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편집: 2020년06월04일18시34분

수능에서 고3 과정 빼기?? 그럼 해법은?

김승환 교육감의 던지는 발언들, 현장에선 혼란, 곤란!


  (  편집부   2020년 04월 23일   )

[전북교육신문칼럼 ‘시선’ ]
(사진, 글= 권혁선 교육공동연구원 대표, 전주고등학교 교사)

[편집자주] '수능 고3 과정 빼기'에 대한 이슈를 제기한 김승환 교육감에 대해 학교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논란이 된 내용보다 왜 자꾸 논란거리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해 정부를 상대로 제안을 한다면 올바른 행동이 되겠지만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막 던지듯 발언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CNN에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칭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가 의견 따르고 적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지금 김승환교육감에게 필요한 것도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전북교육행정을 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옳다고 판단된다면 적극적인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 그러나 김승환 교육감 주변에 제대로 된 싱크탱크는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해할수 없는 발언들이 막 터져 나온다. 최근에 마스크 발언이 그랬고 오래전이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폄훼발언이 대표적이다.

수능에서 고3 과정을 빼자는 김승환 교육감의 주장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와 해법을 제시하며, 완곡한 표현으로 전주고등학교 수석교사로 재직중인 교육공동연구원의 권혁선 대표가 내용을 보내왔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범위를 고 2학년 과정까지로 축소할 것을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 교육감은 2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19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해 고3 학생의 학습 탄력성과 시험 적응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다.”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고 있는 올 고3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능 시험 범위 축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대로라면 재학생과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재수, 삼수생들과의 편차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어 불공정하다. 과감하게 범위를 줄이는 것이 국가가 고3 학생들에 취할 정직한 태도일 것”이라면서 “올해는 수능 출제범위에서 고3 교육과정을 과감히 배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수능 범위 축소는 빠르면 빠를수록 학생에게 안정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감 협의회나 시도 교육청과의 협의 등을 통해 공론화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혀 단순 발언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것 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만약 고3 교육과정을 수능에서 제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어영역의 경우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의 다양성으로 인해 쉽게 결론 내리기는 힘들지만 고2 교육과정까지만 수능을 실시한다면 화법과작문, 문학, 독서, 언어 4개 영역 가운데 수능시험 출제가 가능한 영역은 문학과 독서 영역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일반고는 화법과작문, 언어를 3학년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는 수학 영역에서도 거의 예외가 없이 수학Ⅰ, Ⅱ 는 2학년 과정에서 미적분, 확률과 통계는 3학년 교육과정에서 운영하고 있다. 2학년 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수학에서는 인문, 자연 구분 없이 기초 과목만 학습하고 수능을 응시해야 한다.

사회 영역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선택 과목이 10여 개로 많고 전략적으로 2학년 과정에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을 운영하여 3학년까지 연계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때문이다. 또 심화 선택 과목이 없어 선택의 다양성이 그만큼 보장되는 특성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영역은 우려가 크다. 2009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에서 공통과학, 2학년에서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Ⅰ을 학습하고 3학년에 4과목 전체 과학Ⅱ 혹은 2과목의 과학Ⅱ를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2015 교육과정에서는 일부 학교가 2학년 과정에서 과학Ⅱ과목을 이수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일반고는 아직도 3학년에 과학Ⅱ를 이수하고 있다. 문제는 과학Ⅱ 과목의 수능과 연관성이다. 다행히 수능시험에서 과학Ⅱ를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학교는 서울대 하나뿐이다. 얼핏 큰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울대가 우리나라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만약 과학Ⅱ과목을 서울대가 요구하지 않는다면 수시와 정시에서 서울대 지원에 따른 최소한 필요조건이 사라지기 때문에 서울대 입시를 둘러싼 과잉 경쟁이 매우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과연 2학년 과정까지의 수능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았을 때 불가능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재도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낮아 대학에서 필요한 수학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3 교육과정이 없는 수능시험은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최소한의 수단적 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만약 수능 범위를 실제 축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장에서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가장 염려하는 점은 수능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이 될 것이다.

5월에 개학이 되었을 때 고3 교육과정을 수능에서 요구하지 않는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제외한 60% 이상 학생들에게 나머지 고3 교육과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물론 내신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형식적 학습은 이루어지겠지만 이마저도 EBS 문제 풀이 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3학년 2학기 수준만큼은 아니겠지만 거의 버금가는 막장 교육과정 운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수능은 현재와 같은 범위를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따라서 수능은 현재와 같은 범위를 유지하면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물론 난이도 조절을 교육부나 평가원이 앞장서서 “금년도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습니다. ”라고 방송할 필요는 없다. 자칫 졸업생들에게 금년도 수능 응시 욕구를 더욱 자극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부분적 난이도 조절을 통해 재학생들의 불이익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어, 수학 영역은 상대평가 영역이기 때문에 난이도 조정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재학생들은 정시보다는 수시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표준점수나 배분위 합한 총점보다 개별 영역의 등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난이도를 쉽게 하면 성적 부풀리기 현상으로 11% 이상 학생들이 1, 2등급을 얻게 되어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낮은 졸업생들에게 단순히 높은 등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졸업생들은 등급보다는 1점이라도 높은 표준점수나 백분위가 관심 대상이다. 따라서 졸업생에게 1등급이라는 숫자는 전반적인 수능 난이도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그러나 재학생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점수 1점보다는 경계선에 걸려있는 등급이 더욱 중요하다. 즉, 백분위 89%의 2등급과 88%의 3등급이 갖는 의미는 비록 1점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재학생들에게는 지난 3년 동안 학습한 모든 것에 해당할 만큼의 가치를 갖는다. 즉, 같은 점수라고 해도 느끼는 체감 점수는 확연하게 다르다.

수능 시험 난이도 조절의 바로미터는 영어 영역이다. 그동안 ‘불수능’, ‘물수능’의 스모킹건 역할을 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는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한 졸업생들에게 커다란 혜택이 되어 상대적으로 수능 최저 등급이 높은 의치한 분야에 합격하는 사례들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나타나 졸업생들에게는 ‘영어 로또’라는 신조어까지도 등장하였다.

2018년에는 내신 성적 4등급 내외 학생도 의치한 계열에 합격한 사례가 발생하였다. 금년도 수능에 재도전을 하는 졸업생들에게는 ‘리멤버 신화’가 될 수도 있다. 졸업생들에게 이러한 행운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수업 결손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학생들을 생각할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절대 아니다.

수능 범위와 축소와 난이도 조절이 갖는 의미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학생들을 위한 선택지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