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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자를 위한 사회에서 노동희망 사회로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유기만(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


... 편집부 (2018-01-28 20: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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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기만)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해 규제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수 일 만에 20만 명이 되었다. 부동산 값은 각종 규제 정책에도 잡힐 줄 모르고 거품이라면서도 수 십 년째 오르고 있다. 20년 정규직으로 공장생활한 사람보다 집 한 채 잘 산 사람이 훨씬 소득이 좋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생겨나고 건물주가 되어 임대소득으로 사는 것이 많은 사람의 꿈이 되어버린 사회. 오르는 집값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집 없는 사람의 대출은 늘어 가계부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한다. 대한민국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을 통해서 겨우 생존을 유지하기도 힘겨운 사회가 되었다. 청년들은 3포 5포 7포세대가 되어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다. 비트코인, 부동산, 로또 같은 것이 인생 역전의 가장 가능성 있는 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취업 경쟁이 심각해지자 취업 비리가 만연해졌다. 고시와 3D 업종이 아니고서는 모든 곳에 빽과 돈이 취업의 열쇠가 되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일이 아니고 IMF 이후 20년간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천박한 자본주의라고 손가락질 받던 한국 재벌과 지역 토호 세력들은 IMF 때 개혁되어야 했지만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어 한국은 재벌 공화국, 자본공화국이라 불리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부패와 반칙의 토양 위에 이명박-박근혜라는 꽃이 피었고 이제 겨우 그 꽃이 성난 민심에 의해 떨어졌으나 그 뿌리는 깊고 깊다. 지역마다 현장마다 박근혜-최순실이라 불릴 만한 사람들과 배후에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토호세력들이 굳건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명박-박근혜, 박근혜-이재용, 최순실을 키운 토양과 뿌리가 그대로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절망의 한국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공동체의 전망이 사라지고 노동의 꿈이 사라진 나라. 사회양극화가 심할수록 부패가 만연하고 국민은 공동체에서 전망을 찾지 못하고 각자 살길을 찾게 된다. 공동체가 전망을 상실할 때 그 결과는 참혹하다. 참혹한 비극은 세월호로 나타났고 우리는 세월호 참극을 경험하고서야 이래서는 안 된다는 집단 각성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각성도 근본원인에 대한 교정없이는 금방 망각돼버린다. 공동체가 전망을 잃게 되면 권력과 자본의 횡포는 무소불위가 되고 국민들은 권력과 자본에 비굴해져야 생존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개혁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성공할 수 있다. 국가의 정책이 립 서비스에 머물고 실제로 국민의 삶에 와 닿지 않으면 개혁은 피로감으로 오고 사회는 금방 다시 헬조선이 되고 말 것이다. 문제는 지난 20년간 심각해진 사회양극화다.

그러므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문재인 정부 정책이 국민의 삶에 와 닿도록 시행되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성장이 성공하려면 국민 소득의 실질적 인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정책, 불공정에 대한 시정 정책들이 주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위의 정책들이 시행 단계부터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정규직 전환을 위임하면서 정규직 전환은 예산에 짜 맞추기식으로 형식화돼가고 있다. 각 현장의 정규직 전환이 점검도 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2017년 16.5% 인상되었지만 30인 이상의 기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상여금과 수당을 삭감하고 있다. 중소자영업자에게 노동자 1명당 최대 월 13만원까지 지원하도록 하는 정책이 마련되었음에도 보수 언론은 마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이 망하고 실업이 늘 것처럼 선동하면서 양극화 문제를 ‘중소자영업자를 살릴 것인가? 최저임금 노동자를 살릴 것인가?’라는 왜곡된 관점으로 몰고 가고 있다. 물론 이미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빈곤한 영세업체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더 이상 그 책임을 낮은 최저임금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보완해가면서 원청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고 구조 개혁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중소상인 대표와 함께 지역 더불어민주당 면담을 한 일이 있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했고 중소상인은 대기업의 지역 진출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때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중소상인에게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중소상인 대표는, 중소상인은 정부가 죽여 놓고 왜 최저임금 핑계를 대냐며 힘들게 일하는 직원에게 최저임금 얼마든지 주고 싶은 게 중소상인의 심정이지만 정부가 이제껏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친 것이 중소상인 몰락의 원인임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분명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지료에 따르면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점유율이 IMF 이전인 1996년과 그 이후인 2010년에 다음과 같이 변했다.

비임금근로소득(자영업자)은 17.3%에서 8.5%로 하락했고, 자본소득은 20.2%에서 32.5%로 상승했으며 임금소득은 62.6%에서 58.9%로 하락했다. 자본소득은 12.3% 상승한 반면 자영업자와 임금소득은 각각 8.8%와 3.7% 하락한 것이다. 자영업이 몰락한 원인은 대기업의 시장진출, 임대료 상승, 프란차이즈의 갑질, 노동자의 실질임금 삭감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이다. 그리고 임금 소득이 하락한 주요 원인은 비정규직 증가, 낮은 최저임금이다.

IMF 이전 수준으로라도 소득점유율이 재분배되면 어떻게 될까?
재분배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떤 것들일까?
하청 기업들은 상여금과 수당 삭감을 중단하고 원청에서 지불의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원청을 상대로 이러한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변종 SSM, 이마트 노브랜드 진출, 프랜차이즈 갑질로 자영업은 자포자기 직전이다. 중소영세상인들이 벌이는 카드수수료 인하, 대기업 골목 상권 진출 규제 등의 요구에 함께 연대해야 한다. 전북고속은 수 십 년간 시외버스 운임을 올려 받고도 보조금은 보조금대로 받아가고 있다. 전북지역 사회복지 비리는 유력 인사들의 연루설과 함께 여러 건씩 발생하고 있다. 중소상인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함께 대기업과 지역 토호세력들의 갑질에 맞서야 한다.

여러 단체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갑질 119 등을 운영하여 켜켜이 쌓인 지역 적폐를 함께 청산해가야 한다. 보편복지의 의제들을 확대하고 사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던 추운 날 사태를 당리당략으로만 보았던 기존 정치권의 행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정권 교체의 주역이 국민이었듯이 사회 개혁의 주체도 역시 국민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비슷한 사람들만 살기 때문에 숨어있는 적폐들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자영업자는 당장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노동자에 분노하기 쉽고 노동자는 원청의 착취로 지불 능력이 없는 사용자에 분노하기 쉽다. 이러한 갈등에 웃는 사람은 누구인가? 불로소득으로 부귀의 삶을 영유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과 유착한 권력자들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끼리 파이를 놓고 벌이는 싸움을 멈추고 이제 함께 한 방향을 보고 삶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더욱 연대해 나가자! 불로소득자를 위한 사회에서 노동 희망 사회로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