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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 비난보다 대안 제시했어야

표준점수제 기반의 절대평가 실시를 주장해야


... 임창현 (2011-12-20 01:06:09)

전라북도교육청은 지난 14일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면 학교서열화와 성적 부풀리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일반고와 농어촌고교의 황폐화를 낳는 반면 실패한 자사고만 살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난까지 했다.

과연 그럴까? 전북교육청의 논평은 지금까지의 상대평가에 따른 폐해에 대해 묵인하고 절대평가에 대한 단순한 판단으로 전혀 교육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논평에 불과하다. 

절대평가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성적 부풀리기에 대한 대안을 먼저 제시하고자 한다.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들이 생활기록부상 석차 등급을 기준으로 고교 내신을 산정하고 있을 때 유독 연세대만은 Z 값(표준점수)을 이용하여 성적을 60등급으로 나누어 산정하였다.

연세대의 Z값 내신 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절대평가에서의 성적 부풀리기를 그대로 막을 수 있다. Z값은 한 분포에서 얻어진 특정한 점수를 그 집단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고려하여 환산한 표준점수로 수식화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Z = (원점수- 평균)/표준편차

그럼 이 Z값을 이용하여 성적을 계산해 보도록 하겠다.



위의 표 (가)와 (나) 경우를 비교하여 살펴보자. (가)는 전주시내 일반계 고등학교 성적표이고 (나)는 익산 근교 지역 고등학교의 성적표이다.

(가)는 전주 시내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학생수가 많아 1등급의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비해 (나) 지역 고등학교는 농어촌 학교로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어 1등급 학생수가 (가) 지역 고등학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에 유의해서 보기를 바란다.

여기에서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경우는 공교롭게 원점수가 같은 과학이다. (가)는 평균이 63.6, (나)는 77.4이다. 원점수가 같은 97점이지만 (나) 학교의 경우는 평균이 높아 97점을 받았음에도 내신등급이 2등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표준점수인 Z 값으로 보아도 결과는 역시 같다. (가) 학교에서는 Z값이 2.4 이고, (나)학교에서는 1.45 이다.

역시 같은 93점의 원점수 그리고 성적 등급은 같은 1등급을 받은 사회의 경우에는 (가)학교의 평균이 (나) 학교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Z값은 각각 1.45, 1.21 이다.

전체적으로 (가)에 비해 (나) 학교 학생의 원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지만 (나) 학교는 평균이 높아 등급도 나쁘게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Z값도 역시 좋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평균이 높은 것이 학생들에게 무조건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수 없다. 따라서 절대평가를 실시하더라도 생활기록부에 등재되는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바탕으로 표준점수 값을 산정한다면 점수 부풀리기도, 농어촌 학생들에게 특별하게 불리한 현상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표준점수 Z값의 능력은 ‘물수능’으로 낙인이 찍힌 2011년의 수학능력시험에서도 발휘되었다. 원 점수는 높은 데 표준점수는 작년에 비해 10~15점 정도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따라서 표준점수 Z값을 활용하면 성적 부풀리기를 충분히 막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상대평가는 문제 난이도를 지나치게 높게 만드는 현상을 낳았고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교육적 악순환으로 사교육을 부추겨 왔다.

절대평가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이다.그러나 전북교육청의 학생인권정책은 두발자유, 교복의 자유, 휴대폰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 등 학생 개인의 자율권 보장이 강한 측면에서 접근을 시도하였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의 주요한 과제는 학교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 하는 것과 더불어 기회균등한 교육기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공부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현재의 상대평가는 1~9등급이라는 족쇄에 의해 자유로운 교육과정 편성이 힘들다. 서울대에서는 7차 교육과정에서 인문계열 학생에게는 과학과목을 자연계열 학생들에게는 사회과목을 22단위 이상 이수할 것을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 요구하였다. 소위 ‘서울대 최수 이수 단위’ 요구가 그것이었다.

단위 학교마다 이러한 서울대 요구사항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편성하였으며 소수의 서울대학교 입학자들을 위하여 모든 학생들을 이 교육과정 틀에 맞추어 교육을 시켜왔다. 비록 취지는 바람직하였으나 서울대 진학을 희망하지 않거나(?)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타계열의 교과목은 찬밥 대우 자체였으며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수 학습을 진행하기 어려워 많은 고통을 겪어 왔고 그만큼 교육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수의 명문대 입학생들을 위하여 전체 학생들을 희생시킨 것이다. 명문대 희망 학생들만을 중심으로 이러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경우 오히려 내신에 불리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평가 체제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명문대 진학이 필요한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목을 개설하고 비희망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에는 내신 성적 산출의 불리함을 이유로 단위 학교에서 쉽게 개설하지 못했던 소수자 선택 교과목에 대한 교육과정의 편성이 보다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평가와 학생 중심 선택형 교육과정은 상호 모순적인 관계였다. 한마디로 난센스였다.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학생중심 교육과정이라고 포장을 하고 있지만 상대평가의 현재 시스템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아무리 학생들이 편성을 희망한다고 해도 지원자수가 14명 이하가 되면 1등급을 취득할 수 있는 학생들이 없기 때문에 폐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대규모(?)의 교육과정 편성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 예를 들어 본다면 인문계열의 경제 과목의 경우 인문계열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진학하는 경상대에서 필수적인 과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 교과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희망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에 편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평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어려움이 쉽게 해소될 수 있다. 절대평가가 실시되면 다양한 교육과정의 개설이 가능하게 되며 대다수의 학교들 또한 보다 많은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선택 중심의 교육 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다.

도교육청에서도  교육과정의 다양한 편성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사 정원의 조정과 교사들에게 다양한 부전공 등의 연수 기회를 확대해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만약 전북도교육청이 진정으로 학생선택중심, 체험학습중심 교육과정 편성을 희망한다면 절대평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표준점수제 기반의 절대평가 실시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진정으로 학습하기를 원하는 교과목을 보다 수월하게 개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학생인권의 중요한 기회균등한 학습선택권 보장이 이뤄 질수 있음을 전북교육청은 알아야 한다.