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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운전, 오후엔 정신이 몽롱해진다”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 1일2교대제 시행 촉구


... 문수현 (2017-11-29 15:24:07)

“새벽에 운전을 시작하면 오후에는 정신이 몽롱해진다.”

하루걸러 17시간씩 운전대를 잡는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말이다.

2013년에 전주 시내버스 기사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보니 38%가 불면증으로 상담이 필요한 중등도~고도 불면증 위험군이었다. 62%가 주간 졸림증을 호소했고 23%는 진료가 필요할 정도였다.

다른 조사에서는 1일2교대제에 비해 격일제에서 사고발생률이 78% 이상 높았고, 집중도를 검사하니 격일제에서 오후에 반응속도가 늦어졌다.

1일2교대제는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숙원이다. 노동자들의 억눌린 요구가 터져나왔던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직후 몇 달 간 1일2교대제가 시행됐다가 중단됐다. 지금처럼 자가용이 많지 않아 교대 자체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 뒤 2010년 파업 때 2교대제를 다시 요구했고, 2013년 들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교대제 개편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몇 해가 가도록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노동자들은 올 들어 지난 6월부터 벌써 6개월간 사업자와 교섭 중이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이처럼 1일2교대제 전환이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제도 전환을 계기로 잇속을 챙기려는 버스사업주, 추진의지가 부족한 전주시의 태도 때문이라는 게 노동자 쪽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와 전주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실현 운동본부는 29일 오전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주시 버스 1일2교대제 즉각 시행을 촉구했다.

현재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7시간씩 격일로 운전하는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버스기사들은 새벽에 운전을 시작하면 오후에는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표현을 한다. 남상훈 전북버스지부 위원장은 “소주 한 병 마신 상태에 비유하면 된다”고 했다.



당연히 실수나 사고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버스노동자도 위험하고 승객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 하루 최대 운전 가능 시간을 정해놓고 엄격하게 규제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일본, 프랑스는 1일 9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들 국가는 1주 최대 운전시간도 40~5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격일로 17시간씩 일한다. 한 주 노동시간을 따져보면 3.5일×17시간=59.5시간이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한참 초과한다.

전국의 버스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근로시간, 즉 하루 8시간 노동을 원한다. 주 12시간 초과근로까지 넣더라도 52시간이 마지노선이다. 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법정근로시간의 무한정 초과를 강요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정태영 사무국장은 “1일2교대제를 하면 한 주는 주간에 근무하고 한 주는 야간에 근무하는 체계가 될 것”이라며 “청주시가 시행 중인 교대제를 벤치마킹하면 증차나 증원 없이도 충분히 1일2교대제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강문식 교육선전부장은 “전주 시내버스 사업주들도 1일2교대제 자체에 반지하진 않고 있다. 다만 전주시에 보조금을 증액해달라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며 “전주시는 회사 측의 억지 보조금 타령에 휘둘리지 말고, 현행대로 1일2교대 시행에 필요한 적정인원과 이에 따른 임금액을 산출하고 보조금을 결정한다는 원칙만 확인하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