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4-04-24 21:47:42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남은 몇 달의 시간이 한반도의 미래를 가른다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이준혁(사회진보연대 반전팀)


... 편집부 (2018-10-25 21:31:33)

IMG
(사진=이준혁)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북핵 신고와 검증, 종전 선언 등 큰 의미의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부터 구체적 합의가 없다는 우려와 모종의 이면 합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교차했다. 이제는 그 우려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만 해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일괄타결 방식으로, 짧은 기간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를 목표로 말이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을 전제로, 비핵화 시간표 합의, 검증(사찰)을 동반하는 과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비핵화 시간표 합의도 없어 보인다. 아무런 ‘액션’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는 등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9월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북한이 기존 재처리시설을 통해 이미 확보한 핵물질과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고려한다면 영변 핵시설 폐기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저울질: 대북 대화 지속? 아니면 최대의 압박으로 복귀?

이러한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적어도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가 되어야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본인은 계속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진정한 진전’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경로 사이에서 저울질을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첫째, (애초에 언급했던 일괄타결 방식, 즉 핵신고서 제출과 비핵화 시간표, 검증 등등이 없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동결, 또는 북한의 부분적 핵군축과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현재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북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 의회나 여론에서 수용할 것이냐다. 6월 26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 메넨데스 의원(민주당), 동아태소위원장 가드너 의원(공화당)이 공동으로 대북정책감독법을 제출했다. 법안은 비핵화 협상을 정기적으로 미 의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제시하고,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 불가항목이라고 강조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 비중을 확대할 경우 본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할 수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북한의 핵동결, 부분적 핵군축을 실행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카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즉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대북 제재의 실제적 경감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유인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2017년 4월경부터 선포했던 최대 압박 전략은 사실상 해체되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의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제재가 무너져도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협상에서 북한이 미국의 희망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미지수다. 압박이 2017년 대북 제재 이전 수준이라면, 북한이 추가 조치를 서두를 이유가 사라진다.

둘째, (북한이 핵신고서 제출이나 비핵화 시간표 합의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지금까지의 온건한 대북정책을 포기하고 종전의 최대압박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북 제재가 다시 강화되고 군사훈련도 재개될 수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로서는 받을 수 없는 안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과 같이,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압박 전략으로 복귀에 주변국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1차 정상회담만큼이나 모호한 결과를 남긴다면, 미국과 한국 내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주관적 희망에 기대기보다는 객관적인 현실을 인식해야

2018년 들어 많은 이들이 남북정상의 만남과 ‘평화의 새 시대’ 선언에 들떠왔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객관적인 현실은 아직 근본적인 변화에 들어서지 않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남아있는 몇 달이 한반도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국면이 될 것이다.

한국의 사회운동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비핵화 과정 자체가 진전되지 않으면 미국·한국 내에서 평화 대화 국면을 진전시키기 위한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 물론 소위 말하듯 ‘우리민족끼리 단결’하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건 주관적 희망에 불과하다. 주관적 희망에 기대기보다는 객관적 현실을 인식하고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로 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