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전형 아닌 학종으로 가야 하는 이유!
진로상관없이 유불리교과선택 입시준비는 교육 아니다

( 편집부 기자    2019년 09월 28일 11시55분   )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

(사진, 글= 권혁선 교육공동연구원 대표, 전주고등학교 교사)

지난주 학력고사에 대해 살펴보았다. 창의력과 사고력 신장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암기 중심, 교사 주도 지식 전달 교육 시대에 적합한 평가 유형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1분 1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에서 1점이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한 반복 문제 풀이 수업을 하는 ‘지옥의 셔틀런’이었다.

이번에는 학력고사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대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학생부교과전형을 살펴보겠다. 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 등급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자는 주장이다. 내신을 기준으로 하고, 학교 간 존재할 수도 있는 학력 격차는 수능 최저 등급으로 보완하면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입시 전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를 분석하기 위해 학생부교과전형에 앞서 최근 마무리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 현황을 살펴보겠다.



예상대로 2020학년도 전체 수험생은 대폭 감소하였다. 특히 재학생이 크게 감소하여 448,111명에서 394,024명으로 54,087명이 감소하였다. 졸업생은 135,482명(22.8%)에서 142,271명(25.9%)로 크게 증가하였다. 2019학년도 불수능 영향으로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금년에는 수험생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측으로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도 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에 의한 졸업생 도전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대학미래연구소(https://blog.naver.com/danping/221454678015)의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본 2020학년도 모집 시기별, 계열별 대학 신입생 선발인원 비율이다.



인문계열보다 자연계열 모집 인원 비율이 높다. 그런데 2020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대학 모집 인원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인문계열의 수리(나) 비율이 67.9%인데 자연계열의 수리(가) 비율은 32.1%로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2019학년도 수리(가) 응시인원은 32.2%였는데 오히려 0.1%가 감소하였다.
탐구영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탐구 응시인원은 287,737명(54.7%)이지만 과학탐구 응시인원은 232,270명(44.1%)로 역시 대학 계열별 모집 인원과는 정반대이다. 특히 자연계열로 과학탐구에 응시하면서 수리(나) 영역에 응시하는 학생의 숫자가 64,803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를 놓고 고민해 본다. 이러한 현상이 2015 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에서 추구하는 문·이과 장벽을 뛰어넘는 통섭형 인재양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행스럽게도 어렵고 힘든 따라서 상대적으로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운 영역을 회피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정량 평가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평가 영역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 단순하게 일정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면 내신 평점만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 그 결과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어렵고 힘든 교과목은 학생들의 기피 대상이 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교육과정 운영 결과는 수학능력시험의 탐구과목 선택과정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다음은 사회 탐구영역 비율을 나타낸 표이다.



생활과 윤리 58.7%, 사회·문화 54.85%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두 과목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인문계열 학생의 대부분이 철학과와 사회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두 과목의 인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상대적으로 단편적 지식이 서술되어 있고 다수 학생이 응시하기 때문에 상대평가인 수능 시험에서 높은 등급을 얻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학습 분량이 많고 암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편견으로 역사뿐만 아니라 문학과 지리 등 다양한 분야의 뿌리가 되는 세계사(7.98%), 동아시아사(10.81%) 그리고 많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진로 희망하는 행정학이나 신문방송, 심리 등 많은 분야의 기초 학문이 되는 법과 정치(10.96%), 윤리와 사상(13.02%)은 수험생으로부터 비슷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인문계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진학을 희망하는 상경 계열의 꽃인 경제 영역은 처참한 수준인 2.44%의 선택을 받고 있다.
자연계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단 지구과학Ⅰ 선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69.36%이며 생명과학Ⅰ 60.13%로 뒤를 따르고 있다.



지구과학과 생명과학Ⅱ 영역을 선택한 학생 비율이 전체의 60%를 넘고 있다. 이 두 과목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연계열에서 공과대학이 가장 많은 학생을 선발하고, 의학 계열을 제외하면 가장 인기 있는 학과가 화학공학과와 기계공학과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학생 대부분이 화학과 물리 영역을 선택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학Ⅱ영역은 더욱 참담하다. 현재 고3 학생 대부분은 학교에서 과학Ⅱ를 선택 과목으로 학습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를 제외하고는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수능 시험에 응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물리Ⅱ는 3,511명(1.51%)에 불과한 학생이 응시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굳이 어렵고 힘든 과목을 할 필요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시에서는 탐구영역 2개만을 요구할 뿐 특정 대학이나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특정 영역을 응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혀 없다. 따라서 인문계열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로 자연계열은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으로 수험생이 대거 몰리는 상황이다. 당연히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학생부교과전형이 가진 문제점이다.

탐구영역을 4개로 하고 자연계열의 경우는 과학Ⅱ 1개를 필수로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10년 전에도 이런 방식의 수능을 실시했지만 과목별 편중 현상은 전혀 막을 수 없었다. 당시에도 경제와 세계사 그리고 물리 기피 현상은 여전히 존재했다. 당시 학교 현장은 08:00에 1교시를 시작하여 5교시 종료 후 점심 식사하고 방과후 수업까지 10교시를 마치고 23:00까지 소위 자율학습을 하였다. 그리고 매달 모의고사와 1년 4회 정기고사를 결합하여 시험의 연속이었다. 교실은 정규 수업 시간 진도 나가기와 방과후 문제풀이가 연계된 결합된 학습 공간이었다. 창의력과 비판력 그리고 협업능력은 보기 힘든, 교사 중심의 주입식 수업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아직 현장 선생님들 가운데에는 문제 풀이 수업을 학습의 본질로 생각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 없이 교육 발전은 기대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대학별 모집 단위별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일부 학과에서는 수학(가)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상대는 경제 영역과 수학에 그리고 공대 기계공학과의 경우는 물리와 기하와 벡터에 가산점을 부여하면 된다. 그러면 현재와 같은 편향된 현상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하지 못할까? 설마 경제나 물리 과목을 개설하지 못하는 학교들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그렇다. 고등학교에 경제 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거의 없다. 여학교 경우 마찬가지로 물리를 개설한 학교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러다 보니 평등 교육을 지향하는 고등학교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을 대학에서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편적인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영역별 과목별 선택의 차이에 상관없이 내신 성적과 수능 영역 2개의 정량평가만을 실시했다. 내신과 수능 점수의 불이익 그리고 학습 과정의 고통 때문에 실제 가산점을 받을 학생들의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대학의 예측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부교과전형은 학교 현장 교육을 끊임없는 파행으로 만들어 갔다.

그래서 대학들이 선택한 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다. 학교 교육과정에 물리나 경제, 역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노력으로 동아리나 진로 활동으로 관련 내용을 학습하려고 노력한 학생은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신이나 수능 성적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연계된 교육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전공 적합성에서 우수한 평가 점수를 인정해 주고 있다. 실제 위에서 언급한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려는 친구들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을 수능 시험으로 응시해서 진학 준비를 할 수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을 하려면 학교 교육과정에서 물리와 화학을 선택하지 않으면 진학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아무리 동아리나 진로 체험으로 기계 관련 활동을 하더라도 학교 교육 과정에서 관련 교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한 학생을 극복할 수 없다. 아울러 학생부교과전형이 가지고 있는 맹점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교과목만 학습하고 나머지 과목은 방치하는 약간은 기회주의적 학습 습관을 가진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같은 등급 점수를 얻었지만 학습 과정이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학교마다 획일적이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내용을 학습할 수 없지만 다양한 창의력이나 발표력 그리고 협업 능력 등을 평가하는 수행평가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무엇이었는지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의 견해를 듣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기부의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내신 성적만으로 평가할 경우 학교 간 편차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또 정량평가인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전혀 파악하지 않는 학생의 성실성과 사회성, 봉사정신, 준법성까지 수험생의 모든 것을 평가에 반영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처럼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한 전형이다. 언론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예측이 불가능한 ‘깜깜이 전형’이라는 여러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학교에서 무엇을 학습했고, 학업성취도는 얼마나 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가장 우선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일부 학생부종합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과는 다르게 일부 학교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특기자 전형과 같은 유형에 해당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전공적합성도 중요시하지만 성실성과 학업성취능력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과거 입학사정관전형처럼 특정 영역에서만 탁월한 능력을 과시한다고 해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전형은 절대 아니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이 아직도 완벽한 전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가장 먼저 학생들의 교육과정선택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장벽이 개선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또 다음을 기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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