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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4 21:47:42

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교육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하은(전주여자고등학교 3학년)


... 편집부 (2017-06-19 09: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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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하은)

교육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그리고 누군가의 교육을 받던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교육하는 사람이 된다.

고로 교육은 순환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하면 순환의 오류에 빠지게 되는데, 결론으로 결론을 증명하는, 일명 교육의 순환논증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순환 논증의 오류는 결론이 전제가 되고 전제가 결론이 되는 해답이 없는 순환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와 비슷한 논리인데
극단적으로 다른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면 이렇다.


만약, 학생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교육자는 어떻게 순환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교육자가 “넌 멍청한 게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아서야.”라고 한다면 학생은 또다시 “공부를 못하니까 하지 않는 거예요.”라고 말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순환논증의 오류는 다시 시작된다.


우리는 위의 예시를 통해 교육의 순환논증의 오류는 교육자도 바로잡기 힘들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고등학교 3년은 인생의 참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세상이 내 중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그간의 오만함과 자만심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자아성찰의 시간이라고 말하며
교육자는 피교육자인 학생이 순환논증의 오류를 발견하고 자괴감에 빠지지 않게 눈을 가려준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어쩔 수 없이 자기합리화가 필요한 결과라는 것이다. 학생이 오만함과 자만함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성숙한 사람이 되는데 필요한 과정이지 않은가? 매 순간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며 공존하고 배려하는 법을 내 스스로 자연스레 익히는 것.

안타깝게도 한국교육은 이것이 거의 불가피하다. 빠르게, 짧지만 많이 공부해야 하는 한국 학생들은 세상의 쓴맛 또한 강제적으로 빠르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국영수 중심, 이론 중심, 객관 중심의 공부는 학문의 본질을 가리고 ‘나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구나.’ 하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구조상 자기주도적 생각과정은 있을 수 없고 자기주도적 학습은 해야하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오롯이 순환의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고 눈이 가려진 채 빠르게 비정상적인 어른이 되어간다.

그러므로 교육의 순환오류를 끊기는 더없이 어렵다. 현재 학생들은 이 오류의 과도기에 와 있는 것이다. 고로 ‘전제가 잘못된 걸까? 아님 결론이 잘못된 걸까?’하고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틀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못하는 이유를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공부의 이유’를 찾게 해줘야 한다.

교육자도 바로잡지 못하는 이 순환의 오류, 해결할 방법이 정말 없을까?
물론 있다. 교육이 시행되게 하는 사람. 교육의 과정을 만드는 사람. 교육의 정책을 쥐고 흔드는 사람. 해결방안은 이 기득권세력들로부터 시작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현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교육부는 ‘6월 20일 중3, 고2 대상으로 치러지는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는 948곳(전체의3%)에서만 실시된다. 내년부터는 학업 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면 전환하고 평가결과는 올해부터 시·도교육청별 결과 및 학교 정보공시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 외고 자사고 폐지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사이트들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외고 자사고 폐지’, ‘일제고사 폐지’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에서 내년 시범 도입하는 ‘고교학점제’에 있어 후배들에게 참된 교육이 실현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는 부러움과 기쁨이 공존하는 눈치다.

물론 알파 교육을 받기 원하는 학생들이 강남8학군으로 대거 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집값이 폭등하고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최악의 결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잘못되어가는 교육을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변하기 쉽지 않다고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영어의 본고장에서 나고 자란 네이티브, 그것도 글로 먹고 사는 방송작가, 캠브리지 대학 출신, 50년간 영어를 쓴 사람마저 이해를 못하는 한국의 영어교육구조를 계속 고집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제는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실용이 있는, 그런 한국 교육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