간이 돼주었다. 이처럼 Debbie는 항상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가족들은 물론 여행 중인 가족, 직장생활을 하는 가족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별한 날에는 이벤트를 준비해 호주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도 했고 가족들이 호주에서 맞이하는 생일도 호주스타일로 축하파티를 열어주었다.

나는 이 Annie's house에서 장수 멤버로 1년을 보내면서, Debbie와 함께, 오고가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평생을 잊지 못할 친구들을 만나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추억들을 쌓았다. 물론, Annie's house에 도착한 첫날 어찌할 줄 모르고 가슴을 졸이던 이 저녁식사자리에서 나를 새 가족으로 맞이해주던 이 친구들의 모습 또한 소중한 순간이다.



사진 왼쪽 앞부터 James(황호원), 나보다 두 달 전 워킹홀리데이로 온 친구다. 호주에서 내가 사귄 유일한 한국인이자 서로 의지가 많이 되었던 친구다. 뒤로는 뉴질랜드에서 와 대학 공부중인 Andy, 한국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다. 특히 K-pop에 푹 빠져있다. 그리고 이란에서 이주해 와 직장생활중인 Mostafa, 중국에서 와 대학원 공부중인 Jellico, 마찬가지로 대학 공부중인 베트남에서 온 Linh. Linh은 마지막까지 한 집에서 생활했던 오랜 친구인데 굉장히 똑똑한 친구인 데다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여 인기가 많았고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리고 사진 오른편 나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중국에서 온 대학생 Jessica, 왼쪽으로 독일에서 온 Carina와 Lara. Carina는 멜버른에서 인턴직을 하던 중이었고 Lara는 여행 중이었다. 영어는 못해도 미인 옆자리에 가있는 모습이다.^^

※ [워킹홀리데이 멜버른]은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