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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4 21:47:42

일제고사 부활, 테르미도르의 반동인가?

권혁선(전주고 교사, 교육공동연구원 정책실장)


... 편집부 (2019-03-31 1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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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의 반동인가... 갑자기 기초 학력 저하 뉴스가 나오면서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의 모든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모양새이다.

기가 막힌다. 어떻게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전국의 많은 교사들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부정이 되고 기초 학력 부진의 원인으로 둔갑하다니... 국어 문장을 객관식 시험지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고 자신의 삶을 기록해 보도록 했던 교육이 국어 교육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인지...

무조건 공식을 암기하기 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사례를 찾아 발표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던 교육들이 참고서를 암기하는 교육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학 공식에 약한 아이들을 위해 그림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비쥬얼 싱킹이다. 기초 학력 신장과 학습에 흥미를 더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역사과여서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실제 역사 수업에서도 활용해 보면 잠자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 모둠할동의 도구로 매우 유용했다.

거꾸로, 바후루타, 모둠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등... 실제 이러한 수업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창의력과 협력 신장 등의 목적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학력 부진 학생들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이 증가했단다. 그동안 학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신 일선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그 대신 해결 방법으로 일제식 평가를 다시 시작하겠단다. 그럼 학교에서는 문제집 풀이 수업이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러면 학력 부진 학생이 감소할까?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오히려 학교 공교육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칫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의 증가를 빌미로 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한 수월성 교육을 오히려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요즘 이분들의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 평준화를 해제하자는 이야기처럼들기도 한다. 그리고 수월성 교육을 하면 기초 학력 부진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는 느낌도 든다.

아직까지도 학교 교육의 대세는 교사의 강의식 수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객관식 문제풀이 평가가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수행평가라든지 학생 중심 수업은 보조적 위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하여 겨우 자리잡기 시작한 교육의 형태로 국가 교육이 망쳐버린 것처럼 이야기하며 과거로 돌아가자는 담론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세상이 바뀌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공부아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학생들을 닥달하고 오로지 공부만 하도록 자극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공부 아니어도 다른 할일은 많다고 진정으로 본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교육이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저하시켰단다.

금년에도 많은 학생들을 전문교과2 위탁 교육으로 파견했다. 많은 분들의 염려와는 달리 이들의 새로운 학업에 대한 만족도는 무척이나 높다. 바로 이들 친구들이 교육부가 말하는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직업 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 학생들의 현재 모습은 기초 학력 부진 학생이 전혀 아니다. 그 어려운 영어 단어를 모두 암기하고 잠만 자기만 했던 수학 시간의 미적분을 해결하며 건축 캐드 수업을 성실하게 맏고 있다.

수업 시간 잠만 자던 학생들이 요리나 미용과 관련된 화학이나 생명과학의 내용들을 암기하고 이해하면서 삶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다. 학교와 교사들의 강제 없는 자유스러운 직업 학교 분위기에서도 지각이다 조퇴도 하루 없이 정말 성실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잘못된 잣대로 아이들을 감옥에 가두었구나 하는 반성의 눈물이었다.

기초 학력 부진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조금은 차분하게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부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은 절대 속전속결은 아니며 오도방정을 떤다고 되는 토목공사가 아님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